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보호대 믿고 과한 운동 ... 관절 닳아 회복할 틈 없어 [Health&]

중앙일보

2025.11.30 12:30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이민영 기자의
내돈내산 헬시템

보호장구, 심리적 안정감만 더해줘
과신 말고 준비운동으로 부상 예방

출처: Gettyimagesbank
관절 보호대(사진)의 늪에 빠진 건 ‘장비발’이 탐나서는 아니었다. 좀 급하게 걷는다 싶으면 수시로 삐끗거리는 발목, 종일 키보드를 두드리며 혹사당하는 손목, 이유 없이 뚝뚝 소리 나는 무릎은 아랑곳하지 않고 러닝, 요가, 필라테스를 즐겨왔다. 그러다 하나씩 탈이 나기 시작했다. 무게 중심이 무릎에 쏠리는 동작에선 무릎은 삐걱거리고, 발목은 찌릿, 손목은 저릿거렸다. 이런 이유로 들인 게 무릎·발목·손목 보호대 3종 세트다. 운동 재미에 빠질수록 부상에도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스포츠 손상을 예방하는 헬시템으로써 자격이 있다고 판단했다.

깐깐한 소비자임을 자처하며 검색한 결과, 미국에서 특허를 받고 무릎을 단단하게 잡아주는 데다, 얇지만 격한 움직임에도 흘러내리지 않는다는 제품 광고에 노출됐다. 러닝머신을 뛰고 나면 무릎이 약간 붓고 욱신거리는 느낌이 드는 게 아무래도 무릎관절 불안정 때문인가 싶었다.

필라테스, 요가용도 따로 장만했다. 발레리나들이 쓰는 무릎 보호대라고 광고하는 제품이었다. 쿠션형이어서 바닥에 무릎을 댔을 때 불편함이 있던 동작도 거뜬해 보였다. 손목·발목 보호대도 줄줄이 장바구니에 담았다. 카드 결제를 고민할 때마다 보호대들은 나를 향해 ‘네 관절, 지금도 닳고 있다’고 말하는 듯했다.

보호대를 다양하게 써보니 우선 심리적 안정감이 컸다. 예컨대 무릎에 무리가 가는 동작에서 더는 주저하지 않았다. 안정적으로 관절을 잡아주는 느낌이 들어 속도, 시간에 자신감이 붙었다. ‘오늘은 삐끗하지 않겠군’ 하는 든든함이 생겼다. 한번에 몰아서 운동하기가 됐다.

관절 보호대
그런데 여기서 또 다른 문제가 불거졌다. 보호대가 관절을 꽉 잡아주니 내 관절 건강이 한 단계 좋아진 줄 알고 평소보다 운동량을 올려버린 것이다. 보호대를 믿고 방심해 과한 운동을 몇 번 하다 보니 관절이 회복할 틈이 없어졌다. 관절을 지지하는 주변 근력이 약하고 자세가 흐트러져 있는 데다 회복 습관이 없는데 보호대 하나로 해결되길 바랐음을 깨달았다. 종합영양제를 한 알 먹고 노화가 멈추길 바라는 것 같았다. 보호대는 보조 수단이다.

스포츠 손상은 넘어지거나 부딪치는 외상과 함께 관절과 근육을 너무 많이 쓰는 바람에 생긴다. 준비운동·마무리 운동을 건너뛰고, 자세가 제대로 잡히지 않은 상태에서 억지로 운동을 이어가는 게 흔한 원인이다. 특히 젊을 때는 회복이 빠르고, 체력도 좋다는 믿음 때문에 조심성이 떨어지기 쉽다.

스포츠안전재단의 ‘스포츠안전사고 실태 보고서’(2020년)를 보면 생활 체육인들이 많이 다치는 부위는 발목, 무릎, 손목, 어깨 순이었다. 다친 원인은 대부분 염좌(삠)와 좌상(타박상), 골절 같은 익숙한 부상들이다. 많은 부상이 예견된 사고처럼 반복되지만, 예방 의식은 생각보다 낮았다. 조사 대상자 3명 중 1명은 운동 전에 준비운동을 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무리 운동이나 안전 장비 착용, 자신의 체력 수준을 고려하는 습관 역시 전반적으로 부족했다.

관절은 세월을 속이지 않는다. 젊을 때부터 꾸준히 아껴 쓴 사람과 ‘괜찮겠지’ 하며 무리한 사람의 관절은 다른 속도로 노화한다. 작은 손상이어도 반복되면 회복력은 한계에 부딪힌다. 그러면 재생되는 대신 퇴행성 변화로 넘어간다. 생각보다 이른 나이에 관절 노화가 먼저 찾아온다. 관절 연골은 한번 닳기 시작하면 되돌리기가 어렵다.

운동 후엔 스트레칭, 냉온 찜질을 이용한 휴식이 먼저다. 이런 기본기를 갖춘 다음 필요한 상황에 보호대를 더하면 관절 수명에 도움 되는 괜찮은 투자다. 반대로 기본기가 없는데 보호대만 계속 바꿔 끼면 관절 걱정을 이용한 장비 쇼핑에 가까워진다. 더는 장비 탓 말아야겠다 다짐해 본다.





이민영([email protected])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