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5대 은행, 주담대 2800억 늘 때 신용대출 1.1조 늘었다

중앙일보

2025.11.30 00:28 2025.11.30 00:40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대출규제로 주택담보대출(주담대) 문턱이 높아지면서 신용대출 쏠림이 커지고 있다. 대출한도가 큰 주담대 잔액 증가 폭을 신용대출이 뛰어넘는 큰 기현상까지 발생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동결로 시장 금리가 오르면서 가계 이자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5대 은행 신용대출, 주담대 증가 폭의 4배 넘어

30일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에 따르면 지난 27일 기준 주담대 잔액(610조9284억원)은 지난달 말(610조6461억원) 대비 2823억원 느는 데 그쳤다. 전월 대비 지난달 주담대 잔액이 1조6613억원 늘었고, 7월 증가 폭은 4조5452억원에 달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큰 폭의 감소세다. 현재 추세대로면 이달 5대 은행 주담대 잔액은 지난해 3월(-4494억원) 이후 월간 기준으로 가장 작게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KB국민은행 서울 여의도 영업부 대면 창구 모습. 연합뉴스

반대로 신용대출은 급증했다. 이 기간 5대 은행 신용대출 잔액은 1조1387억원(104조7330억원→105조8717억원)이 증가했다. 이는 10월 증가 폭(9251억원)을 이미 넘어선 금액으로, 같은 기간 주담대 증가액의 4배가 넘는다. 한도가 큰 주담대에 비해 신용대출 증가 폭이 큰 것은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이례적 현상이다. 이 추세가 유지된다면 5대 은행 신용대출은 월간 기준으로 2021년 7월(1조8637억원) 이후 4년 4개월 만에 가장 많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2021년은 수도권 아파트 ‘패닉바잉’(집값이 오를까 봐 급하게 매수하는 것) 영향에 가계대출이 큰 폭으로 증가했던 시기다.



당국 규제에, 은행들 연말 창구 문 닫아

주담대 증가세가 크게 둔화하고 신용대출 쏠림이 커진 것은 금융당국의 정책효과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10·15 부동산 대책’에서 수도권 규제지역의 고가 주택 주담대 한도를 2억원까지 제한했다. 여기에 은행별 가계 대출 대출 총량을 하반기에 절반으로 줄였다.

이 영향에 주요 은행들은 사실상 연말 대출 창구 문을 닫았다. 실제 KB국민은행은 지난 22일 비대면, 24일 대면 주담대 신규접수를 중단했다. 하나은행도 지난 25일부터 주담대 신규 접수를 막았다. 우리은행은 지점별 주담대 한도를 한 달 10억원을 제한 중이다. 2금융권인 수협과 신협도 비조합원에 대한 신규 가계대출을 취급하지 않기로 했다. 새마을금고는 모집인을 통한 주담대 접수를 중단한 상황이다.



규제 덜한 마이너스 통장으로 쏠림

당장 돈이 필요한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규제가 덜한 신용대출로 발길을 돌렸다. 특히 미리 받아 놓은 마이너스 통장은 은행이 신규 대출 접수를 중단해도 언제든 빼서 쓸 수 있어 상대적으로 돈을 빌리기가 쉽다. 실제 지난 27일 기준 5대 은행의 마이너스 통장 잔액은 10월 말과 비교해 9171억원 늘면서 전체 신용대출 증가세를 주도했다. 이 기간 마이너스 통장을 제외한 신용대출 증가 폭은 2216억원에 불과했다.

새로 신용대출을 받기 위해 매일 새벽 6시 하루치 한도가 갱신되는 인터넷 전문은행 앱에 접속해 대출 신청을 하는 '인뱅 오픈런'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주요 부동산·금융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연말 이사로 대출이 꼭 필요한데 은행이 막아버려 막막하다”, “대출이 막혀 잔금을 못 치른다”는 글이 심심찮게 올라온다.

서울 시내 한 외벽에 붙은 대출 관련 안내문. 연합뉴스

은행권 관계자는 “연말에 주요 은행에서 신규 대출을 새로 받는 것이 사실상 어렵기 때문에 미리 받아 놓은 마이너스 통장을 최대한 끌어서 쓴 것으로 보인다”면서 “주로 ‘빚투’로 주식에 투자하거나, 이사를 할 때 집값 등에 보탰을 것으로 추정한다”고 했다.



시장금리 상승세에 이자 부담 커질 수도

정부 대출 규제로 신용대출 쏠림이 커지면서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신용대출은 주담대 비해 이자 부담 크고, 담보가 없어 부실 가능성이 커서다. 최근 한은의 금리 인하 중단으로 시장금리가 오르기 시작했다는 점도 우려할 부분이다.

5대 은행의 신용대출 금리(1등급·만기 1년)는 지난 28일 기준 연 3.83∼5.31%로 지난 10월 말(3.61∼5.1%)과 비교해서 상단이 0.21%포인트, 하단이 0.22%포인트 급등했다. 이 기간 1년 만기 신용대출의 지표 금리인 은행채 1년물 금리가 0.119%포인트 오른 영향이다.



김남준([email protected])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