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드리 예르마크 비서실장 "수사에 전적으로 협조"
젤렌스키, 종전안 협상 와중에 곤혹…러, 비리 사건 적극 부각
젤렌스키 코앞까지 온 에너지 부패 스캔들…비서실장 압수수색
안드리 예르마크 비서실장 "수사에 전적으로 협조"
젤렌스키, 종전안 협상 와중에 곤혹…러, 비리 사건 적극 부각
(파리=연합뉴스) 송진원 특파원 = 우크라이나 수사 당국이 에너지 기업 부패 스캔들과 관련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의 최측근인 안드리 예르마크 비서실장의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당국이 이번 비리와 관련해 중간 관리자급을 넘어 대통령 비서실장으로까지 수사를 확대하면서 사실상 젤렌스키 대통령을 겨냥한 수사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우크라이나 국가반부패국(NABU)은 28일(현지시간) 텔레그램 메시지에서 반부패특별검사실(SAPO)과 함께 "대통령실 수장에 대해 수색중"이라고 밝혔다.
NABU는 "수사 활동은 승인됐으며 수사 범위 내에서 진행된다"며 "자세한 내용은 추후 공개된다"고 설명했다.
예르마크 비서실장도 곧바로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오늘 NABU와 SAPO가 내 집에서 수사 절차를 밟고 있다"며 "수사관들의 활동에 어떠한 방해도 없다"고 밝혔다. 또 "현장에서 내 변호사들이 법 집행 기관과 협력하고 있다"며 "내 입장에서 전적으로 협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NABU는 우크라이나 원자력공사 에네르고아톰의 고위 간부 등이 협력사들에서 정부 계약 금액의 10∼15%에 해당하는 리베이트를 조직적으로 받아온 사건을 수사하고 있다.
이렇게 챙긴 뒷돈은 별도 사무실에서 관리하며, 역외 기업 네트워크를 통해 자금 세탁을 한 것으로 당국은 파악했다. 세탁된 자금 규모는 1억 달러(약 1천40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NABU가 수사 과정에서 확보한 도청 기록엔 익명의 인물이 등장하는데 이 사람이 예르마크 비서실장이거나 그의 측근 중 한 명이라는 의혹을 사고 있다.
예르마크 비서실장은 그러나 최근 한 언론 인터뷰에서 "사람들이 나를 언급하며 때로는 아무런 증거도 없이 내가 알지도 못하는 일로 비난하려 한다"며 이 사건과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NABU는 이 비리를 주도한 인물로 젤렌스키 대통령의 코미디언 시절 사업 파트너인 티무르 민디치를 지목했다. 민디치는 수사가 본격 시작되기 전 해외로 도주했다.
이 사건에는 전·현직 에너지부 장관도 연루된 것으로 의심돼 헤르만 갈루셴코 법무장관과 스비틀라나 흐린추크 에너지부 장관이 사직했다.
미국과 종전안 협상을 벌이며 그 어느 때보다 중대한 시기를 맞은 젤렌스키 대통령으로선 측근들의 비리 연루 의혹으로 안팎으로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이게 됐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에너지 기업 비리를 넘어 대통령 주변 인물에 대한 신뢰와 통제 구조, 나아가 현 정부 전체에 대한 신뢰를 흔드는 사건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미 젤렌스키 대통령의 국내 정적들은 비리에 연루된 것으로 의심되는 인물들 전체를 해임하라며 압박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를 대폭 지원해 온 서방 동맹국들의 불신도 수면 아래에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이날 압수수색 대상이 된 예르마크 비서실장은 종전 협상 대표단의 핵심 멤버이기도 해 이번 일로 협상 테이블에서 우크라이나 측 입지가 더 좁아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그간 젤렌스키 대통령이 임기가 종료됐는데도 불법으로 대통령직을 유지하고 있다고 비난해 온 러시아 측에선 수사 문건에 젤렌스키 대통령의 이름도 언급된다며 사건 부각하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예르마크 비서실장에 대한 압수수색에 아직 아무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현재 한창 종전 협상 중인 만큼 예르마크 비서실장을 유임시킬 가능성이 크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날 텔레그램 영상 메시지에서 "이번 주말 우리 팀은 미국 대표단과 함께 제네바에서 확보한 사항들을 평화와 안보 보정으로 이어지는 형태로 구체화하는 작업을 계속할 것"이라며 양국 간 대표단 회의가 열릴 예정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국내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정부 개편을 단행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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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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