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사기·배임 혐의로 재판을 받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30일(현지시간) 이츠하크 헤르초그 대통령에게 자신에 대한 사면을 공식 요청했다. 이스라엘 역사상 현직 총리가 기소된 것은 최초로, 네타냐후 총리가 직접 ‘자기 사면’을 요청한 것도 초유의 일이다.
대통령실과 현지 언론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 측은 이날 111쪽 분량의 사면 탄원서를 제출했다. 변호인 아미트하다드는 탄원서에서 “사면이 승인되면 총리는 이 중요한 시기 이스라엘의 발전을 위해 모든 시간과 에너지를 쏟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영상 성명을 통해 “나에 대한 수사가 시작된 지 거의 10년이 지났고, 6년째 재판이 이어지고 있다”며 “재판이 지속되면 앞으로도 오래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안보·외교적 현실, 즉 국가적 이익은 다른 것을 요구한다”며 재판 중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익을 위해선 국민적 단결이 필요하고, 재판을 즉각 중지하는 것이 화해 촉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주장도 덧붙였다.
사면 요청의 배경으로는 재판부가 최근 네타냐후 총리에게 일주일에 세 차례 법정 출석을 요구한 점, 그리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헤르초그 대통령에게 네타냐후 사면을 여러 차례 건의한 점이 거론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비비(네타냐후)가 할 일이 많다. 그를 놓아줘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할리우드 제작자와 해외 억만장자 등으로부터 시가·샴페인·보석 등 약 20만~30만 달러 상당의 선물을 받았다는 혐의, 특정 언론사에 유리한 입법을 추진하면서 대가를 받은 혐의, 카타르로부터 거액의 뒷돈을 받았다는 혐의 등 세 건의 사건으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검찰이 제시한 증인만 300명에 달해 재판은 수차례 연기됐으며, 가자전쟁 이후에도 일정이 줄줄이 밀렸다.
그러나 야권과 시민단체는 즉각 반발했다. 야당은 “사면은 법치와 사법 독립을 심각하게 훼손한다”며 “현직 총리가 법 위에 있다는 위험한 신호”라고 비판했다. 대통령실 역시 이번 요청을 “국가적 영향을 미칠 중대한 사안”이라고 표현하며 신중한 검토에 들어갔다.
사면 요청 절차는 대통령실 법률국—법무부 의견 요청—대통령 법률자문관실을 거쳐 최종 판단이 이뤄진다. 헤르초그 대통령이 언제 결론을 내릴지 현재로선 불투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