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참사 홍콩 아파트엔 장기거주 노인 상당수…애타는 가족들
42년 전 저소득층 내집마련 정책으로 분양…자식 독립 후에도 거주한 경우 많아
(베이징=연합뉴스) 정성조 특파원 = 70년만에 발생한 최악의 대형 참사로 기록된 홍콩 '웡 푹 코트' 아파트 단지 화재 피해자 가운데 상당수는 노인들이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30일 전했다.
32층짜리 이 아파트 단지는 홍콩 식민지 정부의 자가소유계획(Home Ownership Scheme)에 따라 1983년 건설된 곳이다.
홍콩 당국은 시장 가격보다 크게 할인된 가격으로 보조금을 얹어 저소득층이나 중간소득 계층에 아파트를 분양했다.
면적 40∼45㎡(약 12.1∼13.6평)에 침실 두개짜리로 구성된 이 1천984세대 아파트 단지는 월 소득이 6천500 홍콩달러(약 122만원)에 못 미치는 젊은 가족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가뜩이나 가격대가 높은 홍콩 민간 주택 시장에서 집을 사기는 힘들지만 공공임대주택을 떠나 '계층 사다리'를 올라가려는 사람들이 첫 '내 집'으로 선택한 곳이었다.
SCMP는 이 아파트에서 자식을 낳아 키우고 독립시킨 많은 노령의 주민이 이 아파트에 살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노인이 혼자 지내는 집도 있었고, 가사도우미와 함께 지낸 집도 있었다.
화재가 발생한 26일 오후 2시 52분(현지시간)은 직장인과 학생이 바깥에 나가 있는 때였고, 상당수 노인은 가사도우미나 어린 손자들과 함께 집에 있었다.
화재 전 웡 푹 코트 주민들은 1년 반 넘게 건물 주위를 두른 대나무 비계와 녹색 그물망 속에서 생활해왔고, 리모델링 작업 때문에 창문을 스티로폼으로 막은 세대도 적지 않았다.
홍콩인 위니 후이씨는 이번 화재가 발생한 뒤 소셜미디어에 6개월 된 딸을 구해달라고 호소했다. 아기는 불이 처음 시작된 동에서 68세인 할머니 리킨육씨와 함께 있었다.
할머니 리씨는 오후 3시 2분 며느리 후이씨에게 전화로 "밖에 연기가 있어서 같은 층 다른 집으로 이동하겠다"고 했는데, 이게 마지막 통화가 됐다. 75세인 할아버지도 실종됐다.
70대 여성 양모씨는 28일 이 아파트에서 혼자 살던 언니의 생사를 알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었다. 그는 "임시대피소와 병원에 가봤지만 아무것도 듣지 못했다. 최악을 준비하고 이곳에 왔는데 아직 찾지 못했다"며 눈물을 흘렸다.
이번 화재로 80세 형을 잃은 76세 람모씨는 아직 처제와 조카를 찾지 못한 상태였다. 병원 직원들은 처제와 조카 입원 기록이 없다고 했고, 람씨는 "한 명의 장례를 치러야 할지 세 명의 장례를 치러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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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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