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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그후 1년, 쪼개진 한국…"정치 양극화 더 커졌다" 77% [계엄 1년 여론조사]

중앙일보

2025.11.30 12:00 2025.11.30 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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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3일 밤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긴급 대국민 특별 담화를 통해 비상계엄을 선포하는 모습. 중앙포토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국 사회의 정치적 양극화가 심화됐다는 국민 인식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계엄 1년을 앞두고 중앙일보가 여론조사업체 한국갤럽에 의뢰해 지난달 28~29일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1002명을 대상으로 휴대전화 가상번호를 활용한 전화 면접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다. 지지 정당과 정치 성향에 따라 정치적 양극화의 책임 소재 및 계엄이 끼친 부정적 영향에 대해 확연히 다른 입장을 보이는 것도 확인돼 국론 분열의 우려가 상당하다는 것도 확인됐다.

박경민 기자

‘계엄 이후 정치적으로 더 양극화가 됐다’고 답한 비율은 77%로 ‘그렇지 않다’(18%)는 응답을 압도했다. 이 같은 인식은 연령·지역·직업별로 구분해서 봤을 때도 큰 차이가 없을 정도로 국민 전반의 공감대가 컸다. 다만, 더불어민주당(79%)과 국민의힘(72%) 등 거대 양당 지지층에 비해 조국혁신당(87%)과 개혁신당(82%) 등 소수 정당 지지층이 양극화 문제를 더 심각하게 보는 것으로 조사됐다. 정치적 양극화가 심화돼 제3 정당의 운신의 폭이 좁아진 것과 무관하지 않은 결과로 보인다.

정치적 양극화의 책임이 어디에 주로 있는지에 관해선 ▶윤석열 전 대통령 25%▶국민의힘 18%▶언론 16%▶민주당 12%▶정치 유튜버 10%▶이재명 대통령 10%▶국민 2% 등의 순서로 답변 비율이 높았다. 책임 소재에 대해선 자신이 지지하지 않는 정당의 책임이 더 크다는 식의 응답이 이뤄졌다.

민주당 지지층에선 윤 전 대통령(38%)과 국민의힘(29%)의 책임론이 압도적인 반면 국민의힘 지지층은 민주당(32%)과 이 대통령(26%)으로 주로 책임을 돌렸다. 이선우 전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한국 사회가 기본적으로 분열 심화로 기우는 상황에서 거대 정당의 지지층은 상대방에 대한 적대화, 내 편에 대한 지지를 강화하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정근영 디자이너

계엄이 우리 사회에 미친 문제점에 대해선 ▶정치·사회적 분열 심화 27% ▶민주주의 가치 약화 26% ▶경제적 불확실성 심화 19% ▶국제적 신인도 하락 13% 등의 순서로 답변이 많았다. 민주당 지지층에선 민주주의 가치 약화를 꼽은 응답자(38%)가 가장 많았지만, 국민의힘 지지층에선 분열 심화라고 답한 이들(26%)이 가장 많았다. 정치 성향별로도 진보는 민주주의 가치 약화(42%)를, 보수는 분열 심화(30%)를 각각 가장 많이 꼽았다. 허진재 한국갤럽 이사는 “(민주당·국민의힘 지지층, 진보·보수가) 계엄을 바라보는 시각 자체가 너무나 다르다는 걸 잘 보여주는 결과”라고 설명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잘못된 계엄령 발동 이후 정치권에선 계엄의 민주적 통제를 강화하는 조치가 이뤄졌다. 비상계엄 선포의 법적·절차적 요건을 강화하고, 계엄 선포 뒤 군인과 경찰의 국회 출입을 금지하는 계엄법 개정안이 지난 7월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었다. 또한 제왕적 대통령제의 문제점이 재차 부각되면서 대통령 권한의 분산에 방점을 둔 헌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정치권을 중심으로 커졌다.

하지만 우리 국민 절반은 대통령 권한을 현행대로 유지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대통령 권한 수준에 대한 견해를 물은 결과▶현행 수준 유지 49%▶현행보다 축소 31%▶현행보다 확대 13% 등의 순서였다. 이러한 입장은 지지 정당별로 간극이 컸다. 민주당 지지층에선 현행 수준 유지(59%) 응답이 가장 많았을 뿐 아니라, 권한 확대가 필요하다는 답변이(21%) 그 뒤를 이었다. 반면 국민의힘 지지층에선 권한 축소(54%)를 바라는 응답자가 가장 많았고, 현행 유지(34%)라는 답이 그 뒤를 이었다. 민주당 소속인 이 대통령이 집권하고 있는 만큼 지지 정당별로 답변이 크게 엇갈린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6월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로텐더홀에서 취임 선서를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박경민 기자

이 대통령에 대해선 긍정 평가가 우세했다. 지난 6월 4일 취임 이후 대통령으로서 일을 얼마나 잘했는지 물은 결과 ‘매우 잘했다’(36%)와 ‘대체로 잘했다’(27%)를 포함해 ‘잘했다’는 답변은 62%에 달했다. 반면 ‘대체로 잘못했다’(13%)와 ‘매우 잘못했다’(19%)를 합한 ‘잘못했다’는 32%였다. 연령별로 70세 이상, 지역별로 대구·경북을 제외하곤 모두 긍정 평가가 많았다. 보수층은 부정 평가, 진보층은 긍정 평가가 각각 높은 상황에서 중도층에서 긍정(68%) 답변이 부정(26%) 답변을 크게 앞질렀다.

배철호 리얼미터 정치에디터는 “계엄 사태의 여진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국가 정상화의 요구와 기대가 반영돼 이 대통령의 지지율이 공고하다”며 “다만, 진영 정치가 일상화된 데다가 이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나 최근 대장동 이슈 등으로 인해 지지율 탄력성이 작아 추가 상승이나 하락이 크지 않은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박경민 기자
박경민 기자

정당 지지율은 최근 다른 여론조사 흐름과 비슷했다. 민주당이 42%로 가장 높았고 국민의힘은 26%로 나타났다. 개혁신당(4%), 조국혁신당(2%), 진보당(1%) 등 소수 정당의 지지율은 거대 양당과 큰 차이를 보였다. 다만 ‘지지 정당 없다’(21%)와 모름·무응답(2%) 등 무당층도 23%에 달했다.

이번 여론조사에선 계엄 사태 여파가 완전히 사그라지지 않아 전반적으로 여권에 유리한 여론 환경이 조성돼 있다는 게 확인됐다. 하지만 6개월 앞으로 다가온 내년 6·3 지방선거에 대한 전망은 이런 분위기와 달랐다. ‘여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48%)와 ‘야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42%)는 응답이 오차범위(±3.1%포인트) 내의 접전 양상이었다. 다만, 선거 결과를 좌우하는 중도층에선, 여당 후보가 다수 당선돼야 한다는 응답이 51%, 야당 후보가 다수 당선돼야 한다는 응답이 36%였다. 여전히 야권에 불리한 선거 지형이 유지되고 있다는 점이 확인된 것이다.

◇여론조사 어떻게 진행했나
이번 조사는 중앙일보가 한국갤럽에 의뢰해 11월 28일~29일 전국의 만 18세 이상 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휴대전화(가상번호) 면접 조사 방식으로 진행했다. 응답률은 10.8%(9312명 중 1002명)이며 10월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 기준으로 성별·연령별·지역별 가중값을 부여했고,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최대 ±3.1%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www.nesdc.go.kr) 참조.



허진.양수민([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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