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는 28일 고 이순재 추모 특집 다큐멘터리 '배우 이순재, 신세 많이 졌습니다'를 방송했다.
이날 방송에서 이순재는 지난 2024년 방영된 KBS 드라마 '개소리'를 촬영하면서 양쪽 눈 실명 위기를 겪었다는 사실이 처음 알려졌다.
이순재는 "작년 10월에 촬영하고 올라오니까 (눈이) 안 보였다. 병원 갔더니 (왼쪽) 눈이 안 보인다 이거"라고 말했다.
이순재는 마지막 작품이 된 이 드라마로 생애 첫 연기대상을 거머쥐었고 크게 기뻐한 것으로 전해졌다.
소속사 이승희 대표는 "연기대상을 주셔서 선생님 소원을 풀어주신 것 같아서 너무 감사하다. 그때 상태가 선생님이 막 안 좋아지셨을 때"라며 "그 상을 받고 오셔서 자랑하셨다. '야 무겁다'고 했고, 그 무겁다는 말에 선생님의 70년의 세월이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눈시울을 붉혔다.
이 대표는 "이 얘기 모르는 분들이 많을 것"이라며 드라마 후일담을 전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이순재) 왼쪽 눈이 안 보이고 오른쪽 눈도 100% 다 보이는 건 아닌데도 그 전과 똑같이 연기훈련하셨다"며 "안 보이니까 더 연기훈련을 해야 한다고 하셨다"고 밝혔다. 이어 "나 혹은 매니저에게 큰 소리로 (대본을) 읽어달라고 해 읽어주는 건 외우겠다고 하셨다"며 "그게 가장 가슴 아팠던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방송에서는 지난 5월 25일 병상에 누운 이순재의 모습도 공개됐다.
당시 병원을 찾은 이 대표는 "선생님 대통령 선거하시려고? 못 하시잖아. 그런 생각하지 말고 선생님 몸만 생각해요"라면서 "선생님 몸 건강해지시면 하시고 싶은 거 없어요?"라고 물었다.
이에 이순재는 "하고 싶은 건 작품밖에 없지"라고 답했다.
이 대표는 "작품은 몸 건강해지시면 하면 되고, 연기 말고 하고 싶은 거 없어요? (작품은) 이제 몸 회복하시고 또 천천히 준비하시면 될 것 같아요. 마음 편하게 잡수고 계세요"라고 말했다. 이 말을 들은 이순재는 고개를 끄덕이며 복귀 의지를 다졌다.
하지만 이순재의 소원은 끝내 이뤄지지 못했다. 그는 지난 25일 91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이번 다큐멘터리 내레이션은 드라마 '이산'에서 이순재와 부자 관계로 만난 이후 예능 '꽃보다 할배'를 통해 함께 여행을 다니며 고인과 추억을 쌓았던 배우 이서진이 맡았다. 그는 마지막으로 "선생님 그동안 신세 많이 졌습니다. 고맙습니다. 이번 여행은 함께 하지 못해 죄송합니다"라고 말해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