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호 경찰청장이 12·3 비상계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으로부터 “국회로 월담하는 의원들을 체포하라”는 지시를 들었다고 증언했다. 조 청장이 계엄 당시 윤 전 대통령과의 통화 내용을 구체적으로 진술한 건 처음이다.
조 청장은 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32부(부장 류경진) 심리로 열린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의 내란 중요임무 종사 사건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같이 말했다.
조 청장은 계엄 당일 오후 11시 15분부터 약 1시간 동안 윤 전 대통령과 6차례 비화폰으로 통화했다고 했다. 조 청장은 "처음에는 국회를 통제하라고 해서 법률에 근거가 없어서 안된다고 했던 것 같다"며 "나중에는 국회로 월담하는 의원이 많다는 데 대해 '다 잡아라, 체포하라'고 했다"고 증언했다.
조 청장은 "대통령께서 직접 저한테 지시해서 국회로 들어가는 의원들 체포하라고 했다"면서 "요즘 애들 말로 씹었다(무시했다)"고 말했다. 그는 "체포를 위해서는 구체적인 수사 대상 행위가 있어야 하고 체포 필요성이 있어야 하는데, 두 가지 다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무작정 체포하는 건 아무리 계엄이 정당하더라도 형법 위반"이라며 윤 전 대통령의 지시를 거부한 이유를 설명했다.
윤 전 대통령과 통화한 이후 이 전 장관과도 통화했으나, 윤 전 대통령의 체포 지시는 언급하지 않았다고 했다. 조 청장은 "구체적 계획을 세웠다면 보고 내용에 포함시켰을 수 있지만, 이건 좀 아니다 싶어서 이행하지 않기로 마음을 굳힌 상태에서 장관 전화를 받았다"며 "그 말은 확실히 안 드렸을 것"이라고 했다. 통화 내용은 국회 앞 인파 밀집 및 경력 배치 상황 보고였다고 진술했다.
앞서 조 청장은 윤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에 구속 상태로 증인으로 출석했지만, 당시 "공소사실 관련은 증언 못 한다"며 답변을 거부했었다. 지난해 특수본 조사에서 조 청장은 “(계엄 당시) 윤 대통령이 ‘조 청장! 국회에 들어가는 국회의원들 다 잡아. 체포해. 불법이야’라고 했다”고 진술했었지만, 헌재에서는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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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청장 부인 "공식 문서라고 하기에는 다소 조잡한 수준"
이날 법정에는 조 청장의 부인 윤모씨도 증인으로 증인으로 출석했다. 윤씨는 남편으로부터 대통령의 계엄 계획에 대해 전해들은 뒤 "남편은 쉬고 있었고, 저는 주방에서 계속 왔다갔다하면서 일을 하는 중에 '계엄이 도대체 뭐지, 내가 알고 있는 계엄과 다른 게 있나' 그런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윤씨는 문건에 대해 "공직생활 30년을 했지만 공문서 서식이나 일반적 보고 서식 둘 중 어느 것에도 해당하지 않는 형식이었다"며 "공식적인 문서라고 하기에는 다소 조잡한 수준이었다"고 했다. 종이의 내용에 대해서는 "제가 기억이 나는 건 ‘MBC’와 ‘꽃’ 말고는 보지를 못했다"며 "'꽃'이 뭐냐"고 (남편에게) 물었고 김어준의 뉴스공장 관련이라고 들었다"고 했다.
그는 "대통령 접견을 하고 가져온 종이로 이해를 했는데, 김어준은 제가 평소에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어서 '대통령이 이런 사람들한테 관심을 가지는 건가'라는 생각을 했다"며 "남편이 건강상태가 안 좋았기 때문에 여러 일에 관여가 안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갖고있지 말고 찢어버리는 게 낫겠다는 의견을 이야기했다"고 했다. 조 청장은 앞서 검찰 조사에서 아내의 조언에 따라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건네받은 A4용지를 찢어버렸다고 증언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