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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렌스키 '분신' 잃었다…우크라 종전안 협상 앞두고 사면초가

중앙일보

2025.11.29 23:49 2025.11.30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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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드 사르수엘라 궁전에서 회담에 참석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오른쪽)과 안드리 예르마크 대통령실 비서실장. AFP=연합뉴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사면초가에 빠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일 압박하고 있는 종전안 협상을 앞두고 자신의 ‘오른팔’로 꼽히던 최측근을 잃으면서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 28일(현지시간) 안드리 예르마크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사의를 표했다고 밝혔다. 예르마크는 에너지 공기업의 리베이트 비리를 수사 중인 국가반부패국(NABU)이 자택을 압수 수색하자 비서실장직에서 물러났다. 그는 최근 우크라이나의 에너지·방산 분야의 대규모 뇌물 스캔들의 몸통으로 지목된 바 있다.

지식재산권 전문 변호사였던 예르마크는 15년 전 영화 제작자로 활동하면서 당시 코미디언 겸 배우였던 젤렌스키를 만났다. 2019년 젤렌스키가 집권하자 외교를 총괄하다가 이듬해 비서실장으로 승진했다. 2022년 러시아의 침공이 시작된 후에는 젤렌스키 대통령과 관저에서 함께 생활하며 한 몸처럼 움직였다. 올레흐리 바추크 전 비서실장은 “젤렌스키를 논하며 예르마크, 예르마크를 논하면, 젤렌스키”라며 두 사람이 너무 가까워져서 “하나가 됐다”고 할 정도였다.

전시 체제에서 실질적 결정권자였던 예르마크가 사임하면서 젤렌스키 대통령의 리더십에도 균열이 불가피해 보인다. 예르마크는 우크라이나의 거의 모든 외교·군사·정치적 의사결정을 주도하면서 비서실장보다는 부통령의 역할에 가까웠다는 평가다. 특히 전시 상황에서 계엄령을 통해 인기가 많거나 독자적인 장관들을 내쫓으면서 권력을 장악해왔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전했다.

지난 2월 2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회담했다. AFP=연합뉴스
젤렌스키 대통령은 미국과 러시아 양쪽에서 더욱 수세에 몰렸다. 미국과 우크라이나는 30일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만나 우크라이나 종전안을 협의하게 된다. 미국 측에선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스티브 위트코프 대통령 특사,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가 나선다. 트럼프 대통령도 추수감사절 연휴를 맞아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자택에서 머물고 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돈바스 영토 할양,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포기 등 우크라이나에 불리한 내용을 담은 종전안을 27일까지 수용하라고 압박해왔다. 이후 23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우크라이나 대표단을 만나 기존 28개 조항을 19개 항으로 간소화하고, 우크라이나의 입장을 일부 반영한 종전안을 새로 마련했다. 이때 제네바에서 루비오 장관을 만나 협상한 것도 예르마크였다.

핵심 쟁점인 영토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젤렌스키 대통령과 만나 직접 결판을 낼 가능성도 남아있다. 워싱턴포스트는 “예르마크의 갑작스러운 사임은 전쟁이 시작된 이래 젤렌스키 정부에서 일어난 가장 큰 변화”라며 “미국과 러시아가 협상 테이블에서 이를 이용할지 모른다는 우크라이나의 우려가 커질 것”이라고 짚었다.

이날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협상단의 방미를 앞두고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대규모 공습을 감행했다. 우크라이나 당국자들은 키이우에서 밤새 러시아의 드론과 미사일 공격으로 3명이 숨지고 30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한편 예르마크는 억울함을 호소하며 결백을 주장했다. 예르마크는 사퇴 직후 뉴욕포스트에 서한을 보내 “나는 전선으로 갈 것이다. 어떤 보복에도 준비돼 있다”고 밝혔다. 뉴욕포스트는 그가 언제, 어떤 방식으로 전선으로 갈 것인지, 우크라이나군에 합류하는 것인지 등 구체적인 내용을 언급하진 않았다고 전했다.



장윤서([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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