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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복제약 가격 낮추고, 신약에 얹어준다"…제약업계 "혁신 발목 잡을 것" 반발

중앙일보

2025.11.28 01:14 2025.11.28 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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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30일 오전 광주의 한 창고형 약국에서 시민이 매대를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앞으로 일부 제네릭(복제약) 가격이 현재 오리지널 의약품의 53.55%에서 40% 수준으로 인하된다. 정부는 제네릭 가격은 낮추되 혁신적 신약에 대한 보상은 강화하겠다는 계획이지만, 제약업계에선 매출 감소로 오히려 연구개발(R&D) 투자가 위축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28일 보건복지부는 약가 산정기준 개편 등이 담긴 약가제도 개선방안을 이날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에서 논의했다고 밝혔다. 약가제도 전반에 대한 개편안이 담겼지만, 핵심은 제네릭 약가 산정률을 인하하는 부분이다.

현재 제네릭 약가는 오리지널 상한 가격의 53.55% 수준으로 산정되는데, 이 산정률을 40%로 낮추기로 했다. 개편된 산정률은 의견 수렴 등을 거쳐 이르면 내년 7월부터 적용된다.

다만 인하된 산정률이 모든 제네릭에 일괄 적용되는 건 아니다. 이중규 복지부 건강보험정책국장은 “'모든 제네릭 가격을 일괄 인하한다'는 오해가 있는데, 내년 7월부터 신규 등재되는 제네릭부터 40%가 적용되는 것”이라며 “기존에 등재된 제네릭 중에서는 2012년 약가 일괄 인하 조치 이후 현재까지 10년 이상 가격 변화가 없어 이익을 충분히 확보한 약이 대상이다. 해당 조치 이후 나온 제네릭은 대상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이같은 인하 조치를 추진한 건 높은 약가 탓에 국내 제약산업이 신약 개발보다 제네릭 생산에 치우쳐 있다는 판단에서다. 복지부에 따르면 국내 제네릭 약가는 경제협력개발국(OECD) 평균의 2.17배 수준이다. 약품비 지출이 2017~2024년 사이 62% 늘면서 건강보험 재정에 부담이 되는 것도 문제다. 김연숙 복지부 보험약제과장은 “국민의 약품비 부담을 줄이고, 보건의료 체계의 지속가능성을 확립하면서 제약·바이오 산업의 생태계 혁신도 촉진하자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약가 인하로 절감된 재정을 신약 개발 등 혁신에 대한 보상 강화에 쓰겠다는 구상이다. 먼저 혁신형 제약기업 등 매출액 대비 R&D 투자비율이 높은 기업에 대해 약가를 가산하는 등 정책적인 우대를 강화한다. 현재 모든 제네릭이 등재될 때 최초 1년간 59.5%를 가산해 주는데, 이런 일률적 가산은 폐지하는 대신 R&D 투자 수준에 따라 가산율을 차등 적용한다. 혁신형 제약기업 중 매출액 대비 R&D 비율이 상위 30%인 기업은 68% 가산율을, 하위 70%인 기업은 60% 가산율을 적용하는 식이다. 가산 기간도 3년 이상으로 연장한다.

서울 종로구 한 약국의 모습. 연합뉴스

이번 개편안엔 신약 개발 활성화를 유도하는 정책도 담겼다. 현재 최대 240일이 걸리는 희귀질환 치료제 등재 기간을 급여적정성 평가 및 협상 간소화를 통해 100일 이내로 단축한다. 중증·난치성 질환 치료제 등 혁신적 신약의 가치를 평가·조정하는 비용효과성 평가 체계도 단계적으로 고도화한다.

가칭 ‘약가 유연계약제’ 적용 대상도 신규등재 신약, 특허만료 오리지널 등을 포함하는 쪽으로 대폭 확대된다. 외국처럼 표시가(공식 약가)와 실제 거래가를 구분해 약값을 유연하게 정산하는 제도로, 이를 통해 그간 업계가 호소해온 신약 등재 지연, 수출 불이익 문제를 해소하겠다는 방침이다.

제네릭이 과하게 만들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동일 제제에 대해 11번째 등재되는 제네릭부터 첫 번째 제네릭 가격 대비 5%포인트씩 감액하는 ‘계단식 인하’ 제도도 혁신형 제약기업을 우대해, 3%포인트만 감액한다.

이같은 '당근'에도 업계는 제네릭 약가 인하로 인한 매출 감소를 우려하고 있다. 제네릭 수익이 줄면 신약 개발을 위한 투자 기반도 크게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다. 제약업계는 제네릭 약가 인하로 인한 연간 매출 감소 규모가 약 1~2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한다.

정부 정책에 대응하기 위해 제약업계 5개 단체(한국제약바이오협회·한국바이오의약품협회·한국의약품수출입협회·한국신약개발연구조합·한국제약협동조합)는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고 지난 27일 첫 회의를 열었다. 비대위는 “업계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실질적인 대안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남수현([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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