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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日 갈등에 韓관광 수혜봤지만…'소부장' 공급망 불안 커진다

중앙일보

2025.11.29 23:36 2025.11.29 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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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서울 중구 롯데면세점 명동점에서 중국인 관광객이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중국 여행 플랫폼 취날(去兒)에 따르면 지난 15~16일 중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해외 여행지로 한국이 일본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같은 기간 항공권 결제 건수도 한국이 1위를 차지했다. 여행지로서 한국이 일본을 역전한 시점이 미묘하다. 중국 정부가 14일 자국민에게 일본 여행 자제를 권고하는 등 일명 ‘한일령(限日令)’을 내린 직후라서다. 한국이 중·일 갈등의 최대 수혜를 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반드시 그럴까.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가 지난 7일 대만 유사시 군사 개입 가능성을 언급한 뒤 중·일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중국은 즉각 일본 여행·유학 자제령을 발표했다. 최근엔 일본산 수산물 수입 중단 조치로 전선을 넓혔다. 일본은 “대화에 열려있다”면서도 다카이치 총리의 대만 관련 발언 철회는 거부했다.

중·일 외교 갈등이 경제로 번진 건 처음이 아니다. 중국은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 분쟁이 불거진 2010년 일본에 희토류 수출을 제한하고 불매운동, 관광 금지조치 등 전방위 규제를 했다. 신각수 전 주일대사는 “다카이치 총리의 대만 언급은 철저하게 계산된 발언이며, 일본은 입장을 바꿀 가능성이 없다”며 “센카쿠 분쟁 당시 일본이 중국의 제재에도 물러서지 않고 꿋꿋이 버틴 전례가 있는 만큼 갈등이 장기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당장 한국 경제에 미칠 파장이 주목된다. 중국이 일본 관광을 제한하며 줄어든 일본향(向) 관광객이 한국으로 향할 경우 한국이 ‘대체 관광지’로서 수혜지다. 최대 여행 성수기인 내년 초 춘절(중국 설)까지 반사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중국인 무비자 입국 정책까지 더해져 한국이 일본의 대체 여행지로 주목받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수현 DS투자증권 연구원은 “중·일 갈등이 길어질수록 지리적 접근성과 비용 경쟁력을 갖춘 한국이 갈등의 핵심 수혜국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며 “관광뿐 아니라 패션·화장품·먹거리 등 소비재 유통 전반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갈등 장기화, 확대에 따른 리스크(위험)도 있다.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20%를 차지할 정도로 큰 한·중·일 경제권이 서로 공급망으로 긴밀하게 연결돼 있어서다. 한국은 반도체와 전기차 배터리 같은 주력 제조업뿐 아니라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수급에서 중·일과 공급망으로 긴밀하게 엮여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한국의 소부장 의존도는 지난해 기준 중국 29.5%, 일본 13.9%에 달한다.

이지평 한국외대 융합일본지역학부 교수는 “한국 제조업체는 중·일에 생산 시설을 두거나 핵심 부품을 조달하는 경우가 많다”며 “중국이 일본 기업에 희토류 등 수출을 규제하거나, 반대로 일본이 중국에 대한 소부장 규제를 강화할 경우 한국의 수출 공급망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는 “기업마다 중·일 갈등 장기전에 대비한 단계별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성춘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미·중 갈등이 한창인데 중·일 긴장이란 대외 변수가 추가됐다”며 “정부가 동아시아 역내 긴장 완화를 위한 중재자로서 역할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기환([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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