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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대장동 2000억' 동결자산 해제 고심…성남시 가압류 가능성

중앙일보

2025.11.30 12:01 2025.11.30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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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욱 변호사(左), 정영학 회계사(右). 성남시 대장동 개발 사업에 민간사업자 측으로 참여한 비리 의혹의 핵심 인물이다. 연합뉴스·뉴스1
검찰이 대장동 민간업자 3인방의 동결 자산 2000억원 규모의 추징보전 해제 여부를 두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남욱 변호사 측이 최근 청담동 건물에 대한 추징보전 해제를 요구하면서 항소 포기 결정의 직격탄을 맞은 검찰이 법적·정책적 부담을 모두 고려한 대응책을 찾는 모양새다.

현재 서울중앙지검이 놓인 선택지는 크게 추징 보전 유지와 해제 두 가지다. 추징보전을 유지하면 민간업자 측이 국가배상 청구 등 후속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커진다. 반대로 보전을 즉시 해제하면 여론적 부담은 물론, 성남시 등이 향후 민사소송에서 손해배상 판결을 받아도 실질적 환수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이 고려 요소다. 이런 이유로 검찰에서는 추징 보전을 해제하면서도 사실상 동결 효과를 유지하는 우회적 방식까지도 포함해 검토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에선 먼저 기존 추징보전을 유지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2007년 대법원은 검찰이 항소를 포기한 사건에서 징역형은 일부 감경하면서도 추징액을 늘려 확정한 판례가 있다. 당시 재판부는 “불이익변경 금지의 원칙을 적용함에 있어서는 주문을 개별적·형식적으로 고찰할 것이 아니라 전체적·실질적으로 고찰해 그 형의 경중을 판단해야 한다”며 주형을 감경한 만큼 추징이 다소 증가해도 불이익변경금지 원칙 위반이 아니라고 봤다. 이를 대장동 사건에 적용하면, 배임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김만배씨뿐 아니라 1심에서 추징금이 선고되지 않은 남욱 변호사와 정영학 회계사도 배임을 근거로 추징액이 늘어날 수 있다는 논리도 가능하다.

하지만 이 논리가 그대로 적용되기엔 제약이 많다는 지적이 있다. 무엇보다 현재 추징보전의 법적 토대가 된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혐의는 1심에서 무죄가 사실상 확정됐다. 서울고법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추징의 전제가 된 법리가 사라진 상태이고, 배임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이 아닌 업무상 배임만 인정된 점을 고려하면 추징보전을 계속 유지하기는 쉽지 않다”고 평가했다.

김주원 기자

성남시의 가압류를 이끌어 실질적 동결을 유지하는 방안 역시 가능성이 있다. 항소 포기로 검찰이 직접 추징 보전을 유지할 근거가 약해진 만큼, 민사상 손해배상 소송을 진행 중인 성남시와 성남도시개발공사가 검찰이 추징 보전한 재산에 대해 가압류를 신청하는 방식이다. 성남시가 가압류를 걸어 자산을 묶은 뒤 검찰이 추징 보전을 해제하는 구조가 가능하다는 의미다.

유사한 방식이 실제로 작동한 사례도 있다. 지난해 서울서부지검은 불법 대부업체의 자산 22억원을 몰수·추징했다가 법원이 “개인 재산과 섞여 몰수할 수 없다”고 판단하자 피해자들과 직접 소통에 나섰다. 이후 대한법률구조공단이 피해자를 대리해 해당 자산에 대한 가압류를 신청해, 자금이 다시 피고인에게 돌아가는 것을 막은 바 있다. 형사상 강제 처분이 무력화돼도 민사 가압류로 ‘동결’을 이어갈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전례다.

성남시도 최근 서울중앙지검으로부터 대장동 일당의 동결 자산 목록을 넘겨받고 검토에 착수한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실무를 맡을 대형 로펌들이 잇따라 수임을 고사해 가압류 전략이 초기부터 난항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법원 재판연구관 출신 변호사는 “실제 손해액을 명확히 특정할 수 없다는 취지로 특경가법 배임이 아닌 업무상 배임으로 유죄가 선고됐다”며 “이런 상황에서 민사에서 수백억~수천억원이 넘는 손해액을 입증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와 별도로, 위례신도시 개발 의혹을 근거로 새로운 추징보전을 신청하는 방안도 내부적으로는 거론된다. 남 변호사와 정 회계사가 공통 연루된 사건인 만큼 법리적 연결성은 존재하지만, 위례 사건의 추정 범죄수익이 약 210억원에 불과해 대장동의 2000억원과는 규모 차이가 크다. 이미 재판이 1심 결심까지 진행돼 뒤늦게 추징보전 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일 가능성이 낮다는 평가도 나온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달 31일 대장동 개발사업 비리 의혹에 연루된 민간업자 5명에게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왼쪽부터 김만배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남욱 변호사. 뉴스1




석경민([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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