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대 와인 생산국인 프랑스에서 포도밭이 사라지고 있다. 세계적으로 와인 소비량이 크게 줄면서 프랑스의 포도 농장들이 위기를 맞았다.
프랑스 농업부는 지난 24일(현지시간) 포도나무를 뽑는 농장들을 지원하기 위해 약 1억 3000만 유로(약 2200억원)를 투입하기로 했다. 농업부는 “수년간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수확에 타격을 입었고, 특히 레드와인의 소비량 감소, 지정학적 긴장으로 상황이 악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명 관광지이기도 한 프랑스 남부의 드넓은 포도밭은 황폐해지는 중이다. 이코노미스트는 “한때 포도나무로 아름답게 뒤덮여 있던 프랑스 남부 지역은 요즘 뒤죽박죽인 모습”이라며 “뿌리째 뽑힌 포도나무 줄기들이 검게 그을린 채 텅 빈 들판 곳곳에 버려져 있고 잡초로 뒤덮여 있다”고 전했다. 포도밭을 불태우면서 산불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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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와인 수입 70% 뚝…경기침체 원인
가장 큰 원인은 전 세계적으로 감소하는 와인 소비량이다. 국제와인기구(IOW)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와인 소비량은 약 214억 리터로 1961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특히 중국의 감소세가 두드러진다. 2017년엔 약 5억 5200만 리터에 달했던 수입량이 지난해 1억6500만 리터에 그쳤다. 7년 만에 70%가 줄어든 셈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6일 “최근 몇 년 동안 중국 경제 전반에 걸쳐 소비 침체가 나타났다”며 “소비자들이 장기간 부동산 침체와 불안정한 고용시장에 대응해 와인 같은 사치품에 대한 수요를 줄였다”고 전했다.
젊은 소비자들의 입맛도 원인으로 꼽힌다. 중국 청년들은 오래된 고급 와인보다 단맛이 나는 저렴한 와인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또 코로나19 기간 사회적 거리두기를 했던 관행으로 외식 대신 집에서 술을 마시는 이들이 늘면서 고급 와인은 설 자리를 더욱 잃었다. 이 때문에 그동안 중국 시장에 주력했던 유럽산 와인들은 직격탄을 맞았다. SCMP에 따르면 올해 1~3분기 중국의 프랑스·이탈리아·스페인 와인 수입량은 각각 전년 대비 19.7%, 12.8%, 26.9% 감소했다.
저렴한 중국산 와인 역시 프랑스 등 유럽의 고급 와인의 경쟁자다. 중국 서북부의 신장위구르자치구, 닝샤후이족자치구 등이 주요 와인 생산지이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저가 와인은 병당 약 6000원대에 불과하다. 중국 와인 기업들은 주로 홍콩과 북한에 수출했는데, 최근에는 와인 생산국인 프랑스, 호주에도 수출하며 해외 시장까지 넘보고 있다. 한 중국 와인 관계자는 “러시아는 유럽과 무역 문제를 겪고 있어 중국산 와인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고 SCMP에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