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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서 전 총재 ‘동티모르 최고 훈장’…한국인 최초

중앙일보

2025.11.30 07:46 2025.11.30 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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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티모르 대통령에게 국민대훈장을 받은 박경서 전 대한적십자사 총재(오른쪽). [사진 박경서]
박경서(86) 전 대한적십자사 총재가 지난달 27일 동티모르 최고 훈장인 국민대훈장(건국공헌)을 받았다.

동티모르가 2002년 건국한 이래 한국인에게 건국공헌 훈장을 준 건 이번이 처음이다. 박 전 총재가 세계교회협의회(WCC) 아시아국장재임 때부터 동티모르의 독립에 공헌한 공적을 인정받은 것이다.

박 전 총재는 1984년 구호기구 ‘세계를 위한 빵’의 헬무트 군더트 아시아국장 등 9명과 조사위원회를 꾸려 처음 동티모르를 찾았다. 450년 동안 포르투갈 식민지로 있다가, 1975년 독립한 지 9일 만에 인도네시아군에 점령된 동티모르 주민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기 위해서였다.

“동티모르 사람들은 커피 농사를 위해 산간 지역에 살고 있었어요. 그런데 인도네시아 군인들이 주민들을 산에서 쫓아내고, 가톨릭과 개신교가 대부분인 주민들에게 이슬람교로 개종을 강요했죠. 자바섬 등 인근에서 이슬람교 주민들을 동티모르로 이주시키기도 했어요. 거부하면 목숨을 빼앗았고요. 인도네시아 군에 희생된 이들이 30만 명가량이에요. 이건 인권 탄압입니다. 당시 총을 든 인도네시아 군인들 앞에서 ‘군인들의 무기는 동티모르 민주주의의 답이 아니다’라고 했던 카를로스 벨루 주교의 목소리가 아직도 생생합니다”.

조사위원회는 “선량한 국민의 자유를 억압하며 민주주의에 역행한다”는 공식 보고서를 작성했고, 이후 박 전 총재는 동티모르 독립을 위한 국제사회의 관심과 분위기 조성을 위해 발 벗고 나섰다. 1990년엔 동티모르 독립운동을 하던 호세 라모스 오르타 현 대통령이 유엔인권위원회에서 연설할 수 있도록 주선하기도 했다. 어렴풋한 기억이긴 하지만, 본인이 어릴 때 일제 식민지 경험을 했던 터라, 동티모르 독립운동이 남 일 같지 않았다고 한다.

박 전 총재와 관계를 유지하며 동티모르 독립운동에 나섰던 라모스 대통령과 벨루 주교는 1996년 노벨 평화상을 공동으로 받았고, 동티모르는 2002년 완전 독립했다.

박 전 총재는 “동티모르는 식민지와 전쟁이라는 아픈 과거를 딛고 성장한 한국을 본보기로 삼고 있다”며 “서훈식 간담회 때 라모스 대통령이 ‘불빛과 노래로 불법 계엄을 막으며 민주주의를 지킨 한국 국민을 노벨 평화상으로 추천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고 전했다.





정용수([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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