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마이크로소프트(MS)가 데이터센터를 바닷속에 가라앉혔을 때, 많은 이들이 기발한 실험이라 여겼습니다. 스코틀랜드 앞바다에 설치된 MS의 ‘프로젝트 나틱’은 차가운 해수를 이용해 냉각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였죠. 그로부터 7년이 지난 지금, 데이터센터는 더 극단적인 환경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바다 보다 넓고 무한한 우주 공간에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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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데이터센터…청정 에너지와 냉각 비용 절감 장점
2025년 11월, 구글은 ‘프로젝트 선캐처’를 발표하며 본격적으로 우주 데이터센터 시대의 서막을 알렸습니다. AI 칩을 탑재한 81기의 위성을 지구 궤도에 배치해 거대한 컴퓨팅 클러스터를 만들겠다는 야심찬 계획이죠.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지상 AI 데이터센터가 조만간 구조적 한계에 직면할 것”이라며 “우주 데이터센터로 인한 비용 절감 및 전력 수요 감당에 5년 이상은 걸리지 않을 것 같다”고 주장했어요. AI 스타트업으로 경영에 복귀한 제프 베조스 아마존 창업자도 기가와트급 데이터 센터가 우주에 설립될 것이라며 비용 경쟁력이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우주에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면 우주 환경이 제공하는 독보적인 장점이 존재해요. 먼저, 무한에 가까운 청정 에너지입니다. 지상의 태양광 발전은 밤과 구름, 계절에 따라 효율이 크게 달라지지만 대기권 밖 우주 궤도에서는 24시간 내내 강렬한 태양광을 받을 수 있어요.
구글의 분석에 따르면 태양광 패널은 지상 대비 최대 8배 효율적으로 전력을 생산할 수 있어요. AI 시대의 데이터센터가 ‘전기 먹는 하마’로 불리는 상황에서, 이는 매력적인 해결책처럼 보여요. 국제에너지기구는 2026년 전 세계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가 연간 1000테라와트시(TWh)를 넘을 것으로 전망했는데, 이는 일본의 연간 전력 소비량과 맞먹는 규모입니다.
전력 절감도 강력한 장점입니다. 일반적으로 데이터센터 운영 비용의 40% 이상이 냉각에 사용되는데, 우주의 그늘진 곳은 섭씨 영하 270도에 달하는 극저온 환경이죠. 이론적으로는 복사 냉각 방식을 통해 막대한 냉각 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습니다. 우주 스타트업 스타클라우드는 우주 데이터센터가 냉각 비용을 최대 40~60%까지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마지막으로 공간과 자원의 제약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지상의 데이터센터는 막대한 토지와 물을 소비해요. 특히 냉각수로 인한 배수 배출은 환경 문제로 지적받아 왔죠. 우주로 시설을 옮기면 이런 문제에서 완전히 자유로워져요. EU가 어센드(ASCEND) 프로젝트에 투자하는 이유도 1000개 이상의 데이터센터 블록을 우주에 배치해 기후중립 목표 달성하기 위해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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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만하지 않은 환경…우주가 요구하는 가혹한 대가
하지만 우주는 결코 만만한 환경이 아닙니다. 낙관론자들의 주장과 달리, 우주 데이터센터는 극복하기 어려운 난관들에 직면해 있어요. 가장 치명적인 문제는 유지보수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이에요. 지상이나 수중 데이터센터는 부품이 고장 나면 교체할 수 있어요. 실제로 마이크로소프트의 나틱 프로젝트는 필요시 인양하여 수리할 수 있었죠. 하지만 우주에서는 하드웨어가 고장 나면 그것으로 끝입니다. 극도로 높은 내구성과 다중 이중화 설계가 필수적이지만, 이는 곧 비용 상승으로 이어집니다.
우주 방사선도 심각한 위협입니다. 대기권이라는 보호막이 없는 우주에서는 강력한 방사선이 칩셋에 비트 플립 오류를 일으키거나 하드웨어를 영구 손상시킬 수 있어요. 구글은 텐서처리장치(TPU)를 입자가속기로 테스트해 저궤도 방사선 환경에서 무손상을 확인했다고 밝혔지만, 장기 운영에서의 안정성은 여전히 미지수입니다.
역설적이게도 열 제어도 큰 문제에요. 우주는 춥지만 ‘진공’ 상태입니다. 열을 전달할 공기나 물 같은 매개체가 없기 때문에, 서버에서 발생한 열을 밖으로 내보내기가 매우 어려워요. 오직 복사 방식으로만 열을 식혀야 해서 고도의 열 제어 기술과 첨단 열전달 재료가 필요합니다.
