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1명의 사상자를 낸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가족들이 오는 4일로 예정된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항철위)의 조사 결과 공청회에 반발해 삭발식과 함께 밤샘 농성에 돌입했다.
12·29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가족협의회는 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불투명하고 독단적인 항철위의 셀프조사 중간보고와 졸속 공청회 강행 시도를 중단하고, 참사 진상 규명과 피해자 참여를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유족협의회는 이날 호소문을 통해 “항철위를 국무총리 산하 독립조사기구로 이관하고, 공청회를 3개월가량 연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항철위는 항공·철도 정책의 주무 부처인 국토부 소속이어서 조사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게 유족협의회 입장이다.
유족협의회는 또 “국토부는 국민에게 제주항공 참사를 잘 수습된 참사로 포장하고, 유족들에게는 셀프조사·깜깜이 조사로 모든 정보를 차단했다”며 “찢긴 비행기 잔해는 오늘도 무안공항 노지에 물에 젖은 낙엽처럼 방치돼 썩어가고 있는 것이 이 참사의 본질”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유족협의회는 “정부와 국회는 참사의 진실을 외면하지 말고 항철위를 독립시켜 투명한 조사 환경을 마련하라”며 “공청회와 중간발표 등 모든 절차는 항철위 독립 후에 공정하게 진행하라”고 했다.
유족협의회는 기자회견 후 삭발식을 열고, 항철위 독립 등을 요구하는 호소문을 대통령실 관계자에게 전달했다. 이들은 이 과정에서 대통령 면담을 요청하며 대통령실로 향하던 중 이를 막아선 경찰과 한때 물리적 충돌을 빚기도 했다.
유족협의회는 이날부터 오는 4일까지 밤샘 농성과 진실규명 촉구 집회, 시민촛불문화제 등을 열 예정이다. 4일에는 공청회가 열리는 서울 글로벌센터에서 ‘셀프조사 공청회 중단 집중 집회’를 연다.
앞서 항철위는 지난해 7월에도 중간조사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었으나 유족들의 반발로 무산됐다. 항철위는 당시 무안국제공항에서 엔진 정밀조사 결과와 공항 내 로컬라이저(Localizer·방위각 시설) 둔덕 현장조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었다.
이에 유족들은 항철위 조사 결과에 반발하며 “국토부의 조사 결과 발표는 조종사의 잘못으로만 몰아가는 식”이라며 “엉터리 조사 결과를 언론에 발표하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한편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는 지난해 12월 29일 오전 9시3분쯤 무안공항 활주로에서 동체착륙을 시도하던 항공기가 활주로 밖 로컬라이저 둔덕과 충돌한 뒤 폭발한 사고다. 당시 참사로 탑승자 181명(승객 175명·승무원 6명) 중 179명이 숨지고 2명이 부상을 입었다.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은 박상우 국토부 장관과 김이배 제주항공 대표, 국토부 공항공사 직원 등 39명을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해 조사 중이다. 이들은 각각 관제 업무와 조류충돌 예방 업무를 맡았거나, 공항시설 관련 법률 등을 위반한 혐의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