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백악관 인근에서 발생한 주(州)방위군 총격 피살 사건 이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반(反)이민 정책 드라이브를 가속화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9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 글을 통해 외국인 이민ㆍ망명 단속 강화 기조를 재확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추수감사절 연휴 주말인 이날 소셜미디어에 이민ㆍ국적법 제212조 조항을 그대로 올렸다. 해당 법 조항은 특정 외국인 또는 외국인 집단의 미국 입국이 미 국익에 해롭다고 인정될 경우 대통령은 대통령령을 통해 해당 외국인 또는 집단의 입국을 정지하거나 제한을 부과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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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려 국가’ 출신 입국 빗장 의지
이민ㆍ국적법 212조는 대통령에게 외국인의 입국 정지 또는 제한 권한을 부여했지만, 입국 후 체류 자격을 박탈하거나 망명 신청 자체를 무효화하는 것까지 포함하느냐를 놓고는 논란이 있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이 조항을 인용한 것은 주방위군 2명에 총격을 가한 용의자가 아프가니스탄 국적 이민자 출신인 것으로 드러나면서 아프가니스탄을 포함한 ‘우려 국가’ 출신들의 미국 입국에 강력한 빗장을 걸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흐름 속에서도 미 당국은 한국인에 대한 비즈니스 목적의 비자 발급 역량은 대폭 강화해 대조를 이뤘다. 이날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 국무부는 지난달부터 서울 주재 대사관의 한국인 대상 비즈니스 비자 처리 능력을 확대했다. 이에 따라 평상시보다 5000건 이상 추가 면접을 진행할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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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비자 발급 위한 영사 인력은 추가
국무부는 “한국 기업의 미국 내 투자를 지원하는 비자 발급을 위한 영사 인력 추가를 포함해 합법적인 출장을 촉진함으로써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재산업화’ 공약을 이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무부는 다만 추가된 영사 인력 규모가 몇 명이나 되고 추가 면접을 진행하는 기간이 얼마나 될 것인지 등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았다.
지난 9월 조지아주 현대자동차ㆍ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공장 건설 현장에서 일하던 근로자들에 대한 미 이민세관단속국(ICE)의 급습으로 단기 상용 B-1 비자나 전자여행허가(ESTA) 프로그램으로 입국한 한국인 근로자 317명이 구금되는 사태가 발생했었다. 당시 구금됐던 한국인 근로자 가운데 B-1 비자 소지자들은 모두 비자가 재발급됐고 이 가운데 30여 명이 공장에 복귀했다는 소식이 최근 전해진 바 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1일 폭스 인터뷰에서 조지아주 구금 사태를 거론하며 “배터리 제조 과정은 매우 복잡하고 위험하다. 한국인 500~600명을 데려와 현지 기술을 전수하려 했는데 그들을 내쫓으려 했다”고 지적했다. 미국이 해외 전문직 기술 인재를 적극적으로 수용해야 한다는 취지였는데, 배터리 공장 근로자들의 복귀가 속속 이뤄지고 미 국무부가 한국인 상용 비자 발급 역량을 늘린 것도 이런 인식 속에 이뤄진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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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이민국 “외국인 망명 결정 중단”
하지만 지난 26일 주방위군 총격 사건 이후 제3세계 국가의 미국 이민ㆍ망명을 막는 장벽은 더욱 높아지는 형국이다. 미 국토안보부 산하 이민국(USCIS)의 조지프 에들로 국장은 지난 28일 소셜미디어 엑스(X) 글을 통해 “모든 외국인이 최대한의 심사와 검증을 받을 수 있을 때까지 모든 망명 결정을 중단했다. 미 국민의 안전이 늘 최우선이다”고 밝혔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제3세계 국가로부터의 미 이주를 영구적으로 중단하겠다고 한 다음 날 발표된 조치다. 트럼프 대통령의 해당 발언이 나온 뒤 이민국은 모든 ‘우려 국가’ 출신 외국인의 영주권에 대한 전면적 재조사에 들어갔고,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은 불법 체류 외국인에 대한 연방정부 차원의 지원 혜택을 없애겠다고 공언했다.
미 국무부는 아프간 출신자들의 비자 발급도 중단했다고 한다. 여기에는 아프간 전쟁에서 미국을 도운 협력자도 포함된다. 앞서 미 행정부는 지난 6월 포고문에서 이란ㆍ예멘ㆍ아프간ㆍ미얀마 등 19개국 국민의 미국 입국을 전면 금지하거나 부분적으로 제한하면서도 미국에 협력한 이들에게는 예외를 적용했는데, 이번에 모든 아프간인들의 입국을 봉쇄한 것이다. NYT는 “아프간인들이 미국으로 들어올 수 있는 마지막 법적 통로가 막혔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