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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간이식 안해준다며 이혼 소송 건 남편 패소

중앙일보

2025.11.30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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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로고. 뉴스1
아내가 간이식을 해주지 않았다며 이혼 소송을 건 남편이 패소했다. 법원은 "장기 기증은 신체에 대한 고도의 자기결정권에 속하는 영역"이라며 단순히 장기 기증을 거부한 것만으로 혼인 파탄의 책임이 있지는 않다고 봤다.

최근 SBS '모닝와이드'에는 간이식을 두고 이혼 소송으로 내몰린 부부의 사연이 공개됐다. 희귀 간 질환에 걸려 시한부 1년을 선고받은 남편은 '이식 적합' 판정을 받은 아내에게 간이식을 요구했다.

아내는 선단공포증을 앓고 있다며 간이식을 거부했다. 선단공포증은 날카로운 물체가 시야에 들어오면 극도의 두려움과 공포감을 느끼는 공포증이다. 아내는 "주사만 봐도 겁이 나는데, 날카로운 수술용 칼을 상상하면 도저히 수술대에 누울 수 없다"며 거절했다.

아내는 이후 정성껏 남편의 병시중에나섰지만, 남편은 아내의 행동이 위선이라 판단해 "간호 따위 해서 뭐하냐"며 폭언을 이어갔다. 시댁에서도 "며느리가 남편 죽는 꼴을 보려 한다"며 거들었다.

갈등이 이어지던 차에, 뇌사자 기증자가 기적처럼 등장하며 남편은 이식 수술을 받고 건강을 되찾았다. 그러나 남편은 뒷조사를 벌여 아내의 선단공포증이 거짓말이란 사실을 알게 됐다.

남편이 따져 묻자 아내는 "거짓말이 맞다"고 인정하면서 "수술받다 잘못되면 우리 어린 딸들은 어떡하냐"고 호소했다.

그러나 남편은 아내의 호소에도 "내가 죽든 말든 상관없었냐"며 이혼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간이식을 해주지 않은 아내의 행위만으로는 이혼 사유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장기 기증은 신체에 대한 고도의 자기결정권에 속하는 영역"이라며 "이를 거부했다는 사실만으로 혼인 파탄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했다. 또 "어린 자녀를 양육해야 하는 보호자로서, 본인의 건강 악화에 대한 현실적인 불안과 우려가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1심 이후로도 갈등을 이어가던 부부는 결국 이혼에 동의했다. 혼인 파탄의 주된 책임을 따지는 2심 재판에서 재판부는 아내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혼인 파탄의 근본적인 원인은 아내의 거짓말이나 이식 거부가 아니라 남편의 폭언과 강요에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장기 이식을 강요하고, 거부했다는 이유로 아내를 비난하며 부부간의 신뢰를 훼손한 남편에게 혼인 파탄의 전적인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다.




신혜연([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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