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김건희 여사 의혹을 수사한 민중기 특검팀 관계자를 ‘양평군 공무원 사망 사건’과 관련해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하기로 했다. 인권위는 특검 조사 과정에서 고인에게 진술 강요 등 강압적 언행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양평군 공무원 정모(57)씨는 ‘양평 공흥지구 개발 특혜’ 의혹 관련 특검 조사를 받고 지난 10월 10일 유서를 남기고 숨진 채 발견됐다.
인권위는 1일 오후 제22차 전원위원회에서 이 같은 내용이 담긴 82쪽 분량의 양평군 공무원 사망 사건 직권조사 결과 보고서를 의결했다. 인권위는 정씨를 조사했던 특검팀 파견 수사관 1명을 직권남용 혐의로 검찰에 고발할 예정이다. 아울러 정씨를 조사했던 나머지 파견 경찰관 3명도 검찰에 수사를 의뢰한다. 또 4명 모두에 대해 경찰청장에게 징계를 권고한다.
인권위는 조사 과정서 고인의 21장 분량의 일기 형식 유서를 확보했다. 이와 함께 고인의 휴대전화 포렌식 결과, 가족과 직장 동료 등 30명 넘는 진술과 유서를 대조해 증거능력을 검토했다. 조형석 인권위 조사총괄과장은 “유서에서 발견된 ‘안했다 했는데 계속 했다고 해라, 누가 시켰다고 해라, 회유와 강압에 너무 힘들다’는 표현이 강압적 조사 정황”이라고 설명했다.
인권위 조사에 따르면, 특검은 고인을 조사하는 과정서 수사준칙 기준을 여러 차례 위반했다. 인권위 관계자는 “고인은 피의사실이 구체적으로 적시되지 않은 출석 요구 통지와 4차례에 걸친 급박한 출석 일정 변경을 받았다”며 “실제 조사시간 8시간 48분, 총 조사시간 14시간 37분 등으로 수사준칙 기준을 초과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인권위 의결에 앞서 특검 수사관들은 이날 전원위원회에 출석해 “강압 수사를 할 이유가 없다”며 혐의를 부인했다고 한다. 이번 인권위 조사는 민중기 특검팀 자체 결과와도 배치된다. 지난달 27일 민 특검은 수사관 4명 가운데 3명을 파견 해체하면서도 “자체 감찰 결과 허위 진술 강요 등을 발견하지 못했고, 강압적인 언행도 단정하기 어렵다”고 발표했다.
인권위의 권고를 받은 개인 또는 기관은 90일 이내에 권고 수용 여부와 관련 답할 의무가 있다. 권고를 따르지 않기로 한 경우 90일 이내에 그 사유를 인권위에 소명해야 한다. 조 과장은 “고발하기로 한 경찰관 1명에 대해선 범죄 혐의점이 어느 정도 소명됐다고 봤고, 나머지 3명은 수사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했다.
이밖에 인권위는 양평경찰서장에게는 고인의 부검 및 유서 관련 업무 처리 과정과 관련해 자체 직무교육을 실시를 권고했다. 국회의장에게는 향후 특검법 제정·개정 시 수사 과정에서 인권보호 규정을 명확히 포함시켜 달라고 권고했다. 민중기 특검을 향해선 향후 피의자 수사에 있어 인권수사 기준을 준수하라고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