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독일에 "나치 피해자 지원 서둘러 달라"
"생존자 계속 줄어"…독일 '법적으로 종결' 입장 고수
(베를린=연합뉴스) 김계연 특파원 = 폴란드 정부가 독일에 나치의 만행에서 살아남은 피해자들을 재정적으로 지원해 달라고 거듭 요구했다.
dpa통신 등에 따르면 도날트 투스크 폴란드 총리는 1일(현지시간) 정부간 회의차 독일 베를린을 방문한 자리에서 피해자 지원 문제를 언급하며 "진심으로 이 조치를 원한다면 서둘러 달라"고 말했다.
투스크 총리는 생존한 피해자가 계속 줄어들고 있다며 "명확하고 빠른 설명을 듣지 못하면 내년에 폴란드가 자체적으로 지원하는 방안을 고려하겠다"고 압박했다.
작년 7월 올라프 숄츠 당시 독일 총리는 폴란드 내 나치 피해자 지원을 약속했으나 아직까지 독일 측의 구체적 조치는 없다. 독일·폴란드 화해재단에 따르면 이후 1년 4개월 사이 생존자가 6만명에서 5만명으로 줄었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독일은 역사적 책임을 다할 것"이라면서도 나치 피해 배상이 법적으로는 종결된 문제라는 입장을 바꾸지 않았다.
독일과 폴란드의 제2차 세계대전 배상은 두 나라 사이 해묵은 갈등 요인이다. 독일은 1953년 폴란드가 배상 청구를 포기해 전후 처리가 끝났다고 본다. 그러나 폴란드 민족주의 진영은 당시 소련의 강압으로 인한 청구권 포기는 무효라고 반박한다.
폴란드 우파 법과정의당(PiS)은 2022년 나치 독일에 폴란드가 입은 피해를 1조3천억유로(약 2천221조원)로 계산하고 배상 요구를 공식화했다.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 출신인 투스크 총리는 그동안 독일과 관계를 고려해 배상 문제 언급을 꺼렸다. 그러나 이날은 옛 폴란드 공산당의 청구권 포기에 대해 "당시 폴란드 국민은 발언권이 없었으므로 국민의 이익을 위한 결정이 아니었다"며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투스크 총리는 지난 8월 민족주의 역사학자 출신 카롤 나브로츠키 대통령이 취임한 뒤 반독일 정서를 틈탄 강경 우파 진영의 공세에 시달리고 있다.
독일 정부는 지난 9월 안보 지원으로 배상을 대신하자는 제안을 내놨다. 양국은 이날 정부간 회의에서 내년 중 방위협정을 체결하기로 했다. 독일은 베를린에 폴란드 나치 희생자 추모시설 건립을 추진하고 나치가 약탈한 문화재 73점을 돌려줄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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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계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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