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엇박자' 오르반, 모스크바서 푸틴 만나 에너지·우크라 논의(종합)
푸틴, 오르반에 "균형 잡힌 입장·실용주의적 정책" 칭찬
(브뤼셀·모스크바=연합뉴스) 현윤경 최인영 특파원 = 유럽연합(EU) 일원이지만 친러시아 성향을 노골화하며 EU와 엇박자를 내는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가 모스크바를 찾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만났다.
AFP, 로이터, 타스 통신에 따르면 오르반 총리는 28일(현지시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푸틴 대통령과 회담하면서 "헝가리는 러시아와 에너지 대화를 유지하는 데 관심 있다. 이 분야 문제를 자세히 논의하고 싶다"고 말했다.
오르반 총리는 앞서 자신의 페이스북 영상을 통해 "올 겨울과 내년 감당할 수 있는 가격으로 헝가리가 에너지를 공급받는 것을 확실히 하기 위해 간다"며 푸틴 대통령과 러시아산 원유·가스 공급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도 "우리는 분명 에너지 분야에서 광범위하고 아주 좋은 협력을 하고 있다"며 "이 분야에는 또한 우리의 논의가 필요한 현안과 문제들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우크라이나 문제에 대한 당신의 균형 잡힌 입장을 알고 있다"며 EU 지도자 중 가장 러시아에 우호적인 오르반 대통령을 높이 평가하며 환영했다.
헝가리는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 개시 이후 러시아에 제재를 부과하며 러시아산 에너지 의존도를 줄인 EU 기조에서 벗어나 러시아산 가스와 원유를 계속 대량 수입하고 있다.
이에 대해 오르반 총리는 "우리는 외교 정책의 주권적 방침을 실행하고 있다. 외부 압력에 양보하지 않았고 어떠한 중요 분야에서도 러시아와 교류를 중단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크라이나 문제로 헝가리가 상당한 손실에 직면했다고 지적했다.
푸틴 대통령은 "우리 역사에는 많은 일이 있었지만 오늘 우리의 관계는 실용주의와 양자 관계에 대한 실용적 접근을 포함해 최선에 기반하고 있다"며 '우리 시대의 모든 어려움에도 우리 관계는 여전히 견고하며 계속 발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두 정상은 우크라이나 문제도 논의했다. 헝가리는 지난달 푸틴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차기 정상회담을 부다페스트에서 개최할 준비를 하고 있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 취소를 발표하면서 불발됐다.
푸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부다페스트에서 회담할 것을 제안했고 러시아는 이에 기꺼이 동의했다고 돌아보며 "나와 미국 대통령의 회담을 당신의 국가에서 개최할 준비가 된 것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오르반 총리는 "오늘 우리의 만남은 헝가리가 그런 회담 장소를 제공하고 그 과정이 성공적으로 완료되기를 지원할 준비가 됐다는 것을 확인할 기회"라며 "헝가리는 평화에 관심이 있다"고 밝혔다.
이날 회담에 러시아 측은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 유리 우샤코프 외교정책 보좌관, 알렉산드르 노박 에너지 담당 부총리, 헝가리 측은 씨야르토 페테르 외무장관 등이 참석했다.
오르반 총리는 헝가리가 국제 시세에 비해 싼 러시아 에너지를 공급받는 덕분에 헝가리 국민이 유럽에서 최저 수준의 에너지 가격을 누리고 있다고 주장한다. 헝가리 외교부에 따르면 헝가리가 올 들어 러시아에서 수입한 원유는 850만t, 천연가스는 70억㎥에 달한다.
내년 4월 총선에서 고전이 예상돼 물가 안정이 절실한 오르반 총리는 이달 초에는 미국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 중단에 대해 1년간 예외를 허용받기로 했다.
러시아에 종전을 압박하는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 등의 러시아산 원유 구입이 러시아의 전쟁 자금줄 역할을 한다며 이를 중단하라고 촉구해왔다.
오르반 총리는 2010년 권좌에 복귀한 이래 15차례 푸틴 대통령을 만났다. 두 정상의 이번 만남은 우크라이나 사태 발발 이후로만 따지면 4번째가 된다.
그는 지난해에는 헝가리가 EU 순회 의장직을 맡자마자 자칭 '평화 임무'를 주장하며 모스크바로 날아가 푸틴 대통령을 만나 EU 집행부와 다른 회원국들의 격한 반발을 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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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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