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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는] (100)'노예제' 없다지만…모리타니서 차별받는 이들(끝)

연합뉴스

2025.11.30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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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는] (100)'노예제' 없다지만…모리타니서 차별받는 이들(끝)

(서울=연합뉴스) 노재현 기자 = 매년 12월 2일은 유엔이 정한 '세계 노예제 폐지의 날'이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지난해 이 기념일을 맞아 "모든 형태의 현대판 노예 제도를 폐지하는 데 힘을 모으자"고 역설했다.
세계적으로 약 5천만명이 인신매매부터 강제 노동, 성적 착취, 아동 결혼에 이르기까지 비참한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21세기에도 지구촌에서 정신적·신체적 자유를 누리지 못하고 고통받는 이들이 많은 것이다.
아프리카 역사도 노예 제도와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
아프리카연합(AU) 공식 홈페이지에 따르면 노예 제도는 아프리카에서 500년 넘게 지속됐다. 아프리카인들은 대륙 안에서 거래된 한편 스페인, 영국, 네덜란드, 프랑스, 포르투갈 등 전 세계 다른 국가의 노동력으로 수출됐다는 것이다.
노예 제도는 인류 역사에서 그 연원이 깊은데 가장 비극적인 사례로 대서양 노예무역이 꼽힌다.
1440년대 포르투갈이 서아프리카에서 사람들을 납치해 유럽에서 상품처럼 판 것이 그 시작이다.
19세기 후반까지 이어진 대서양 노예무역으로 최소 1천200만명의 아프리카인이 유럽과 아메리카로 끌려갔다.
노예 제도는 아프리카에서 많은 개인의 삶을 산산조각 낸 것은 물론, 사회 기반을 허물었다.
현재 전 세계에서 공식적인 노예 제도는 찾을 수 없지만, 아프리카 서부 모리타니는 아직 오명을 지우지 못하고 있다.
모리타니는 1960년 프랑스로부터 독립하고 나서도 세계에서 마지막까지 노예 제도를 합법으로 인정했던 국가다.
1981년에야 대통령령으로 노예제를 폐지했다.
그런데 모리타니가 아직도 실질적으로 노예 제도를 유지한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된다.
유엔의 인권 전문가 오보카타 토모야는 2022년 모리타니 내 민족들 사이에 현대적 형태의 노예 제도가 여전히 존재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노예가 된 사람들은 재산으로 취급되고 특히 여성과 어린이들은 성폭력을 포함한 폭력과 학대의 대상이 된다"고 비판했다.
앞서 영국 언론 가디언이 2018년 "모리타니에서 수만 명이 사실상 노예로 살아간다"고 폭로하는 등 서방 매체의 관련 보도도 잇따랐다.
인권단체 'SOS 노예'(SOS-Esclaves)는 모리타니에서 현대판 노예의 구출 활동을 오랫동안 해왔다.

이슬람 국가 모리타니는 면적이 103만㎢로 한반도의 5배나 되지만, 국토 대부분이 사막 등 황무지다.
인구는 510만명 정도인데 약 3분의 1은 대서양 연안에 위치한 수도 누악쇼트에 거주한다.
모리타니에서 유목 또는 반(半)유목 생활을 해온 아랍계 베르베르인이 오랫동안 지배 계층을 형성해왔다.
이들이 모리타니 인구의 약 40%인 흑인 하라틴족을 끔찍하게 차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하라틴족 여성의 노예 신분은 자녀에게 세습되는 문화가 있다고 한다.
모리타니에서 사실상 노예로 고통받는 이들의 규모는 정확하게 파악되지 않지만, 15만명이나 된다는 추산도 있다.
모리타니 정부는 국제사회 압력에도 노예 제도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당초 국제사회 여론 등을 감안해 2007년 노예 소유자에 대한 처벌을 담은 법안을 만들었는데, 정작 관련 기소가 거의 이뤄지지 않는 등 실효성이 적다는 지적을 받는다.
베르베르인이 경찰, 사법기관 등 사회 곳곳을 장악한 상황에서 기득권을 포기하기 쉽지 않다.
여기에 모리타니 정부가 사막 등 오지에서 악습을 단속하기가 만만치 않다는 분석이 있다.
지구촌에서 노예가 완전히 사라졌다고 말할 수 있을 때까지 갈 길이 멀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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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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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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