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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낫게 하는 음식은 없다…익숙한 음식 계속 먹어야 하는 이유 [Health&]

중앙일보

2025.11.30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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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상별 건강 식생활 지침서 발간

암 환자 치료 중 영양 불량 시달려
꾸준히 이어갈 수 있는 식사 중요
익숙한 음식이 가장 안전한 치유식

삼성서울병원 김은미 영양팀장(오른쪽)·조주희 암교육센터장이 암 환자의 바람직한 식생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은주 객원기자
암 치료의 목표는 더는 ‘완치’에 머물지 않는다. 암 생존율이 높아지면서 치료 이후의 삶의 질 관리도 중요해졌다. 그래서 요즘은 ‘암 생존자’ 대신 ‘암 경험자’라는 표현을 쓴다. 암이 꾸준히 관리해야 하는 만성질환에 가까워진 셈이다. 하지만 암 환자의 상당수가 치료 과정에서 영양 불균형에 직면한다. 식사량이 줄고 체중과 근육이 빠지며 전반적인 체력 저하로 피로가 심해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여전히 ‘특정 음식을 먹으면 낫는다’는 오해도 많다. 이런 인식 변화를 이끌기 위해 삼성서울병원과 삼성웰스토리는 최근 『암 치유 건강식단』 레시피북을 펴냈다. 환자들이 일상 속에서 안전하고 균형 잡힌 식사를 실천하도록 돕는 실용 지침서다. 치료 중에도 맛과 즐거움을 잃지 않는 현실적인 회복식을 제시한다. 삼성서울병원 조주희 암교육센터장과 김은미 영양팀장을 만나 암 환자의 건강한 식생활에 대해 들었다.


Q : 많은 암 환자가 영양 불균형을 겪는다.
A : 조주희 센터장(이하 조 센터장) “치료 과정에서 식사량이 줄어드는 게 가장 큰 원인이다. 항암 치료나 방사선 치료 중에는 구역감, 미각 저하, 입 안 통증이 생겨 음식을 잘 삼키기 어렵다. 영양분을 제대로 섭취하지 못하니 체중과 근육량도 줄어든다. 일부 환자는 호르몬 치료 등으로 체중이 늘기도 하지만, 극히 드물다.”
A : 김은미 영양팀장(이하 김 영양팀장) “암 환자의 영양 문제는 대부분 섭취 부족에서 비롯된다. 잘 먹지 못하면 체력이 떨어지고, 체력이 떨어지면 치료 과정을 견디기 힘들어진다. 영양 결핍이 지속할 경우 회복 속도와 치료 효과에 악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영양 관리는 치료를 완성하는 또 하나의 과정이다.”


Q : 환자가 흔히 갖는 오해는.
A : 조 센터장 “‘무엇을 먹으면 낫는다’는 믿음이 강하다. 그래서 검증되지 않은 민간요법이나 특정 음식을 과신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병을 고치는 음식은 없다. 생야채나 유기농 식품이 몸에 좋다고 생각하지만, 면역력이 떨어진 환자에겐 오히려 감염 위험이 클 수 있다. 냉동식품보다 냉장식품을 더 이롭다고 여기는 것도 오해다. 냉동식이 멸균 상태로 보관돼 더 안전할 수 있다. 비싼 음식이나 귀한 재료가 몸에 좋다는 생각도 버려야 한다. 한 끼의 보양식보다 매일의 균형 잡힌 식사가 몸의 회복을 돕는다.”


Q : 환자별로 영양 관리 방향이 다를 텐데.
A : 김 영양팀장 “모든 환자에게 같은 기준을 적용할 수는 없다. 암종과 치료 단계, 환자 상태별로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 식도암·두경부암 환자는 삼키기 쉬운 부드러운 음식이 필요하고, 위·대장암 수술 환자는 소화가 잘되는 저지방식이 적합하다. 특히 급성 회복기에는 공통으로 단백질 섭취를 늘리고 자극적인 음식은 피해야 한다. 탄수화물·단백질·지방·비타민·무기질을 고루 챙겨야 면역이 유지된다.”


Q : 이번 레시피북은 어떤 점이 다른가.
A : 조 센터장 “『암 치유 건강식단』은 삼성서울병원과 삼성웰스토리가 공동 기획한 건강 식생활 지침서다. 평소 즐겨 먹던 한식 메뉴를 중심으로 증상별 추천 메뉴를 포함한 100여 가지 레시피를 구성했다. 음식을 제한하기보다 ‘어떻게 먹는 게 좋은가’에 초점을 맞췄다.”
A : 김 영양팀장 “환자들이 집에서 쉽게 실천할 수 있는 현실적인 조리법을 담은 게 특징이다. 냉동식품·간편식 활용법과 입맛을 살리는 소스 조합까지 담았다. 병원에서는 환자 식단을 세밀하게 관리하지만, 퇴원 후엔 스스로 식사를 해결해야 한다. 『암 치유 건강식단』은 환자들이 손쉽게 맛과 영양을 챙긴 집밥을 만들어 먹을 수 있도록 돕는 가이드북이다.”


Q : ‘치유식’의 핵심은 뭔가.
A : 조 센터장 “치유식의 목적은 먹는 즐거움을 되찾는 데 있다. 특별하고 거창한 게 아니다. 암 환자에게 식사는 단순한 영양 보충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치료 과정의 일부이자 회복의 출발점을 뜻한다. 환자에게 가장 익숙한 음식이 가장 안전한 치유식이다.”


Q : 회복기 환자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A : 조 센터장 “치료 후 회복기는 체력을 다시 쌓는 시기다. 암 환자 중엔 ‘이전과 똑같이 먹으면 재발할까 봐 무섭다’며 식사 자체를 피하는 경우도 있다. 먹는 일이 스트레스가 되면 회복 의지까지 약해진다. 평소 즐기던 음식을 편안하게, 즐겁게 먹을 수 있어야 한다. 완벽한 식단을 고집하는 것보다 지속가능한 식사 습관을 만드는 게 훨씬 더 가치 있다.”
A : 김 영양팀장 “급성 회복기에는 단백질·비타민 등 영양소를 충분히 보충해야 한다. 체력이 안정된 후엔 식사량을 조금씩 늘려가는 것이 좋다. 암 환자에게 필요한 식사는 ‘특별한 비법’이 담겨 있지 않다. 몸이 다시 일상에 적응하도록 돕는 일상식이 전부다. 식탁 위에서 느끼는 편안함이 몸과 마음의 회복을 이끈다.”



신영경([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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