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에도 모래판 지존은 김민재(23·영암군민속씨름단)였다. ‘씨름 괴물’이라는 별명답게 절대강자의 지위를 지켜냈다.
김민재는 지난 29일 경북 의성종합체육관에서 열린 2025 의성천하장사씨름대축제 천하장사 결정전(5전3승제)에서 베테랑 김진(36·증평군청)에 3-0 완승을 거두고 꽃가마에 올랐다. 김민재가 천하장사 타이틀을 품에 안은 건 이번이 3번째다. 지난 2022년과 지난해에 이어 올해 2년 연속 왕중왕에 올랐다.
김민재는 민속씨름의 최중량급인 백두급(140㎏ 이하)에서 이만기-강호동-이태현을 이어 최강자 계보를 이어가는 중이다. 김민재가 처음 천하장사에 오른 지난 2022년 당시 울산대 대학 중이었다. 민속씨름 레전드로 첫 손에 꼽히는 이만기 인제대 교수 이후 37년 만에 대학생 신분으로 천하장사 타이틀을 거머쥐어 뜨거운 주목을 받았다. 이후 정식으로 민속씨름 무대에 진출한 뒤 지난해와 올해 2년 연속 천하장사에 오르며 경쟁력을 입증했다.
올 시즌을 앞둔 김민재의 목표는 전관왕이었다. 지난 2023년 6회 우승, 지난해 5회 우승을 달성한 기세를 이어 올해는 연간 9차례 정도 열리는 민속씨름대회를 모두 우승으로 장식한다는 꿈을 품었다. 모래판에 명실상부한 ‘김민재 시대’를 연다는 각오였다. 시즌 초 각종 인터뷰에서도 “누구도 이뤄보지 못한 전관왕의 위업을 반드시 이루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실제 흐름은 기대와 달랐다. 시즌 초반 햄스트링(허벅지 뒤근육)을 다쳐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고, 재활을 거쳐 모래판에 복귀했지만 이번에는 허리 부상에 시달렸다. 3대 중량(스쿼트·데드리프트·벤치프레스 합산 중량을 의미) 780㎏을 거뜬히 찍는 괴력의 원천인 허리가 고장 나자 좀처럼 상대를 압도하지 못 했다. 4월 평창 대회를 건너뛰었고 5월 유성 대회와 단오 대회에선 장사결정전 진출에 실패했다.
올 시즌 우승은 세 차례에 그쳤다. 하지만 가장 권위 있는 설날장사대회와 추석장사대회, 천하장사대회에서 모두 우승 트로피를 품에 안으며 최강자로서의 자존심을 지켰다. 세 번의 천하장사 타이틀과 14번의 백두장사 타이틀을 합쳐 김민재의 우승 이력은 통산 17회로 늘었다. 다음달 15일 개막하는 올 시즌 최종전인 문경오미자장사씨름대회에서 백두급 정상을 지켜내면 올해 4승과 통산 18승 고지에 오르며 새해를 맞이할 수 있다.
기대했던 전관왕에 못 미치는 성적을 냈지만, 2025년은 김민재가 심리적으로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 김민재는 이제껏 언제 어떤 상대를 만나도 힘 대 힘의 정면 승부를 피하지 않는 ‘공격씨름’을 유지했다. 하지만 허리가 온전치 않았던 올해 추석장사대회에선 선제 공격을 자제하고 상대의 힘을 역이용하는 지능적인 플레이로 장사 타이틀을 추가했다.
당시 김민재는 “부상에서 완벽히 벗어난 상태가 아니라 섣불리 선제공격을 시도하지 않았다”면서 “정말 이기고 싶어 (지키는 방식의) 그런 씨름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만의 씨름 스타일을 고집하지 않고 상황에 맞게 변형을 가해 승리 가능성을 높이는 방법을 깨달은 건 김민재가 타고난 기량에 노련미까지 추가하며 진화했다는 걸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