무엇보다 경제성 논란이 뜨겁습니다. 스페이스(SpaceX)덕분에 발사 비용이 줄었다고는 하지만, 현재 킬로그램당 약 3000달러에 달하는 비용으로 무거운 서버를 궤도에 올리는 것은 여전히 천문학적 지출이죠. 구글은 2035년쯤 발사 비용이 킬로그램당 200달러로 떨어지면 지상 데이터센터의 에너지 비용과 비슷해질 것으로 전망하지만, 이는 스페이스X의 스타십이 연간 180회 발사된다는 낙관적 가정에 기반합니다.
수중 데이터센터의 사례도 시사하는 바가 커요. 마이크로소프트는 나틱 프로젝트에서 고장률이 지상 대비 8분의 1로 낮았다는 성과를 발표했지만, 결국 상업적 배포는 하지 않았어요. 냉각 에너지를 90% 절감할 수 있다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해수 부식, 접근성, 유지보수 등의 문제가 상업화를 가로막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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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AI를 위한 각국의 시도…한국은 아직 출발선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요 국가와 기업들은 우주 데이터센터 경쟁에 뛰어들고 있어요. 미국은 민간 기업 중심으로 빠르게 움직이고 있죠. 구글은 2027년 초 프로토타입 2기를 발사할 예정이고, 스타클라우드는 2025년 11월 엔비디아 H100 GPU(그래픽 처리장치)를 탑재한 위성을 발사해 구글의 AI 모델을 우주에서 구동하는 실증에 나설 계획이에요. 이 회사는 궁극적으로 가로, 세로 4킬로미터 규모의 초대형 태양광 패널을 장착한 5GW(기가와트)급 데이터센터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움직임도 발빠릅니다. 2025년 5월 이미 AI 연산 기능을 갖춘 위성 12기를 발사했고, 최종적으로 2800기의 위성으로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입니다. 유럽의 어센드 프로젝트는 연구 끝에 우주 데이터센터가 실행 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2036년까지 10MW(메가와트)급 상용 서비스를 시작하고, 2050년까지 1기가와트 서비스를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한국은 아직 출발선에 서 있습니다. 우주항공청이 2026년까지 개념 연구를 진행하고 기술 개발 로드맵을 수립할 계획이지만, 정부 차원의 공식 로드맵은 아직 마련되지 않았어요. 민간 영역에서 이노스페이스가 UAE의 마다리 스페이스와 협력해 파일럿 시스템 발사를 추진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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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 작지만 진짜인 네트워크의 미래
우주 데이터센터가 당장 지상의 모든 데이터센터를 대체하리라 기대하는 것은 비현실적입니다. 현재 기술과 경제성을 고려할 때, 우주 데이터센터는 지상 인프라의 완전한 대체재가 아니라 특수 목적의 보완재로 출발할 가능성이 높아요.
가장 유력한 초기 활용처는 ‘우주 전용 엣지 컴퓨팅’입니다. 위성에서 수집한 방대한 지구 관측 데이터를 지상으로 보내 처리하고 다시 받는 과정은 비효율적이죠. 우주 데이터센터가 궤도상에서 이 데이터를 즉시 처리한다면 통신 효율이 비약적으로 상승할 것입니다.
중장기적으로는 대규모 AI 모델 훈련과 배치 추론 작업이 우주로 이동할 가능성도 있어요. 전력과 컴퓨팅 자원을 확보할 수 있다면, 지상의 전력망에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도 대규모 AI 연산을 수행할 수 있어요. 하지만 금융 거래나 실시간 게임처럼 낮은 지연시간이 중요한 서비스는 여전히 지상 데이터센터가 유리해요. 저궤도라면 괜찮지만 궤도가 높아질수록 통신 지연이 발생하기 때문이죠. 결국 지상과 우주 데이터센터가 각자의 장점을 살려 공존하는 하이브리드 인프라가 미래의 모습일 것입니다.
이제 우리는 데이터센터를 우주로 쏘아 올리는 시대를 목격하고 있습니다. 이 야심찬 도전이 혁신으로 결실을 맺을지, 아니면 비용만 잡아먹는 실험으로 끝날지는 아직 알 수 없어요. 하지만 미래의 디지털 인프라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우주를 개척하는 이 여정은 인류가 바다를 건너고 하늘을 날고 달에 사람을 보낸 것처럼 피할 수 없는 다음 단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