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의 접근금지 명령이 해제된 지 일주일 만에 아내를 찾아가 흉기로 살해한 부평 살인 사건, 이별 통보를 받은 전 남자친구가 저지른 울산 주차장 살인미수 사건, 스토킹 신고로 보호조치를 받던 피해자를 일터로 찾아가 살해한 의정부 교제 살인 사건, 옛 연인을 납치·살해한 뒤 극단 선택한 동탄 납치·살인….
이와 같은 흉악 범죄가 반복되는 가운데 한국 여성 5명 중 1명은 평생 한 번 이상 '친밀한 파트너'로부터 폭력 피해를 경험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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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5명 중 1명, 친밀한 관계에서 폭력 피해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은 1일 '2025년 세계 여성폭력 추방 주간'을 맞아 성평등가족부가 2021년과 2024년 실시한 '여성폭력 실태조사'를 분석해 발표했다. 조사는 19세 이상 성인 여성 약 7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친밀한 파트너에는 전·현 배우자(사실혼 포함), 전·현 연인 등이 포함된다.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친밀한 파트너로부터 신체적·성적(性的)·정서적·경제적 폭력 및 통제(5개 유형) 피해를 평생 한 번 이상 경험했다고 응답한 여성은 19.2%로 나타났다. 이는 2021년(16.1%)보다 3.1%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신체적·성적 폭력(2개 유형)에 대한 피해 경험률도 2021년 10.6%에서 지난해 14.0%로 3.4%포인트 늘었다. 김효정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친밀한 관계 내 여성폭력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는 분석 결과는 여성의 안전이 사적인 관계에서도 충분히 보장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라고 지적했다.
지난 1년간 친밀한 파트너에게 5개 유형의 폭력을 경험한 비율은 40대 4.5%, 50대 4.4%, 60대 4%로 중장년층에서 높게 나타났다. 이는 전체 평균(3.5%)을 웃도는 수준이다. 신체적·성적 폭력 피해 경험률 역시 40대 여성(2.8%)이 가장 높았다.
전·현 연인 관계에서 발생하는 교제폭력 피해율도 증가세를 보였다. 평생에 걸친 교제폭력 피해율은 2021년 5.0%에서 2024년 6.4%로 1.4%포인트 늘었다. 신체적·성적 폭력에 대한 교제폭력 피해 경험률도 같은 기간 3.5%에서 4.6%로 1.1%포인트 증가했다.
교제폭력 피해는 젊은 연령층에서 두드러졌다. 20대 여성의 5개 유형 피해 경험률은 2.3%로 모든 연령대 중 가장 높았다.
김종숙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원장은 "친밀한 관계 내 여성폭력이 우리 사회 전반의 구조적 문제로 확산하고 있다"며 "교제·동거·비혼 등 다양한 형태의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하는 폭력도 포함할 수 있도록 제도와 정책이 현실에 맞게 정비돼야 한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