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8일 오전 8시 6분쯤, 대곡행 열차가 서해선 시흥시청역에 도착하자 플랫폼을 가득 채웠던 승객들이 열차 안으로 몰려들었다. 신천역과 소사역, 부천종합운동장역을 지나면서 열차 내 승객 밀집도는 더욱 높아졌다. 역마다 가득 찬 객실 안으로 승객들이 열차에 타려 하자 내부 곳곳에선 “이젠 더 못 탄다”며 비명이 터져 나왔다.
서해선 전동열차가 지난달 28일부터 단축 및 서행 운전을 시행하면서 열차를 이용하는 시민들의 민원이 폭주하고 있다. 특히 출퇴근 시간대 열차가 연착되고, 혼잡도가 높아지면서 이용객들 사이에선 “압사 공포까지 느꼈다”는 우려가 나온다. 30일 기준 서해철도주식회사 민원 게시판엔 ‘제2의 이태원 사고를 겪어야 정신을 차릴 건가’ ’출근길마다 압사 사고 나겠다’ 등 글이 한 달 동안 500개 넘게 올라왔다.
출근시간대 열차에 직접 타 보니 승객들 모두 틈 없이 납작하게 눌려 있을 정도로 혼잡한 상황이었다. 시흥에서 여의도로 출퇴근하는 직장인 김예은(31)씨는 “원래도 승객들로 붐비던 열차가 단축 운행 이후 연착까지 더해지면서 더 미어터졌다”며 “흉통에 숨도 잘 못 쉬겠다”고 말했다. 열차를 타고 가다가 김포공항역에서 내려 심호흡을 하고 있던 50대 장모씨는 “열차에 타면 사람들이 가득 차서 내 발이 허공에 뜨는 것 같은 느낌까지 받았다”며 “이러다 큰일이 나는 건 아닐지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지난 27일 일산에서 원시행 열차를 이용한 김정호(35)씨는 “열차 시간표도 맞지 않아 회사에 지각한 날도 여러 번 있었다”며 “지난번엔 58분이나 연착된 적도 있었다”고 토로했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는 서해선 차량 17개 중 10개에서 중간 연결기 결함이 의심되자 지난달 24일부터 원시~대곡역 구간에서 시속 40㎞ 이하 서행 운전을, 지난달 28일부터는 대곡~일산역 구간 단축 운행을 시행하고 있다. 이에 해당 구간 열차 운행 횟수는 기존 62회에서 42회(평일)·38회(주말)로 약 40% 단축됐다. 12월 1일부터는 운행 횟수를 평일·주말 모두 각 14회로 추가 조정된다.
서해선은 경기 일산부터 김포, 부천, 시흥, 안산을 연결한다. 9(김포공항)·7(부천종합운동장)·1(소사)·4(초지)호선 환승이 가능해 경기권에서 출퇴근하는 시민들이 자주 이용하는 노선이다. 지난달 출근 시간대 서해선에 승차한 인원은 35만4356명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안전 사고 우려가 있는 만큼 대체 가능한 교통수단을 추가로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김포시의 경우 지난 2023년 김포골드라인 열차 과밀로 승객들이 호흡 곤란으로 쓰러지는 등의 사고가 발생하자 출근 급행버스를 운행하도록 해서 혼잡도를 225%에서 204%로 낮춘 바 있다.
강경우 한양대 교통물류학과 교수는 “가장 혼잡한 구간의 두세 정거장에 대해선 대체 교통수단인 버스를 추가 동원하고, 시민들에게 대체 수단 이용을 권유하도록 해야 한다”며 “사고 위험이 있을 정도로 혼잡한 상황이 더는 생기지 않게끔 열차 결함 등의 문제를 빠르게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코레일 관계자는 “차량 소유 주체인 정부와 발주처인 국가철도공단, 차량 제작사와 함께 신속한 조치를 적극 협의하겠다”며 “시민 불편을 이해하지만, 차량 결함으로 인한 안전사고를 막기 위한 조치인 점에 대한 이해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서행으로 인한 고객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12월 1일자로 운행 조정을 했으며, 배차 간격 유지를 통해 지연을 해소하고, 혼잡도 개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