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구 전 대통령실 부속실장이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사후 계엄선포문’에 대해 “계엄선포문이 아닌 제가 임의로 작성한 참고자료”라고 말했다. 강 전 실장은 2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35부(부장 백대현) 심리로 열린 윤 전 대통령의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혐의 재판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날 강 전 실장은 계엄선포 문건 사후 작성에 대한 특검 측 질문에는 대부분 증언을 거부했으나, 변호인 측의 질문에는 입을 열었다. 12월 6일자 작성 문건이 ‘사후 계엄선포문’이 아닌 단순 참고자료 아니냐는 변호인 질문에 그는 “제가 임의로 작성한 참고자료” 라고 긍정했다. ‘만일 문건이 사후 계엄선포문이라면 증인에게 독자적 작성 권한은 없지 않나’라는 변호인 질문에도 “그렇다”고 답했다. 정식 부서를 받은 것이었다면 서랍에 방치해 놓지 않았을 것이며, 계엄 선포 문건은 국방부에서 작성해야 하므로 이는 공식 문건이 아니라고 생각했다고도 했다.
윤 전 대통령도 직접 신문에 나섰다. 윤 전 대통령은 “부속실에서 대통령이 최종 결재하는 문서를 만들 수도 없는 것이고, 국방부가 사후 문서를 만들더라도 결재 라인 따라 올라와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 강 전 실장은 윤 전 대통령이 “이걸 문서라고 생각했나, 뭐라고 생각했나”라고 묻자 “나중에 보니 선포문 밑에 대통령 서명이 없어서 서명 하나 받아놓자 해서 임의로 만든 것”이라고 했다.
강 전 실장은 지난해 12월 6일 사후 계엄선포문을 작성해 윤 전 대통령과 한덕수 전 국무총리, 김용현 전 국방장관의 서명을 받았다가 이를 폐기한 인물이다. 그는 앞서 지난달 27일 한 전 총리의 내란우두머리 방조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비상계엄 선포 후 김주현 당시 민정수석으로부터 ‘국법상 행위는 문서가 필요하다’는 말을 듣고 서명을 요청해 받았다”고 진술한 바 있다. 아울러 한 전 총리가 12월 8일 ‘괜한 논란이 될 수 있으니 폐기했으면 좋겠다’고 말해 사후 계엄선포문을 폐기했다고 했다.
강 전 실장은 ‘윤 전 대통령이 국무위원을 부르라고 했을 때 국무회의에 필요한 정족수를 채우기 위해서라고 생각했나’라는 특검 질문에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냥 부르라고 하니 불렀다”고 말했다. 그는 “첫 소집할 때 대상자들이 안보, 치안 관련 장관들이었다. 그래서 우리 안보에 어떤 중대한 변경이 있나 생각했다”며 “두 번째 명단을 받았을 때 경제부처 장관이 주로 있어서 긴급재정명령 발동을 생각했다. 그리고 중간에 국무회의한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이날 윤 전 대통령은 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을 방해했다는 혐의에 대해 “처음부터 다시 판단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내란죄 수사권이 (공수처에) 존재하느냐에 대해 정밀하게 별도로 따져봐야 한다”며 “공무집행방해죄의 성립 요건과 관련해 가장 원초적인 형법 각론의 기본 이론으로 돌아가 처음부터 다시 판단해 봐야 한다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했다.
재판부는 오는 12월 2일 김주현 전 대통령실 민정수석과 김정환 전 수행실장, 한덕수 전 국무총리를 증인으로 소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