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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원화 저평가에…달러 환산 GDP, 작년보다 되레 줄었다

중앙일보

2025.11.30 07:01 2025.11.30 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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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원화 기준 명목 국내총생산(GDP)은 2611조원으로 지난해(2557조원)보다 2.1%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역대급 원화가치 저평가에 국제 비교 기준인 한국의 달러 환산 GDP는 0.9% 역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30일 국제통화기금(IMF)의 연례협의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올해 달러화 기준 명목 GDP는 1조8586억 달러로 예상된다. 지난해 1조8754억 달러보다 168억 달러(0.9%) 줄었다. 2023년의 1조8448억 달러와 비교해도, 2년간 138억 달러(0.7%) 늘어 성장이 제자리걸음이다.

이는 원화가치가 하락(환율은 상승)해서다. 올해 연평균 달러 대비 원화가치는 11월 말 기준 1417.68원.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1394.97원)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지난해 연평균(1364.38원)보다도 53.30원(4.0%) 낮다.

이런 원화 약세 추세가 이어진다면 ‘GDP 2조 달러’는 물론 내후년으로 예상되는 1인당 GDP 4만 달러 달성도 1~2년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 재집권 이후 이어지고 있는 달러 강세와 국내 기업·개인의 해외투자 확대로 1500원대 환율이 뉴노멀이 될 것이라는 예상에서다. 원화 기준 명목 GDP가 매년 성장하더라도 낮은 원화가치가 이를 압도해버린다는 것이다.

IMF는 “환율 변동성 자체가 중대한 경제적 위험을 초래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높은 시기에는 일시적으로 외환시장 유동성이 얕아지고 환율 움직임이 가팔라질 수 있다”고 짚었다.

정부가 최근 외환시장 안정대책을 내놨지만 달러당 원화가치는 다시 1470원대로 떨어졌다.



기름값·원자재값 다 뛴다, 가계도 기업도 ‘환율 고통’

원화가치 하락세가 장기화할 경우 물가 상승 압력이 커져 가계 부담이 늘고 기업 경쟁력까지 악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가장 먼저 타격을 받은 품목은 기름값이다. 국제 유가는 완만한 흐름을 보이고 있지만 원화가치 하락으로 국내 휘발유 가격은 5주 연속 상승했다.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11월 넷째 주(23~27일)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가는 전주보다 L당 15.3원 오른 1745.0원으로 집계됐다. 서울 역시 13.4원 상승한 1812.4원을 기록하며 평균값이 1800원대에 올라섰다.

일정 시차를 두고 물가 전반을 자극할 우려가 커지고 있다. 허준영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원화가치 하락분이 통상 3~6개월 뒤 물가에 반영되는 만큼, 내년 초부터 수입 식료품 등이 오르며 물가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8월 1.7%에서 9월 2.1% 10월 2.4%로 오르며 1년3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바 있다.

과거처럼 ‘고환율이 수출기업에 유리하다’는 공식도 이젠 옛말이다. “한국은 원자재와 중간재를 들여와 가공해 수출하는 구조”(허준영 교수)라서다. 오히려 원재료 가격이 뛰면서 가격 경쟁력·수익성이 동시에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중소기업은 환율 위험 관리에 더 취약하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협상력이 약한 중소기업은 원가 상승분을 납품단가에 반영하기 어려워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짚었다.

석 교수는 “정부가 국민연금이나 서학개미 투자를 원인으로 지목하지만 이게 근본 원인은 아니다”라며 “환율은 미국과 한국의 기초 체력 차이에서 결정되는데 원·달러 균형 환율 자체가 이동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경희.김연주([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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