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당시 ‘계엄버스’에 탑승했던 김상환(준장) 육군 법무실장에 대해 국방부가 28일 징계위원회를 열고 중징계인 강등을 의결했다. 앞서 김민석 국무총리가 공개적으로 김 실장에 대한 국방부의 경징계 처분을 “엄정하게 재검토”하라고 지시한 지 하루 만이다.
국방부는 이날 오후 김 실장에 대한 징계위원회를 열어 준장에서 대령으로 계급을 한 단계 낮추는 강등을 의결했다. 국방부는 김 실장에 대해 “법령 준수 의무 위반, 성실 의무 위반으로 중징계 의결했다”고 밝혔다.
강등은 군인사법 57조에 따른 중징계 처분 ‘정직-강등-해임-파면’ 가운데 두 번째 조치다. 장성급 장교의 중징계 인사 조치는 임명권자인 대통령의 승인 사항으로,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오후 늦게 김 실장에 대한 국방부의 재의결 결과를 승인했다.
김 실장은 법무실장 임기 2년을 마치고 이달 30일 전역할 예정이었으나 이날 처분으로 임기를 이틀 남겨 두고 계급이 강등됐다. 예비역 대령으로 사실상 불명예 전역을 하게 됐다. 다만 강등은 해임·파면과 달리 군인 연금 상의 불이익은 없다.
김 실장은 12·3 계엄 직후인 12월 4일 오전 3시경 충청남도 계룡대의 육군 본부에서 이른바 ‘계엄버스’에 탑승한 육군 간부 34명 가운데 한 명이다. 여권에선 이들이 국회의 계엄 해제 결의안 통과 이후 움직였다며 2차 계엄을 시도한 것이란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김 실장은 지난달 육군본부 국정감사에서 ‘계룡대에서 버스를 탄 이유가 2차 계엄을 위한 것인지’를 묻는 질의에 “아니다”라며 “실무자들에게 ‘(박안수 계엄사령관 겸 육군참모)총장의 얼굴을 보고 안되는 건 안된다 하고 내려오겠다’고 했다”라고 해명했다.
이와 관련, 국방부는 지난 25일 김 실장에 대한 징계위를 개최하고 경징계에 해당하는 근신 10일을 의결했다. 김 실장에 대한 경징계 처분은 계엄 버스와 관련해 군 내부에서 “계엄 해제 이전 내려진 상부의 명령이 명시적으로 거둬들여 지지 않은 상황이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여론이 작지 않았던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상황은 이틀 뒤인 27일 김민석 총리가 이 대통령의 승인을 거쳐 해당 징계 처분을 “즉시 취소”한다고 밝히며 반전됐다. 김 총리는 김 실장에 대해 “군 내 법질서 준수에 중대한 책임을 지는 육군본부 법무실장으로서 당시 참모총장이자 계엄사령관이었던 대장 박안수에게 ‘지체 없는 계엄 해제’를 건의하거나 조언할 의무가 있음에도 이러한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책임이 있다면서 “문제점이 있음을 알면서도 계엄버스에 탑승하는 등 중한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안규백 국방부 장관에게 김 실장에 대한 징계 절차에 즉각 다시 착수하라고 지시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국방부는 하루 만에 징계위를 다시 소집해 중징계로 징계 수위를 높였다. 징계위를 열기 위해 통상 징계 대상자에게 출석 통지서를 징계일 3일 전에 도달하도록 하는 등의 절차는 “군인징계령 9조 1항의 ‘부득이한 경우에는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는 단서 조항”(국방부 설명)에 따라 생략했다. 국방부가 동일인에 대해 같은 사건으로 사흘 만에 징계위를 두 차례 연 것도 처음 있는 일이다.
현재 안 장관은 현재 스웨덴·노르웨이 순방 중으로, 장관 부재 중 자체 징계를 번복하는 일이 벌어지며 뒤숭숭한 분위기도 국방부 내에서 감지된다. 김 총리의 지시는 정부조직법 제18조 2항에 따른 것인데, 해당 조항은 ‘국무총리는 중앙행정 기관장의 명령이나 처분이 위법·부당하다고 인정될 경우 대통령의 승인을 받아 이를 중지하거나 취소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발동했다는 것 자체가 안 장관의 징계 처분이 최소 부당하다고 총리실이 판단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군 안팎에선 이번 일로 총리실이 ‘계엄버스 장성들’에 대해 중징계 가이드라인을 준 것이란 말도 나온다. 이에 따라 버스에 탑승했던 34명의 장성 ·영관급 장교들은 징계를 받거나, 진급에서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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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 민관군 자문위 '정당하지 않은 명령' 거부권 살려
한편 국방부 내란 극복 민관군 특별자문위원회 헌법가치 정착분과는 이날 첫 공개 세미나를 열고 군인복무기본법 개정안의 자문위안을 공개했다. 앞서 국방부가 국회 국방위원회에 제출한 군인복무기본법 개정안 검토 의견과는 별개의 안이다. 자문위안에서는 앞서 국방위 법안소위에서 여야 합의로 삭제한 ‘정당한 명령’ 대목이 되살아났다.
군인의 명령 복종의 의무를 규정한 제25조 ‘군인은 직무를 수행할 때 상관의 직무상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를 ‘군인은 직무를 수행할 때 상관의 직무상 정당한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로 바꾸는 방안이다. 이와 관련 자문위 강성현 성공회대 사회학과 교수는 "'정당한'은 '적법한'으로 해석하는 것이 이미 판례가 형성이 돼 있기 때문에 해석 상의 모호함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