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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로 간 1.2조 인공태양…"조건 충족 새만금 왜 탈락" 전북 반발 [이슈추적]

중앙일보

2025.11.29 22:24 2025.11.29 2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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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영(오른쪽 두 번째) 전북지사를 비롯해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전북도당 위원장(오른쪽 세 번째)과 안호영·한병도·박희승·이성윤 등 전북 지역 국회의원 5명은 지난 27일 국회에서 핵융합(인공태양) 연구시설 부지 선정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현행법상 토지 소유권 이전 조건을 충족한 새만금이 왜 탈락이냐″며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다. 사진 전북특별자치도


전북도 “31일 이의 신청”

지난 24일 ‘꿈의 에너지’라 불리는 인공태양(핵융합) 연구시설 부지 우선협상지역으로 전남 나주시가 선정된 것을 두고 후폭풍이 거세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부)는 다음 달 3일까지 이의 신청을 거친 뒤 최종 부지를 확정할 예정이지만, 공모에서 탈락한 전북특별자치도가 “부당한 결정”이라며 재검토 요구에 나섰다.

전북도는 30일 “(인공태양 연구시설 부지 선정 관련) 공고문에 명시된 ‘토지 소유권 이전 가능 지역 우선 검토’라는 핵심 요건을 새만금만 충족했는데도 배제된 것은 재량을 일탈·남용한 것이고, 평가 위원들이 현장 평가를 하지 않은 것은 절차상 하자가 있다”며 “과기부와 (과기부·교육부 산하) 한국연구재단에 31일 공식적으로 이의 신청서를 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공모를 주관한 한국연구재단은 별도로 이의심사위원회를 구성해, 한 달 안에 결론을 내릴 것이라고 전북도는 전했다.

인공태양은 수소 1g으로 석유 8t을 대체할 만큼 효율이 높고, 바닷물 등에 있는 수소와 리튬을 사용함으로써 온실가스가 발생하지 않아 ‘꿈의 청정에너지’로 불린다. 이번 공모엔 나주시와 군산시(새만금), 경북 경주시 등 3곳이 경쟁했다. 전북도는 공고문에 명시된 ‘소요 부지는 지자체에서 무상 양여 등의 방식으로 토지 소유권 이전이 가능한 지역을 우선적으로 검토한다’는 조항을 핵심 쟁점으로 삼았다. 또 ‘부지가 기본 요건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평가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규정도 강조했다.

대전 유성구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 특수실험동 내 'KSTAR(인공태양)' 모습. 뉴스1


“나주 86% 개인 소유…무상 양여 불가”

신원식 전북도 미래첨단산업국장은 “전북도와 군산시는 공모 기준에 맞춰 현행법 내에서 연구시설 완공 즉시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에 소유권을 이전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한 방안을 제시했다”고 했다. “새만금 부지는 본래 장기 임대 방식(50년 무상 임대, 50년 갱신)이었으나, 공고문에 따라 출연금 지원을 통한 소유권 이전 방식으로 수정했다”는 설명이다.

반면 “우선협상지역으로 선정된 나주 후보지는 국가산단 토지 비중이 14%에 불과하며, 나머지 86%가 개인 소유 지장물로 구성돼 지자체 차원의 무상 양여나 소유권 이전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전북도 주장이다. 신 국장은 나주시 측이 제시한 ‘특별법 제정을 통한 무상 양여’ 방안에 대해서도 “입법 권한이 없는 지자체가 실현 가능성 낮은 방안을 내세운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치권도 가세했다. 김관영 전북지사를 비롯해 윤준병·안호영·한병도·박희승·이성윤 등 더불어민주당 전북 지역 국회의원 5명은 지난 27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정성을 흔든 결정”이라며 과기부를 비판했다. 그러면서 신청 지역별 평가 내용과 점수를 투명하게 공개할 것을 요구했다.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전북도당 위원장은 “현행법상 충족이 어려운 조건을 내걸고, 정작 그 조건을 실제로 충족한 새만금은 탈락시켰다”며 “처음부터 특정 지역을 염두에 두고 기획된 것이 아니냐는 의심마저 든다”고 했다. 김 지사는 “필요하다면 행정·법적 수단을 포함해 모든 대응을 강구하겠다”고 했다.

김영록 전남도지사(왼쪽 네 번째)가 지난 19일 서울 국회 민주당 원내대표 회의실에서 김원이 전남도당 위원장(왼쪽 다섯 번째)을 비롯한 광주·전남 지역 국회의원들과 인공태양 연구시설 나주 유치를 촉구하는 공동 결의를 하고 있다. 뉴스1


전남도 “모든 조건 충족”…조국혁신당 “도지사 무능”

이에 대해 전남도와 나주시는 현재까지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다만 공모 기간 “나주는 부지 규모와 지반 안정성, 산·학·연 인프라 등 모든 공모 조건을 충족한다”는 점을 내세웠다. 후보지인 왕곡면 에너지 국가산단에 공모 조건인 50만㎡의 2배가 넘는 100만㎡ 이상 부지를 제공할 수 있고, 한국전력 본사와 670여개 전력 기자재 기업,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 등이 집적한 ‘에너지 밸리’와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점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이와 함께 일대 지반이 단단한 화강암이며, 지난 50년간 지진 등 자연재해가 전무했다는 점과 높은 주민 수용성도 높은 평가를 받은 요인으로 꼽힌다.

전북 지역에선 다수당인 민주당과 도정을 질타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조국혁신당 전북도당은 “인공태양 유치 좌절은 지역 정치권, 특히 민주당 의원들과 도지사, 군산시의 무능하고 안일한 대응에 그 원인이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전북도당은 “도민의 정치적 무력감과 상실감이 커지고 있다”고 했다.

한편, 정부는 최종 부지가 확정되면 내년 예비타당성 조사를 거쳐 1조 2000억원 규모 핵융합 연구시설 조성 사업을 2027년 착공, 2036년 완공을 목표로 추진할 계획이다. 이 사업은 300여개 기업 입주, 1만명 이상 고용 창출 등 10조원 규모 경제적 파급효과가 예상된다.



김준희.최경호([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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