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의원을 전수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과반수가 12·3 비상계엄에 대한 사과 메시지를 내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30일 나타났다. 중앙일보가 11월 24~30일 국민의힘 소속 의원 105명(구속된 권성동 의원·장동혁 대표 제외)을 대상으로 ‘12월 3일 계엄에 대한 사과가 필요하다고 보느냐’는 설문을 진행한 결과다.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이 필요한가”에 대한 물음에는 찬반이 팽팽했다.
일주일 간 전화와 문자 메시지를 통한 설문에 105명 중 82명이 참여했다. 비상계엄 1주년이자, 장동혁 대표 취임 100일인 12월 3일 당 지도부가 사과 메시지를 내는 데 찬성한 의원이 총 43명(52.4%)으로 응답자의 과반을 차지했다. 이어 답변 거부 19명(23.2%), 반대 14명(17.1%), 보류 6명(7.3%) 순이었다.
계엄 사과 요구는 초·재선 의원(32명)을 중심으로 나왔다. 3선 이상 중진도 11명이었다. 이들은 극심한 사회 혼란을 야기한 계엄에 대한 사과와 반성이 지난 1년 간 충분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한 중진 의원은 “계엄 사태를 초래한 상황에 대해 국민에게 100번, 200번 사과해도 부족한 상황”이라고 했다. 다른 초선 의원은 “계엄으로 인해 정권을 내준 만큼, 국민을 향한 반성과 자성이 필요하다”고 했다.
사과를 당 쇄신의 발판으로 삼아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3선의 한 의원은 “당이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기 위해 사과와 반성을 출발점으로 삼자는 의미”라고 했다. 재선의 권영진 의원도 “사과를 바탕으로 재창당 수준의 당 혁신이 필요하다”고 했다.
반면 반대하는 이들은 민주당의 ‘내란 프레임’에 걸려들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법률가 출신의 의원은 “12월 3일이란 민주당이 짜 놓은 판에서 사과를 해야 한다는 건 회의적”이라며 “내란 몰이가 더 거세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다른 지도부 인사는 “사과를 하라는 건 당을 갈라 치게 하고 분열하게 만드는 것”이라며 “자칫 잘못하면 위헌 정당 심판에 빌미를 줄 수도 있다”고 했다.
이미 여러 차례 사과를 한 만큼, 당의 쇄신과 비전 제시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한 중진 의원은 “한동훈, 김용태, 권영세, 송언석 등 당 지도부가 이미 사과를 수차례 했다”며 “당의 비전을 제시하는 큰 그림을 그려 나가야 할 시점”이라고 했다.
내란특검이 지난달 3일 추경호 의원을 상대로 구속 영장을 청구해 오는 2일 법원의 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있는 만큼, 사과 메시지를 보류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나경원 의원은 “추 의원에 대한 영장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계엄 사과 등 메시지를 내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고 했다. “당내 갈등이나 지도부와의 불협화음으로 비칠 수 있다”(중진 의원)는 이유로 답변을 거부한 경우도 있었다.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이 필요하느냐’는 질문에는 찬성(31명)과 반대(26명)가 팽팽했다. 찬성 의견을 낸 한 초선 의원은 “당이 외연확장을 위해선 윤 전 대통령과 확실한 절연을 선언해야 한다”며 “다시는 입당이 안 된다는 등의 언급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다른 중진 의원은 “우리 당이 처절하게 반성하고 있다는 것을 국민에게 보여주기 위해 절연 메시지는 포함돼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이미 탈당한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굳이 언급하는 건 긁어 부스럼”(중진 의원)이라며 반대한 이들도 적지 않았다. 당 지도부 인사는 “꼬리 자르듯 한 절연은 선언만으로 가능한 것은 아니다”라며 “당이 새로 거듭나서 국민께 좋은 평가를 받아야 극복할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장동혁 대표는 오는 3일 취임 100일을 앞두고 최종 메시지를 가다듬고 있다. 장 대표는 30일 강원 춘천에서 열린 ‘민생회복 법치수호 국민대회’에선 “우리 국민의힘, 그동안 국민께 많은 실망을 드렸다. 국민께서 만들어주신 소중한 정권, 두 번이나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정권을 내줬다”고 했다. 다만 계엄에 대한 사과나 윤 전 대통령과의 직접적인 절연 메시지는 없었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장 대표도 계엄 사과 등을 놓고 당내 의견이 엇갈리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마지막까지 고심이 큰 상황”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