금융감독원이 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 판매와 관련해 은행 5곳에 약 2조원 규모의 과징금·과태료 사전 통지서를 발송했다. 2021년 금융소비자보호법 도입 뒤 첫 조 단위 과징금이 될 전망이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금융소비자보호법 과징금 감독규정에 따라 이날 사전통지서를 각 판매 은행에 보냈다. KB국민·신한·하나·NH농협·SC제일 등이다. 우리은행도 이 상품을 팔았지만 규모가 작아 사전통지 대상에선 제외됐다. 과징금·과태료 합산 규모는 약 2조원으로 예상된다.
이번 제재는 지난해 발생한 홍콩H지수 ELS 대규모 손실 사태에서 시작됐다. ELS는 기초 자산 가격이 하락해 사전에 정해 놓은 ‘녹인(Knock-In)’ 구간(보통 기초 자산의 50% 수준)을 터치하면 원금 손실이 발생하는 상품이다. 홍콩H지수는 2021년 2월 1만2230까지 올랐지만 지난해 1월 5481선으로 떨어졌다. 여기에 3년 만기 도래가 맞물리며 손실을 더 키웠다. 금감원에 따르면, 5개 은행의 홍콩H지수 ELS 총 판매금액은 15조9000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9월 기준 손실 확정된 계좌 원금은 10조4000억원, 손실 금액은 4조6000억원이다.
금융감독원은 은행들이 투자 목적이나 재산 상황, 투자 경험을 제대로 파악하고 가입시켰는지 등을 조사했다. 또 홍콩H지수의 특징과 상품의 위험성 등을 잘 설명했는지도 살폈다. 연령별로 보면 가입자 중 60대가 가장 많고, 80~90대 고령자도 있던 사실이 드러나며 판매 은행을 향한 책임론도 커졌다.
금융소비자보호법에 따르면, 과징금 상한은 위법 행위로 얻은 수입 또는 이에 준하는 금액(거래금액 등)의 50%이다. 수입의 기준을 판매금액과 수수료 중 어떤 것으로 볼지가 쟁점이다. 금감원은 판매금액을 기준으로 과징금을 산정했다. 다만 인적 제재 대상에서 은행장 등 최고경영자(CEO)는 제외됐다. 과거 법원 판결에서 CEO 제재가 인정받지 못했던 점이 고려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금감원은 다음 달 18일 제재심의위원회를 열고 본격적으로 제재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보통 제재 절차는 사전 통보 뒤 제재심→대심제→제재 수위 결정→최종 제재 통보 순으로 이뤄진다. 이후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를 거쳐 정례회의에서 의결되면 최종 확정된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관련 내용을 확인하고 그동안 자율배상에 힘쓴 점 등을 적극 소명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