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희철(52·서울 SK 감독) 임시 감독이 이끄는 한국 농구대표팀은 1일 강원 원주 DB프로미 아레나에서 열린 2027 국제농구연맹(FIBA) 월드컵 아시아 예선 1라운드 B조 2차전에서 중국을 90-76으로 꺾는 이변을 연출했다. 이날 14점 차는 한국 농구의 중국 상대 역대 최다 2위 타이 점수 차 승리다.
FIBA 랭킹 27위 중국은 지난 8월 아시아컵 준우승팀이다. 한국의 랭킹은 그보다 30계단 아래인 56위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절대 열세를 점쳤다.
지난달 28일 중국 베이징 원정 1차전에서 중국을 80-76으로 꺾고 3년여 만의 승리를 거둔 한국은 이로써 12년 만에 중국전 2연승을 기록했다. 한국이 중국전에서 연승을 거둔 건 2013년 5월 동아시아선수권대회 결승과 같은 해 8월 FIBA 아시아선수권대회(현 아시아컵) 조별리그 이후 처음이다. 지난 8월 아시아컵 8강전 패배(71-79)도 설욕했다.
이번 예선은 2027년 카타르에서 열리는 FIBA 월드컵 본선 진출을 위한 첫 관문이다. 16개 팀이 4개 조로 나뉘어 경쟁하는 1라운드에서 각 조 1~3위에 오른 총 12개 팀이 2라운드에 진출한다. 한국은 중국, 일본, 대만과 B조에 편성됐다.
예선 2연승을 거둔 한국은 조 선두로 올라서며 2라운드 진출 가능성을 높였다. 한국은 내년 2월 26일 대만, 3월 1일 일본과 원정경기를 치른다.
악재 속에서 거둔 승리라 더욱 값지다. 한국은 안준호(69) 전 감독의 후임을 구하지 못해 전희철 임시 감독과 조상현(49·창원 LG 감독) 임시 코치 체제로 이번 대표팀을 꾸렸다. 여준석(시애틀대), 최준용, 송교창(이상 부산 KCC) 등 주축 선수들도 부상으로 빠졌다.
저우치(2m12㎝), 후진추(2m10㎝), 장전린(2m8㎝), 쩡판보(2m7㎝) 등 장신 선수들이 버티는 ‘만리장성’ 중국을 무너뜨린 건 ‘양궁 농구(3점슛 위주 운영)’였다.
2002 아시안게임 결승에서 중국을 꺾고 금메달을 딴 ‘중국 킬러’ 전희철 임시 감독은 조상현 임시 코치와 머리를 맞대고 비밀리에 전술을 짰다. 지난 시즌(2024~2025) 프로농구에서 SK는 정규리그 우승을, LG는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차지한 명장들의 전략이었다.
한국은 이날 3점슛 23개를 시도해 11개를 성공시키며 47.8%의 높은 성공률을 기록했다.
리바운드에서는 26-38로 밀렸지만, 외곽슛으로 만회했다. 1차전에서 에이스 이현중(25·나가사키)이 3점슛 9개를 포함해 33점을 몰아쳤다면, 이날은 특급 가드 이정현(26·소노)의 외곽슛이 폭발했다.
이정현은 3점슛 7개 중 6개를 꽂으며 24점을 올렸다. 이현중은 20점으로 이정현을 거들었다. 전반 한국은 3점슛 10개 시도 중 7개를 성공시킨 반면, 중국은 12개를 던져 1개만 넣는 난조를 보이며 스스로 무너졌다.
전반을 52-29로 크게 앞선 한국은 리드를 끝까지 지켜냈다. 중국이 후반 반격했지만, 센터 하윤기는 장신 중국이 넘보는 골밑을 든든히 지켰다. 하윤기는 17점을 보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