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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베네수엘라 영공 폐쇄”…공습임박설까지 나왔다

중앙일보

2025.11.30 0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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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베네수엘라 영공 폐쇄를 선포, 카리브해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식민주의적 위협”이라고 규정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트럼프는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에 “모든 항공사·조종사·마약상·인신매매자들은 베네수엘라 상공과 주변 영공이 폐쇄됐다고 간주하라”고 적었다. 별도 행정명령은 없지만, 워싱턴포스트(WP)는 “영공 폐쇄는 본격 공습이나 군사작전 이전 취해지는 첫 조치”라며 미국의 작전 확대 가능성에 염두를 뒀다.

미국은 이미 9월 초부터 ‘남부 작살’ 작전을 통해 카리브해와 동태평양에서 마약 밀수 용의 선박을 집중 저격해 왔다. WP에 따르면 현재까지 20여 척이 타격을 받았고 80명 이상이 사살됐다. 첫 공습 당시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이 “모두 죽이라”고 지시했다는 폭로까지 나왔다고 한다. 현재 카리브해에는 항공모함 전단, 구축함, F-35B 전투기, MQ-9 리퍼 드론 등 미국의 전략자산이 대규모 배치된 상태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트럼프 발언을 “식민주의적 위협”이자 “불법적이고 정당성 없는 공격 행위”라고 규정하며 국제사회에 규탄을 요청했다. 하지만 실제 군사 충돌 시 정면 대응은 사실상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 때문에 베네수엘라군은 정면충돌 대신 ‘장기 소모전’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베네수엘라군은 전국 280개 거점에 병력을 분산 배치하고 미군이 침공할 경우 게릴라전·파괴 공작에 나서는 ‘장기 저항’을 구상중이라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현역 병력은 약 12만5000명으로 추산되지만, 저임금·부실 훈련·노후한 러시아제 장비 등으로 “전력은 붕괴 직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베네수엘라는 수호이 전투기와 지대공 미사일 등을 내세우고 있지만, 미국의 스텔스 폭격기와 항모 전단을 상대하기엔 역부족이라는 게 중론이다.

카리브해 긴장의 배경엔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주 트럼프와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통화에서, 트럼프가 “스스로 물러나지 않으면 무력 사용을 고려하겠다”고 경고했다고 보도했다. 마두로는 자신의 금융제재와 형사고발 혐의를 해제해 달라고 요구했다는 것이다. 더 애틀랜틱은 이달 초 전문가 기고글에서 “이번 사태는 단순한 영향력 확대가 아니라 ‘영역 지배권의 재획정’을 노린 미국의 야심찬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트럼프가 지난달 리처드 그레넬을 베네수엘라 특사로 임명하면서 “미국 기업들이 베네수엘라의 석유·광물 자원에 접근할 수 있게 하라”고 지시한 점도 주목된다. 베네수엘라는 석유·금 외에도 스마트폰과 전자기기의 핵심 재료인 희토류 콜탄이 대량 매장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러시아·중국 등 ‘반미 연대’ 국가들은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의 장기전으로 치르고 있고, 중국은 경기둔화와 미·중 무역협상 압박을 받고 있다.

군사압박의 명분이 ‘마약과의 전쟁’이라면서 트럼프는 마약 밀매 혐의로 징역 45년을 선고받은 후안 오를란도 에르난데스 전 온두라스 대통령을 ‘전면 사면’하겠다고 지난주 밝혔다. 뉴욕타임스는 “자기모순”이라고 비판했다.





한지혜([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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