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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 전기차 배터리 화재, 관리도 막막…그 틈 파고든 앱 [비크닉]

중앙일보

2025.11.28 13:00 2025.11.28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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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피셜
잘 만들어진 브랜드는 특유의 세계관을 가지고 있어요. 흔히 브랜드 정체성, 페르소나, 철학이라고 말하는 것들이죠. 그렇다면 이런 브랜드의 세계를 창조하는 사람들은 누구일까요? 이들은 어떻게 이토록 매혹적인 세계를 만들고, 설득할 수 있을까요. 비크닉이 브랜드라는 최고의 상품을 만들어내는 무대 뒤편의 기획자들을 만납니다. 브랜드의 핵심 관계자가 전하는 ‘오피셜 스토리’에서 반짝이는 영감을 발견하시길 바랍니다.
최근 국내 전기차 시장의 성장세가 무섭습니다. 2011년 본격적인 보급 사업 이후 정부 보조금 정책과 저탄소 라이프스타일 트렌드가 맞물리며,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국면에서도 전기차 등록 대수는 누적 87만대(올해 11월 13일 기준)를 기록했습니다. 기후에너지환경부에 따르면, 내년엔 누적 100만 대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고요.

전기차 배터리 안전성 인증제 및 이력관리제가 본격 시행된 지난 2월 17일 인천국제공항 주차장 전기차 충전소에 주차된 차량이 충전하고 있다. 사진 뉴스1
문제는 성장의 속도와 운전자 경험 사이의 간극입니다. 충전 인프라는 빠르게 확대됐지만, 여전히 여러 개의 앱을 오가며 정보를 조합해야 하고, 차량마다 제각각인 배터리 상태와 상관없이 동일한 기준으로 관리를 받습니다. 보험료 산정, 정비 기준, 중고차 가치 평가 역시 내연기관 중심의 프레임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채 관성적으로 작동하고 있죠. 한마디로 전기차를 타는 사람은 늘었지만, ‘전기차답게 관리하는 방식’은 여전히 부재한 상태입니다.

12월 17일 첫선을 보이는 ‘와트플러스(Watt+)’는 이런 공백을 채우고자 생겨나는 애플리케이션 서비스입니다. 배터리 전문 제조업체인 피엠그로우(pmgrow)가 만든 전기차 통합 서비스 앱으로, 전기차 운전자의 생활 패턴과 차량 상태를 데이터로 연결해 ‘관리 기준’을 새로 정의하고 있죠. 전기차 시장만의 새로운 서비스 설계는 무엇일까요. 또 100만 대 시대에 들어선 국내 전기차 시장의 흐름은 어떻게 달라졌을까요. 비크닉이 박재홍 피엠그로우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한국 EV 시장의 사각지대를 노리다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진행한 박재홍 피엠그로우 대표. 홍성철 PD
‘배터리 생애주기 데이터를 가장 오래 축적해온 플레이어’. 와트플러스는 피엠그로우의 이런 정체성을 가장 잘 드러내는 서비스입니다. 2011년 버스용 배터리팩 제조로 출발한 회사가 이후 배터리 안전 진단 앱 ‘와트세이프(WattSafe)’, 성능 인증 서비스 ‘와트에버(WattEver)’를 거치며 제조–운영–재제조 전 과정에서 데이터 축적한 것이 사업의 근간이 됐죠. 약 15년에 걸친 배터리 기술 내공과 누적 1억8000만km 이상의 운행 데이터는 이 회사가 강조해온 경쟁력의 근간입니다.

와트플러스는 그동안 파편화돼 있던 전기차 관리 경험을 하나의 흐름으로 엮는 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안전·성능·충전·보험·정비·중고차 가치까지 전기차의 전 생애주기를 플랫폼 안에서 연결하고, 전기차 산업 전반의 서비스 효율과 신뢰도를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입니다. 박 대표는 “충전사업자(CPO)·보험사·정비업체·금융사 등 개별 주체는 존재하지만, 이들 사이를 배터리 데이터로 유기적으로 잇는 구조는 부족했다”고 짚었어요.

와트플러스(Watt+) 앱 서비스 화면. 피엠그로우
Q. 와트플러스를 출시한 계기가 있나요.
A. 전기차는 이미 일상적인 이동 수단이 됐지만, 사용자 경험(UX)은 여전히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습니다. 충전 불편, 화재 불안, 보험료 부담, 중고차 가치 불확실성까지, 공통으로 드러나는 건 ‘배터리 데이터 기반 서비스의 부재’입니다. 단순한 정보 나열이 아니라, 운전자가 실제로 참고할 수 있는 ‘운행 전략’이 필요하다는 거죠. 축적된 데이터와 진단 기술을 바탕으로 사용자의 주행 패턴을 해석하고, 보다 합리적인 운행 방식을 제안하는 게 서비스 기획의 출발이었어요.

