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1700년 전 니케아공의회 현장서 "인류, 화해 갈망"(종합)
"전쟁, 폭력, 근본주의 정당화에 종교 이용해선 안 돼"
(이스탄불=연합뉴스) 김동호 특파원 = 레오 14세교황이 28일(현지시간) 니케아 공의회 1천700주년 기념행사에서 세계 평화를 위한 노력을 당부했다.
교황청에 따르면 레오 14세는 이날 오후 튀르키예 북서부 이즈니크의 성 네오피토스 대성당 발굴 현장에서 열린 '그리스도교 일치 기도' 행사에 참여했다.
레오 14세는 니케아 공의회를 기념하는 의미의 초에 불을 붙였고, 동방정교회를 이끄는 바르톨로메오스 1세 콘스탄티노플 총대주교 겸 세계총대주교와 인사했다.
니케아 공의회는 서기 325년 5월 20일 로마 황제 콘스탄티누스 1세가 기독교 교리를 정리하고 성문화하고자 소집한 최초의 세계적 종교회의다.
이 공의회는 콘스탄티누스 1세가 로마 제국의 새 수도로 막 선포한 비잔티움(콘스탄티노플·현재의 이스탄불) 근처인 니케아에서 열렸으며 여기에서 예수의 신성과 삼위일체론이 공식 인정됐다.
레오 14세는 "니케아 공의회 1천700주년은 인간 존엄이 위협받는 역사적 시기에 예수 그리스도가 누구인지 질문해 볼 좋은 기회"라며 "아우구스티누스 성인을 인용하자면, 그리스도인은 많지만 한 분의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는 하나"라고 말했다.
그는 "오늘날 폭력과 갈등으로 고통받는 인류 전체가 화해를 갈망하고 있다"며 "전쟁, 폭력, 또는 근본주의나 광신주의를 정당화하는 데에 종교를 이용하는 것을 강력히 거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신 우리는 형제애의 만남과 대화, 그리고 협력의 길을 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레오 14세는 "니케아 공의회가 열렸던 바로 그 장소에서 1천700주년을 함께 기념하자고 결정한 바르톨로메오스 총대주교에게 감사하다"며 "기념일을 통해 화해와 일치, 그리고 평화의 풍성한 열매가 맺기를 기도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이날 오전 레오 14세는 튀르키예 최대 도시 이스탄불에 있는 가톨릭교회 성령대성당에서 미사를 집전했다.
레오 14세는 강론에서 "성지 튀르키예를 방문할 은총을 허락해주신 주님께 감사하다"며 "이곳은 이스라엘 민족의 역사가 기독교의 탄생과 만나는 곳이며 구약과 신약이 맞닿고 수많은 공의회가 기록된 장소"라고 말했다.
레오 14세는 성직자들을 향해 "이 나라에는 이주민과 난민이 많기 때문에 교회가 취약계층을 섬길 과제를 안고 있다"고 당부했다.
또 2023년 2월 튀르키예 남부 카흐라만마라슈에서 발생한 지진과 관련해 "교회의 자선 활동을 지원한 국제기구들의 도움에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레오 14세는 전날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을 만나 "국제사회의 갈등 수준이 고조되고 있다"며 "오늘날 우리에게는 그 어느 때보다 확고한 의지와 인내심 있는 결의로 대화를 촉진하고 실천할 사람들이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