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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취 풍기던 시화호 반전…삼성전자에 10년간 전기 보낸다

중앙일보

2025.11.30 0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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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안산 시화조력발전소. 서해와 시화호의 낙차를 이용해 전기를 생산한다. [사진 한국수자원공사]
지난달 27일 경기 안산 시화호조력발전소. 썰물 때 수문을 열자 시화호 물이 거센 물살을 일으키며 바다로 흘러나갔다. 중앙제어실에 있는 한국수자원공사(수공) 직원들은 방조제를 경계로 한 호수와 바다의 수위 변화를 면밀하게 살폈다.

“최대한 시화호 수위를 낮춰 놓고 밀물 때가 오면 해수면과 낙차를 이용해 하루 두 번 발전합니다. 그렇게 시화호 저수량의 절반에 달하는 해수가 매일 유입·배출되죠.” 조력발전소를 관리하는 이동희 수공 운영부장이 설명했다. 제어실 한쪽에 크게 표시된 음력 날짜(10월 8일)가 눈에 띄었다. 이 부장은 “음력을 봐야지 물 때를 알 수 있는데, 보름달이 뜨는 시기에는 조수간만의 차가 커져서 발전 효율이 극대화된다”고 했다.

시화호조력발전소는 시화호의 수질을 개선하는 과정에서 2011년에 만들어진 국내 유일의 조력발전소다. 과거 시화호는 ‘죽음의 호수’로 불렸다. 농업·산업용수를 확보하려는 목적으로 방조제를 쌓아 해수 유입을 막았는데, 이후 수질이 빠르게 악화했다. 호수가 썩어 가면서 물고기는 떼죽음 당하고, 악취도 진동했다.

1994년 방조제가 완공된 후 죽음의 호수로 변한 모습. 푸른 바다와 달리 시화호는 오폐수 유입으로 검게 오염돼 있다. [사진 한국수자원공사]
결국 정부는 담수화를 포기하고 1997년부터 해수를 다시 유입시켰다. 또 6000억원을 들여 세계 최대 규모의 조력발전소를 건설했다. 대조차(조수의 높낮이가 제일 클 때의 만조와 간조의 높이 차)가 7.8m로 매우 커 조력 발전에 최적의 조건을 갖췄다는 판단에서다.

해수를 다시 유통시키고, 조력 발전을 연계한 건 최악의 국책 사업으로 꼽혔던 시화호에 반전을 일으켰다. 현재 이곳에선 연간 552기가와트시(GWh), 약 50만 명분의 전기를 만든다. 시흥시 전체 인구가 1년간 쓸 수 있는 양이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해 해수면의 낙차를 읽어내고 최대한의 전기를 생산하는 기술은 해외에서도 벤치마킹 목표가 됐다고 한다.

해수가 오가면서 시화호의 수질도 방조제 건설 전 수준으로 회복됐다. 1997년 1리터(L)당 17.4㎎까지 치솟았던 화학적산소요구량(COD)은 2021년 2.2㎎로 줄었다. 천연기념물도 2005년 7종에서 2020년 18종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김경진 기자
기업들도 조력 발전 등 물을 활용한 재생에너지에 주목하고 있다. 한국수자원공사는 지난해 삼성전자와 직접전력거래계약(PPA)을 체결했다. 2033년까지 10년 동안 시화호조력발전소에서 생산되는 모든 재생에너지를 삼성전자에 공급하기로 했다.

고지훈 수공 에너지융복합사업부장은 “고정 가격을 통해 안정적인 발전 수익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렇게 삼성전자가 10년 치 전기를 입도선매한 건 구글·애플 등 글로벌 기업들이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RE100’ 달성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CDP)의 2024년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경우 해외사업장에서는 RE100 달성률을 각각 97%·100% 이행했지만, 국내에서는 12%에 머물러 있다.

수공은 시화호조력발전소를 현재 10기에서 14기로 증설하고, 새만금에도 신규 조력발전소를 짓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윤석대 수공 사장은 “2030년까지 원전 10기(10GW) 규모의 물 에너지를 지속 개발해 국가 에너지 대전환을 선도하고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천권필([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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