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하게 겨울 나는 법 눈 내린 날 직사광선 여름철 두배 노로바이러스, -20도에서도 살아 굴 익혀 먹고, 하루 두번 온수 좌욕
겨울철 호흡기 질환과 심혈관 질환의 위험이 커진다는 사실은 익히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 시기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하는 건강 요소들이 있다. 자외선, 식중독, 항문 건강이 대표적이다. 눈에 잘 띄지 않거나 간과하기 쉽지만, 방치할 경우 일상에 불편을 주는 것은 물론 심각한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겨울 자외선 노화·피부암 위험은 그대로 겨울 햇빛은 여름보다 약하게 느껴져 자외선에 대한 경계심이 느슨해지기 쉽다. 그러나 중앙대학교병원 피부과 김범준 교수는 “자외선 B(UVB)는 여름보다 약하지만, 자외선 A(UVA)의 반사율과 산란 효과를 고려하면 겨울에도 방심할 수 없다”고 말했다.
노화와 색소 질환을 유발하는 UVA는 계절과 관계없이 거의 일정한 강도로 내리쬔다. 특히 눈이 쌓인 날에는 지면이 자외선을 80% 이상 반사해 직사광선과 반사광이 동시에 피부에 닿는다. 이때 노출되는 자외선량은 여름철보다 두 배 이상 많을 수 있다. 김 교수는 “흐린 날에도 자외선의 약 80%가 지표면에 도달하기 때문에 계절·날씨와 상관없이 자외선에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외선은 피부 속 콜라겐과 엘라스틴을 파괴해 피부 노화를 촉진하고, 기미·주근깨는 물론 전암(前癌) 병변과 기저세포암·편평세포암 등 피부암까지 유발할 수 있다. 이를 예방하려면 과도한 자외선 노출을 피하고 자외선 차단제를 꾸준히 사용해야 한다. 김 교수는 “특히 홍반 루푸스·주사 피부염(얼굴 중앙부의 만성 피부 질환) 환자나 광과민성 약물을 복용 중이라면 증상 악화, 화상, 색소 침착의 위험이 커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외선 차단제의 적정량은 얼굴 기준 500원 동전 크기다. 100원 크기로 두 번 나눠 바르면 밀림이나 백탁 현상을 줄일 수 있다.
또한 자외선은 익상편·광각막염 등 안 질환 위험을 높이고, 스키장에서는 각막 화상인 설맹증을 유발할 수 있다. 따라서 야외 활동 시에는 선글라스나 고글 착용을 권장한다.
노로바이러스 겨울에 더 무서운 식중독 식중독은 여름철 질환이라는 인식이 강하지만, 겨울에도 꾸준히 발병한다. 특히 영하 20도에서도 살아남는 노로바이러스는 오히려 겨울에 더 많이 발생한다.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가정의학과 신현영 교수는 “‘겨울 식중독’이라고도 불리는 노로바이러스 감염증은 오염된 손이 닿은 문고리·수도꼭지를 만지기만 해도 쉽게 전파되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노로바이러스에 감염되면 12~48시간의 잠복기를 거쳐 갑작스러운 구토, 설사, 복통, 발열 등이 나타난다. 소아는 구토, 성인은 설사가 흔하게 발생하며 대부분 2~3일 내 회복된다. 그러나 탈수와 전해질 불균형이 생기면 증상이 악화할 수 있다. 노인·영유아·면역저하자는 심한 탈수로 생명이 위태로울 수 있으며, 드물게 경련이나 뇌염 같은 합병증이 보고되기도 한다.
따라서 겨울철에도 식중독에 대한 경계를 늦춰서는 안 된다. 특히 노로바이러스는 치료제나 백신이 없어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신 교수는 “외출 후, 음식 조리 전, 화장실 사용 후에는 반드시 손을 씻고 주요 감염 매개인 어패류는 중심 온도 85도에서 1분 이상 익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굴은 생식보다는 굴국밥이나 굴전처럼 충분히 익혀 먹는 것이 안전하다.
혈액순환 저하 항문 건강에도 악영향 추운 날씨는 항문 건강에도 영향을 미친다. 낮은 기온으로 항문 주변 혈관이 수축하면 혈액순환이 저하돼 항문 질환이 발생·악화할 위험이 커진다. 생활습관 변화도 한몫한다. 순천향대 서울병원 외과 송영민 교수는 “겨울철에는 활동량과 수분 섭취가 줄어 변비가 생기기 쉽고, 연말·연초 과식과 음주가 겹치면 배변 습관이 불규칙해지면서 항문 질환 발생 위험이 더 커진다”고 설명했다.
겨울철에 증가하는 대표적 질환은 치핵과 치열이다. 활동량과 수분 섭취가 줄면 변이 딱딱해져 배변 과정에서 항문이 찢기며 치열이 생길 수 있다. 배변 시 과도하게 힘을 주면 정맥에 울혈이 생겨 치핵 위험도 커진다. 건조한 공기 때문에 항문 주변 피부가 거칠어져 가려움증이나 피부염이 발생하기도 한다.
문제는 증상이 있어도 병원 방문을 미루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항문 분비물과 통증을 참고 지내다 치루·항문 주위 농양으로 악화해 괄약근 일부가 손상된 사례를 언급한 송 교수는 “항문 질환을 방치하면 회음부와 엉덩이 전체가 괴사하는 포니에르 괴저로 진행하기도 한다”고 경고했다. 통증·출혈·분비물이 나타나면 지체하지 말고 대장항문외과를 찾아야 한다.
그에 더해 항문은 눈에 보이지 않는 부위라 관리를 소홀히 하기 쉽다. 하지만 겨울철에는 항문 질환의 발생 위험이 높은 만큼 평소보다 신경을 써야 한다. 하루 두 번 3~5분 정도 온수로 좌욕을 하고, 화장실에 오래 앉아 있는 습관은 피한다. 항문 주변은 비누 대신 미지근한 물로 씻고 보습제를 발라 자극을 줄이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