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新星)의 성공적 데뷔, 최대 경쟁국의 등장.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의 전초전인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쇼트트랙 월드투어가 1일(한국시간) 마무리됐다. 1차부터 4차 대회까지 치러진 월드투어에서 한국은 가능성과 과제를 모두 확인했다. 남자부에선 ‘샛별’ 임종언(18)이 국제경쟁력을 입증했고, 여자부에선 ‘쌍두마차’ 김길리(21)와 최민정(29)이 건재함을 과시했다. 다만 캐나다가 신흥 강국으로 떠오르면서 밀라노에서의 만만치 않은 경쟁을 예고했다.
한국은 1일 네덜란드 도르드레흐트의 스포르트불레바르에서 끝난 월드투어 4차 대회에서 금메달 2개와 동메달 2개를 수확했다. 임종언이 남자 1000m에서 우승했고, 김길리가 여자 1500m 정상을 밟았다.
레이스 막판까지 3위로 밀렸던 임종언은 마지막 곡선 주로에서 아웃코스로 상대 선수들을 추월하며 가장 먼저 결승선을 끊었다. 김길리도 마지막까지 선두를 놓고 다투다가 인코스를 파고들어 우승을 차지했다. 또, 최민정이 여자 1500m 동메달을 추가했고, 남녀 선수들이 함께 뛰는 2000m 혼성계주에서도 동메달을 합작했다.
이로써 한국은 1~4차 월드투어에서 금메달 9개와 은메달 6개, 동메달 4개를 획득했다. 가장 빛난 별은 역시 임종언이었다. 지난 4월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고교생 신분으로 깜짝 1위를 기록해 태극마크를 단 임종언은 성인무대 데뷔전인 이번 월드투어에서 국제경쟁력을 입증했다. 1차 대회에서 1500m 금메달을 따냈고, 선배들과 5000m 계주 금메달도 합작했다. 이어 4차 대회에선 1000m 정상까지 밟아 차세대 에이스로서의 입지를 굳혔다. 특유의 폭발적인 스피드를 앞세워 상대 빈틈을 파고드는 영리한 플레이가 단연 돋보였다.
여자부에선 체력이 강점인 김길리가 역주했다. 3차와 4차 대회에서 연달아 1500m 정상을 밟아 장거리 종목 강세를 입증했다. 또, 최민정은 취약 종목인 500m를 비롯해 1000m와 1500m에서 골고루 메달을 따내 내년 동계올림픽 전망을 밝혔다.
그러나 과제도 함께 발견했다. 남자부는 임종언 외에는 크게 두각을 나타낸 선수가 나오지 않았다. 올 시즌 국가대표로 복귀한 황대헌(26)은 1500m 은메달 1개와 1000m 동메달 1개로 월드투어를 마쳤다. 설상가상으로 4차 대회 막판에는 왼쪽 무릎 통증으로 1000m 준결선 출전도 포기했다. 올해 처음 태극마크를 단 신동민(20)은 메달을 4차 대회까지 수확하지 못했다. 혼성계주는 금·은·동을 하나씩 합작했지만, 남은 기간 추가 훈련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한편 이번 월드투어를 통해선 캐나다가 최대 강국으로 떠올랐다. 남녀 에이스인 윌리엄 단지누(24)와 코트니 사로(25)가 각각 금메달 6개와 5개로 맹활약한 덕분이다. 단지누와 사로는 종합 포인트 1위에게 주어지는 크리스털 글로브를 수상했다. 또, 캐나다는 혼성계주 부문에서도 네덜란드와 한국을 제치고 전체 1위를 차지했다.
쇼트트랙은 한국의 대표 효자 종목이다. 한국은 지난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 2개만 따냈는데 이 금메달은 모두 쇼트트랙에서 나왔다. 이번 밀라노 올림픽에서도 쇼트트랙 결과가 대회 성적과 직결되는 만큼 캐나다의 벽을 어떻게 넘느냐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