Q. 기존 전기차 앱과의 차별점은 무엇인가요.
A. 대부분의 전기차 앱이 충전소 위치나 결제 편의에 초점을 맞춘다면, 운전자가 진짜 궁금해하는 건 ‘내 차를 어떻게 관리해야 가장 효율적인가’입니다. 와트플러스는 주행 데이터 기반으로 차량 상태를 진단하고, 이상징후를 사전에 예측합니다. 공신력 있는 기준을 적용해 ‘배터리 인증서’를 발급함으로써 차량의 상태를 보다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게 했어요. 결과적으로 데이터가 단순 참고 정보에 그치지 않고, 관리 판단과 차량 가치 평가에 활용될 수 있도록 연결했습니다.

배터리의 ‘상태’를 ‘신뢰’로 바꾸는 일
서울의 한 쇼핑몰 내 전기자동차 충전 구역 모습. 사진 뉴스1
일반적으로 전기차 한 대의 가격에서 배터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40%에 달합니다. 하지만 소비자가 배터리의 건강 상태를 ‘가격처럼’ 직관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기준은 여전히 적습니다. 같은 연식과 주행거리라도 충전 습관, 사용 환경, 열 관리 방식에 따라 성능 격차가 크게 벌어지지만, 이는 중고차 거래나 보험, 보증 판단 과정에서 충분히 반영되지 못해왔죠. 시장이 커질수록 ‘배터리의 불확실성’은 곧 소비자의 불안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죠.

피엠그로우는 이 지점을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신뢰의 부재’로 해석합니다. 차량운전데이터수집장치(OBD) 기반 데이터를 통해 배터리 성능, 열화도, 이상 신호 등을 시각화하고, 배터리 데이터를 언제든 검증 가능한 정보로 전환하겠다는 접근이죠. 이달 선보인 와트플러스 베타 테스트 이후 전기차 동호회와 소셜미디어(SNS)에서 나타난 반응도 흥미롭습니다. 전기차 이용자 커뮤니티, 개인화된 피드, 리워드 연계 소비 구조 등을 결합한 사용자 인터페이스(UI) 설계가 단순 정보 제공을 넘어 ‘참여하는 데이터 경험’으로 받아들여졌다는 평가입니다.

Q. 데이터의 신뢰성은 어떻게 확보하나요.
A. 데이터는 소유자가 제공 여부를 직접 선택할 수 있도록 설계했습니다. 강제 수집이 아니라 자발적 참여를 통해 신뢰를 축적하는 구조죠. 산업부 지정 ‘민간 1호 재사용전지 안전성 검사기관’으로 운영되며 관련 검증 체계를 구축해왔고, 국제 인증기관 티유브이르트(TÜV NORD)의 데이터 신뢰성 인증을 통해 기술력을 공식 인정받았습니다. SK렌터카, 헤이딜러, 오토허브셀카 등과 협업해 배터리 잔존가치 평가 시스템을 상용 운영하며, 실사용 기반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축적하고 있어요.

제조를 넘어 ‘서비스 경쟁’의 시대로
전기차 배터리를 충전하는 모습. 사진 셔터스톡
전기차 시장의 화두는 이제 ‘차량이 어떻게 쓰이고, 어떻게 관리되느냐’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전기·수소차 비중은 여전히 전체 차량의 3%대에 머물지만, 정부는 전기차 보조금을 올해 7150억원에서 내년 9360억원으로 약 30% 늘렸고, 글로벌 전기차 브랜드들도 신차 출시를 예고하며 한국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죠. 겉으론 보급 경쟁이 지속하는 듯 보이지만, 이면에선 경쟁의 축이 하드웨어에서 서비스로 넘어가는 전환이 시작됐다는 분석입니다.

Q. 전기차 시장이 서비스 경쟁으로 전환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A. 제조가 일정 수준에 도달하면 서비스 경쟁으로 넘어가는 건 자연스러운 수순입니다. 차량 성능과 스펙만으로 차별화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죠. 앞으로 경쟁력은 ‘사용자가 실제로 체감하는 서비스 품질’에서 갈릴 것으로 보입니다. 운전자가 안전하고 경제적이며 편리하게 전기차를 운행할 수 있는 방식을 선택할 테고요.


Q. 와트플러스의 향후 방향은요.
A. 에너지·모빌리티·금융이 결합한 확장형 서비스 플랫폼으로 키우는 게 목표입니다. 국내에서 쌓은 초기 시장 경험을 바탕으로 해외 진출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제조 기반은 상대적으로 약하지만, 서비스와 금융 인프라가 발달한 동남아(태국·인도네시아 등)는 데이터 기반 서비스 수요가 높고, 호주·뉴질랜드처럼 인건비가 높은 선진국에서는 고장을 예측해 정비 비용을 줄여 주는 예방 정비 서비스에 관심이 많습니다. 국가마다 EV 보급 속도와 제도 환경, 전력 구조가 다르기 때문에 단계적으로 사업 모델을 검증해 나갈 계획입니다.




김세린([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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