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28일 보수 텃밭인 대구에서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의 의회 폭거와 국정 방해가 계엄을 불렀지만, 결과적으로 많은 국민께 혼란과 고통을 드렸다”며 “충성스런 군인이 재판정에서 시련을 겪고, 민주당의 무모한 적폐몰이에 사찰 위협을 받는 공무원도 있다. 그 책임을 무겁게 통감한다”고 말했다.
장 대표는 이날 대구 동성로에서 열린 장외집회에서 “지난해 계엄을 통해 민주당의 무도함이 드러났고, 대한민국의 현실을 볼 수 있었다. 많은 청년이 대한민국의 위기를 알게 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다음 달 3일 계엄 1년을 앞두고 ‘계엄 사과’ 찬반 논란이 국민의힘 내부에서 불거진 가운데, 장 대표가 계엄에 대한 입장을 밝힌 것이다. 장 대표는 ‘책임 통감’, ‘국민 혼란과 고통’ 같은 표현을 썼지만 ‘사과’나 ‘송구’, ‘죄송’과 같은 직접적인 사과의 표현은 쓰지 않았다. 이 때문에 당내에선 “계엄에 대한 사과라기보다는 계엄 뒤 민주당의 폭주를 막지 못한 것에 대한 유감에 가까웠다”(초선 의원)는 반응이 나왔다.
장 대표 발언 뒤 박경미 민주당 대변인은 “반성이 아니라 선전포고를 선택했다”며 “가해자가 스스로를 피해자로 둔갑시키는 정치 기만이자 역사와 국민을 능멸하는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장 대표는 이재명 대통령을 겨냥해선 “대통령 무자격자이자, 감옥 가기 싫어서 대통령 된 사람”이라고 비난했다. 특히 대구 달성이 지역구인 추경호 의원 체포동의안이 전날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된 걸 거론하며 “재판을 받아야 할 사람이 추 의원인가, 이재명인가”라고 날을 세웠다.
대구에서 진행된 이날 장외 집회는 지난 22일 부산 방문으로 시작된 국민의힘 장외 여론전의 클라이맥스였다. 장 대표는 다음 달 2일 경기 용인 방문을 끝으로 장외 여론전을 마무리짓고, 3일엔 계엄 1년 메시지를 낸다. 장 대표는 취재진에게 “추 의원 구속영장 발부·기각에 따른 상황 변화, 대여 투쟁 일정 등을 감안해 여러 의견을 듣고 (메시지를)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여권 관계자는 “사과보다는 정권 실정 부각과 대여 투쟁에 방점이 찍힐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 대표가 어정쩡한 입장을 보이는 사이 국민의힘 일각에선 지도부의 계엄 사과를 압박하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초선 김재섭 의원은 28일 YTN 라디오에서 “지도부 사과가 없으면 연판장이나 기자회견 등을 통해 메시지를 낼 것”이라며 “함께 사과 메시지를 낼 의원이 20여명은 된다”고 했다. 비상대책위원장을 지낸 초선 김용태 의원도 페이스북에 “사과할 것은 사과하는 게 정치의 도리”라고 썼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같은 날 오전 채널A ‘김진의 돌직구쇼’에 출연해 “계엄 1주년 즈음에 공당 입장에서 반성문을 쓰는 게 도리”라고 했다. 내년 6·3 지방선거와 관련해선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를 만나 합당까진 못해도 어떻게 선거 연대를 할지에 대해 의논했고, 국민의힘 장 대표도 동의했다”고 했다.
하지만 장 대표는 몇 시간 뒤 오 시장의 발언을 부인하는 반박성 입장을 밝혔다. 장 대표는 이날 오후 대구에서 취재진과 만나 “일전에 만찬에서 오 시장에게 연대에 대한 여러 이야기를 들었고 (오 시장이) 어떤 취지로 말하는 지 이해했다는 뜻으로 말한 것”이라며 “지금은 연대를 논의할 때가 아니라 우리 스스로 혁신하고 대여투쟁을 제대로 할 때”라고 했다.
지방선거 후보 경선 시 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기존 50%에서 70%로 상향하는 방안을 둘러싼 파열음도 계속됐다.
김민수 최고위원은 이날 소셜미디어에 “당원 투표 70%는 반대한다. 100%가 맞다”고 주장했다. 김민전 의원도 “세계 민주주의 국가에 여론조사로 공직 선거 후보를 뽑는 나라가 어디 있느냐”며 당원 투표 비중 상향에 힘을 실었다. 앞서 당내에선 “당원 투표 상향은 축소 지향”(27일 오 시장), “딱딱한 내부 결집이 아니라 민심 회복이 필요할 때”(27일 국민의힘 서울 당협위원장 성명) 등 당원 투표 비율 상향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잇따라 나왔다.
국민의힘 지지율 부진은 굳어가는 추세다. 한국갤럽이 지난 25~27일 전화 면접 조사를 하고 28일 공개한 결과에 따르면 국민의힘 지지율은 24%로 나타났다. 3주 연속 그대로다. 민주당은 일주일 전에 비해 1%포인트 하락한 42%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