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우크라이나가 30일(현지시간) 미 플로리다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안 협상을 진행했다. 양측 모두 “생산적인 회담이었다”고 평가했지만 구체적인 협의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협상이 진행되는 시간 플로리다 마러라고 사저 인근에서 골프 라운딩 중이던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논의 결과에 대해 “(종전 협상이 타결될) 좋은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백악관 공동취재단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플로리다에서 워싱턴 DC로 향하는 전용기 에어포스원에서 미국과 우크라이나 정부 대표단 간 협의 결과에 대한 취재진 물음에 “그들은 잘 진행하고 있다. 러시아도 우크라이나도 이 사태가 끝나기를 바랄 것”이라고 답했다. 또 “우크라이나는 몇 가지 까다로운 문제들을 안고 있다. 부패와 관련된 문제들”이라고 덧붙였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오른팔로 불려 온 안드리 예르마크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최근 부패 혐의로 수사 대상에 오르자 지난달 28일 전격 사퇴한 것을 가리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플로리다의 핼런데일 비치에서 4시간 넘게 진행된 미국과 우크라이나 정부 대표단 간 협의는 트럼프 행정부가 마련한 평화 구상안을 두고 지난달 23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협상을 한 지 7일 만에 재개된 것이다. 미국 측에서는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스티브 위트코프 대통령 특사, 트럼프 대통령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가 참석했고, 우크라이나 측은 루스템 우메로우 국가안보국방위원회 서기가 협상단을 이끌었다.
━
루비오 “회담 생산적…할 일 많아”
루비오 장관은 회담 직후 기자들과 만나 “생산적이었다”고 평가하면서도 “아직 해야 할 일이 많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문제는 민감하고 복잡하다. 변수가 많고 당연히 또 다른 당사자가 존재한다”며 “이에 대한 논의는 이번 주 후반에도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
우메로우 서기는 “우리는 우크라이나의 미래와, 우크라이나 및 우크라이나 국민에게 중요한 모든 주요 문제를 논의했다”며 “우리는 이미 (지난달 23일) 제네바에서 성공적인 회담을 했고 오늘 그 성공을 이어갔다. 현재로선 이번 회담은 생산적이고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했다. 그간 미국 등을 상대로 한 종전 협상에서 우크라이나 정부 대표단을 이끌어 온 예르마크 전 비서실장이 갑작스럽게 물러났지만 향후 논의 구도에는 변화가 없을 거라는 게 우크라이나 측 입장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날 연설에서 “미국 측이 건설적인 접근을 보이고 있으며 앞으로 며칠 내 전쟁을 존엄하게 종결하는 방안을 구체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
우크라 측 “주요 문제 논의…성공적”
종전 협상의 핵심 쟁점은 우크라이나 영토와 안전보장 확보 문제다. 트럼프 행정부가 러시아와의 물밑 접촉을 통해 마련한 28개 항목의 초기 평화 구상안에는 ▶우크라이나의 동부 돈바스 영토 포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불가 ▶종전 후 서방의 우크라이나 평화유지군 배치 배제 등 러시아 요구를 대거 반영하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과 우크라이나는 지난달 23일 제네바 회동에서 우크라이나 입장을 일정 부분 반영해 19개 조항으로 조정했다고 한다.
이날 회동에서는 우크라이나의 잠재적인 새 선거 일정과 러시아·우크라이나 간 영토 교환 문제도 다뤘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2019년 5월 취임한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해 5월 5년 임기가 끝났지만 2022년 2월 시작된 전쟁 때문에 대선이 연기돼 집권을 이어가고 있다. 러시아는 젤렌스키 대통령을 두고 임기가 이미 종료된 만큼 평화 협상 상대로 정통성이 없다고 주장해 왔다.
우크라이나 차기 대선 일정 논의설이 보도된 것은 젤렌스키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힌 예르마크 전 비서실장이 부패 스캔들로 사임하는 등 정권이 코너에 몰린 상황에서 나온 것이어서 눈길을 끈다.
━
위트코프·쿠슈너, 러 방문…추가 협상
플로리다 회동 이후 미국과 우크라이나 양측은 각각 러시아, 유럽 우방국을 상대로 한 추가 협상을 이어갈 예정이다. 미국 측 위트코프 특사와 쿠슈너는 이번 주 초 러시아 모스크바를 방문해 우크라이나 대표단과 협의 결과를 토대로 종전안을 조율할 예정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회동도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1일 프랑스를 방문해 에마뉘엘 마크롱과 종전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 글을 통해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 알렉산데르 스투브 핀란드 대통령 등과의 통화 사실을 알리며 “이번 주에는 유럽 파트너들과 많은 협력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