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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서 의미 퇴색한 '블프 세일'…"행사 진정성 사라져"

연합뉴스

2025.11.28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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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업체들 세일기간 분산…소비자는 '오픈런' 대신 온라인 구매 정가 올리고 할인하는 '위장 세일'에 소비자 실망도
美서 의미 퇴색한 '블프 세일'…"행사 진정성 사라져"
유통업체들 세일기간 분산…소비자는 '오픈런' 대신 온라인 구매
정가 올리고 할인하는 '위장 세일'에 소비자 실망도

(뉴욕=연합뉴스) 이지헌 특파원 = 미국에서 일 년 중 최대 쇼핑 대목으로 꼽히는 '블랙 프라이데이'(미 추수감사절 다음 날)를 맞았지만, 이제는 블랙 프라이데이가 기대 이하의 실망감을 주는 이벤트로 전락했다고 미 CNBC 방송이 28일(현지시간) 지적했다.
미국에서는 추수감사절 다음날인 블랙 프라이데이에 대형 할인행사가 이어진다. 이 시기 매출은 연말 쇼핑 시즌의 성과를 가늠하는 잣대로 여겨진다.
블랙 프라이데이 아침 쇼핑몰 문이 열리기도 전에 매장 앞에 긴 줄을 선 뒤 개장과 동시에 '오픈런'을 하는 게 과거 미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었지만, 온라인 쇼핑이 발달하고 유통업체들이 할인판매 기간을 앞당기거나 연장하는 등 분산하면서 블랙 프라이데이 당일 오프라인 매장이 과거만큼 북새통을 이루는 일은 줄어들고 있다.
옛 캐나다 시어스백화점 최고경영자(CEO)를 지낸 마크 코헨은 "블랙 프라이데이 행사의 진정성은 사실상 사라졌다"며 "예전에는 블랙 프라이데이 가격이 최저가였고 다시는 볼 수 없는 가격이었지만, 오늘날에는 연말 시즌에 다가갈수록 소비자들은 더 낮아지는 행사 가격을 볼 수 있다"라고 평가했다.

물론 블랙 프라이데이의 의미가 완전히 퇴색된 것은 아니다.
유통업체 입장에서 블랙 프라이데이는 한 해를 통틀어 여전히 중요한 소비 대목이라고 CNBC는 소개했다.
실제로 여전히 많은 미국 소비자들은 연례행사처럼 블랙 프라이데이마다 오프라인 매장을 방문해 쇼핑한다.
하지만, 블랙 프라이데이에 오프라인 매장을 찾는 소비자 수는 최근 몇 년간 정체됐고, 이를 잘 아는 유통업체들은 블랙 프라이데이에 할인 행사를 '올인'하기보다는 할인 이벤트 기간을 분산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다수 유통업체는 블랙 프라이데이를 앞두고 11월 중순부터 할인 행사를 시작해 추수감사절이 끝난 다음 주 월요일인 '사이버 먼데이'까지 프로모션을 이어간다.
조지아주립대 경영대학원의 데니시 샤 교수는 "예전에 특별 할인행사를 기다리며 매장 앞에 사람들이 긴 줄을 섰던 광경을 기억한다"며 "반면 지금은 할인 행사가 며칠씩 이어지고, 소비자들은 매장을 찾는 대신 집에서 온라인으로 쇼핑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CNBC가 인용한 시장조사업체 '플레이서.에이아이'(Placer.ai) 분석에 따르면 2022∼2024년 블랙 프라이데이에 오프라인 매장을 방문한 미국 소비자 수는 일반 금요일 대비 30%대 중반 정도 늘어난 수준에 그쳤다.

과거보다 제품 가격 변화 정보를 얻기 쉬워진 가운데 일부 업체들이 '위장 할인'을 하는 것을 알게 된 소비자들이 회의감을 갖게 된 것도 블랙 프라이데이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뜨리게 한 요인으로 지목된다.
컨설팅회사 알릭스파트너스의 소니아 라핀스키 글로벌 패션부문 대표는 "소비자들은 할인 품목에 대한 가격 비교를 할 수 있는 힘을 갖게 됐는데, 이제는 진짜 저렴한 가격인지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가 사라졌다"라고 평가했다.
정가를 올린 뒤 할인율을 높이는 식의 수법으로, 사실상 과거 가격과 동일한 가격을 '블랙 프라이데이 특가'로 허위·과장 선전해 판매하는 일이 빈번하다는 것이다.
그는 "블랙 프라이데이라고 해서 긴박감을 조성한다는 생각은 이제 사라졌고, 특가라고 주장하는 것도 일종의 사기처럼 됐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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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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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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