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만 反美 연대?…中·러·이란 '베네수 위기'에 선긋기
생일축하나 지지성명 등 립서비스만…실질 도움 안 줘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 베네수엘라가 우고 차베스와 니콜라스 마두로 집권기 20여년에 걸쳐 공들여온 '반미 연대'가 정작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위협이 현실화하고 있는 와중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공연하게 마두로 대통령 축출을 내걸고 주변에 군사력 배치를 증강하면서 베네수엘라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중국, 러시아, 이란, 쿠바, 니카라과 등 반미 성향 권위주의 국가들은 베네수엘라에 실질적 도움은 전혀 주지 않고, 기껏해야 베네수엘라와 마두로를 지지한다는 '립서비스' 정도만 하고 있다.
베네수엘라 근처 해역에 미군 함대가 배치돼 있는 가운데, 베네수엘라의 우방국들이 해준 일이라고는 11월 23일 마두로의 63세 생일을 맞아 축하 메시지를 보낸 정도뿐이다.
니카라과 독재자 다니엘 오르테가 대통령은 "어려운 시절, 험난한 길 위에서, 도전적인 갈림길에서, 싸워서 이기는 법을 아는 전사의 영혼의 빛이 빛난다"고 생일 축하 편지에서 말했다.
미국 워싱턴DC 소재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미주 프로그램 국장 라이언 C. 버그는 "이른바 '권위주의의 축'은 평화시에 훨씬 더 강해 보인다"며 "실제로 필요할 때는 내실이 약간 없다는 점이 입증된 바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최근 3개월여간 카리브해와 동태평양을 지나는 마약 밀매 의심 선박들을 공습했으며 이로 인해 80여명이 숨졌다.
미국 측은 공격 대상 선박들이 테러조직들의 마약밀수를 하고 있었다고 주장한다.
이를 비판하는 이들은 이런 공격이 법절차를 거치지 않은 살인행위이며 미국의 우방국들이 정보 공개를 꺼리도록 만들고 있다고 지적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군사작전을 더 강화해 베네수엘라에 지상군 공격까지 할지 여부는 밝히지 않고 있다.
베네수엘라의 우방국 중 쿠바, 이란, 니카라과는 자국이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을뿐만 아니라 현실적으로 미국에 맞서 베네수엘라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중국과 러시아는 과거에는 베네수엘라에 경제원조와 함께 무기와 군사장비 지원, 유지보수와 훈련 등을 제공했으나 요즘은 지원을 줄였으며, 양국 모두 자국 사정이 다급해서 베네수엘라에 신경을 쓰기가 어렵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중국은 국내 경기가 나빠서 여력이 없다.
게다가 양국 모두 현재 트럼프 행정부와 주요 외교·무역 협정을 협상중이어서 베네수엘라 문제로 정치적 자본을 허비할 수가 없는 여건이다.
러시아와 중국은 올해 6월 이란이 이스라엘의 공격을 받은 '12일 전쟁' 때도 이란에 대한 외교적 지지를 밝혔을 뿐 군사적으로는 불개입을 유지했으며, 심지어 이란 핵시설이 미국의 공습을 받은 후에도 마찬가지였다.
또 지금보다 우방국들과의 경제적·정치적 교류가 활발했던 차베스 집권기에 비해 마두로 집권기 들어 베네수엘라 국내 경제가 악화하고 투자 성과가 저조해 교류가 약화된 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중국의 경우 마두로 집권 후인 2015년부터 베네수엘라에 대한 인프라 투자 계획과 신규 차관 제공을 중단하고 원조를 대폭 줄였다.
중국은 베네수엘라가 상환하지 못한 차관을 베네수엘라산 원유 현물로 대신 지급받고 있다.
워싱턴DC 소재 정책 싱크탱크 '인터아메리칸 다이얼로그'에서 아시아-라틴아메리카 관계를 연구하는 마거릿 마이어스 연구원은 "'채무자의 함정'이라는 말이 있으나, 이는 (중국이 처한 상황은) '채권자의 함정'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마두로가 미군 침공에 대비하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 측이 군용기 보수와 지대공 미사일 시스템을 지원하고 있는 정도가 그나마 주요 지원 조치다.
또 지난 주말에는 경질 원유와 나프타를 실은 유조선 2척이 베네수엘라에 입항했다.
해당 유조선들은 국제 금수조치를 위반해 러시아산 원유를 운반한 전력이 있는 것으로 유럽연합(EU)에 의해 지목된 선박들이었다
경질 원유와 나프타는 베네수엘라가 연료와 중국에 수출할 중질유를 생산하는 데에 반드시 있어야 하는 자원들이다.
러시아 나름대로는 어느 정도 성의를 보인 셈이다.
다만 이런 정도의 도움으로는 매우 부족하다는 게 분석가들의 진단이다.
러시아의 중남미 정책을 추적해온 콜롬비아 이세시대 국제관계학 교수 블라디미르 루빈스키는 러시아의 이런 소소한 도움을 "미국이 베네수엘라에 치명적인 무력을 행사할 경우에는 충분할 리가 없는 조그만 제스처들"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러시아가 지금까지 준 도움을 넘어서서 마두로를 추가로 돕지는 않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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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화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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