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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보행일상권으로 엮는 서울의 도시계획

중앙일보

2025.11.30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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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훈 한양대 도시·지역개발경영학과 교수
서울시는 ‘보행일상권’이라는 개념을 도입해 도시계획의 새로운 접근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과거의 도시계획은 서울시 전체를 대상으로 중심지 체계를 설정하고, 토지이용계획과 용도지역 관리계획을 수립하는 하향식(top-down)이었다. 그러나 서울시는 이런 방식에서 탈피, 2014년부터 시 전역을 5개 권역(도심·동북·서북·서남·동남)으로 나누고, 이를 다시 자치구당 4~5개로 세분화한 116개 ‘지역생활권’을 설정해 지역 특성에 맞는 생활권 계획을 수립·관리해 오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서울시는 최상위 도시계획인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의 7대 목표 중 하나로 ‘보행일상권 조성’을 제시했다. 이는 기존 ‘주거 용도’ 위주로 형성된 공간 체계를 전면 개편, 서울 전역에 자립적인 생활권을 구축함으로써 시민의 삶의 질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보행일상권’이란 주거지를 중심으로 업무·소비·여가·문화 등 다양한 활동을 도보 30분 이내에 누릴 수 있는 자족적 생활권을 의미하며, 기존의 지역생활권 계획을 재정비해 이를 실현하는 것이 핵심이다.

보행일상권 조성의 주된 목적은 이동 시간을 단축해 시민에게 더 나은 삶을 제공하는 데 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서울시는 다음과 같은 단계를 밟아야 한다. 첫째, 지역생활권 계획 수립 시 보행생활권 단위로 구역을 나눠 일상생활의 거점을 파악해야 한다. 둘째, 생활시설의 수요와 공급 현황을 면밀히 분석해 부족한 시설에 대한 확충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 셋째, 거점 지역과 주변 생활 공간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도록 보행 네트워크의 접근성과 연계성을 강화해야 한다.

아울러 지역에 필요한 시설을 효율적으로 공급하기 위한 구체적인 실행 방안도 요구된다. 기존 시설을 재배치하거나 용도를 복합화(예: 학교 내 공공체육시설 조성, 공영주차장에 사회복지·문화시설 복합 건립)하고, 공·폐가나 학교 통폐합 부지 등 미이용 공간을 다목적으로 활용하는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또, 보행 활동이 빈번한 주요 가로는 차량 중심에서 보행 중심으로 전환하고, 자전거와 마을버스 등 녹색교통수단과 연계해 쾌적하고 안전한 동네를 조성해야 한다.

도시의 진정한 경쟁력은 그곳에 사는 시민의 일상이 얼마나 쾌적하고 편리한가에 달려 있다. 이제 서울시의 도시계획은 시민의 일상생활 공간을 세밀하게 살피는 수준으로 정교해지고 있다. 보행일상권 조성 시범사업이 성공적으로 추진돼, 시민 누구나 자신이 사는 동네에서 편리하고 안전한 일상을 누릴 수 있기를 기대한다.

구자훈 한양대 도시·지역개발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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