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거주하는 직장인 민하린(29)씨는 최근 각 브랜드의 크리스마스 케이크 출시 일정을 확인 중이다. 연말이 다가올수록 브랜드를 불문하고 케이크 예약이 어려워지는 데다, 가격과 디자인이 천차만별이라서다. 민씨는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내기엔 홀케이크만큼 좋은 게 없다고 생각해 10년째 꾸준히 구매하고 있다”며 “호텔에서 출시하는 연말 한정 케이크도 가격이 부담되긴 하지만 한번쯤은 구매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연말 대목인 크리스마스 시즌을 약 한 달 앞두고 유통업계가 한정판 케이크 출시·예약을 본격화하고 있다. 올해에도 호텔업계가 초고가 프리미엄 케이크를 선보이는 흐름이 이어지며, 가격 양극화도 심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커피 프랜차이즈나 베이커리 업계는 상대적으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우수한 제품을 출시하며 수요 확보에 나섰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까지 출시를 예고한 연말 케이크 중 최고가는 서울 신라호텔에서 출시한 ‘더 파이니스트 럭셔리(The Finest Luxury)’제품이다. 제철 송로버섯(트러플)이 들어간 이 케이크의 가격은 50만원에 달해 신라호텔에서 출시한 케이크 중 역대 최고가를 경신했다. 호텔신라 관계자는 “연말용으로 출시하는 프리미엄 케이크는 가격이 매우 높지만 늘 수요가 커서 크리스마스 약 10일 전부터 예약 물량이 마감된다”고 말했다.
다른 호텔들도 수십만원대를 호가하는 케이크를 출시했다. 워커힐 호텔앤리조트는 화이트 초콜릿으로 겨울 마을 장식을 구현한 ‘뤼미에르 블랑슈’ 케이크를 38만원에 선보였다. 포시즌스 호텔 서울의 베이커리인 ‘컨펙션즈바이 포시즌스’도 다크 초콜릿 무스와 블랙 트러플크림을 넣은 ‘다이아몬드 포시즌스 리프’ 케이크의 가격을 30만원으로 책정했다.
연말 특수 속 케이크 가격이 매해 오르며 최근에는 ‘케이크플레이션(케이크+인플레이션)'이라는 신조어가 회자되고 있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가 운영하는 하이엔드 리조트 안토(구 파라스파라)가 사전 예약을 받는 크리스마스 케이크 중 최고가는 ‘메리고라운드’와 ‘600년 은행나무’라는 제품으로 11만9000원이다. 하지만 지난해 시즌 최고가 제품이었던 ‘메리 베리’의 가격은 6만8000원으로, 약 2배로 올랐다. 서울 신라호텔의 최고가 케이크도 지난해 출시한 트러플 케이크인 ‘더 테이스트 오브 럭셔리’(40만원)보다 10만원 올랐다.
매해 반복되는 가격 인상은 인건비와 원재료비 상승 등 요인도 있지만, 연말마다 특급호텔 케이크를 찾는 고정 수요가 뒷받침되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최철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호텔 베이커리를 주로 찾는 소비자층은 상대적으로 소비 여력이 갖춰져 있어 가격 인상에 대한 저항이 크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로 안토 관계자는 “안토 델리의 12월 케이크 판매량은 월평균 대비 2.5배 이상 증가했다”라고 말했다.
호텔과 달리 편의점이나 베이커리 프랜차이즈는 중저가 케이크를 선보이며 양극화된 수요를 끌어들이고 있다. GS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GS25는 연말 가성비 케이크 소비 수요를 반영해 4900원 미니 케이크부터 1만8800원 수준의 연말 케이크를 선보인다고 밝혔다.
CJ푸드빌의 뚜레주르, SPC그룹의 파리바게트는 2~3만원대 연말케이크를 비롯해 저가형 케이크도 새롭게 출시하고 있다. 뚜레주르는 크리스마스용으로 케이크 6종을 출시했으며, 최고가 케이크인 ‘시나모롤 드림볼’(3만9000원)을 포함한 모든 케이크가 4만원 미만이다.
파리바게트는 올해 ‘안녕! 스노우맨 미니’와 ‘안녕 루돌프 미니’ 케이크를 1만5000원에 선보였다. SPC그룹 관계자는 “이번 연말에는 소형화 디저트 트렌드와 가성비 수요를 반영해 가격을 낮춘 미니 케이크를 선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