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계엄 해제 표결 방해 의혹으로 구속 갈림길에 섰던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이 법원의 영장 기각 결정으로 구속 위기를 넘겼다.
서울중앙지법 이정재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일 약 9시간에 걸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끝에 3일 새벽 추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혐의 및 법리에 대해 다툼의 여지가 있어 면밀하고 충실한 법정 공방을 거친 뒤, 그에 합당한 판단 및 처벌을 하도록 함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아울러 “피의자가 불구속 상태에서 변호인의 조력을 받으며 방어권을 행사할 필요가 있는 점, 피의자 주거·경력, 수사 진행 경과 및 출석 상황, 관련 증거들의 수집 정도 등을 볼 때 도망 및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구속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앞서 조은석 내란 특별검사팀은 지난달 추 의원에게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추 의원은 지난해 12월 3일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표결을 앞두고 의원총회 장소를 여러 차례 바꾸며 여당 의원들의 표결 참여를 방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국민의힘 원내대표였던 그는 비상 의원총회를 국회→당사→국회→당사로 연속 변경했고, 이 과정에서 적지 않은 의원들이 표결에 참석하지 못했다. 결국 국민의힘 의원 108명 중 90명이 불참한 상태에서 해제 요구 결의안은 재석 190명 전원 찬성으로 통과됐다.
특검팀은 추 의원이 계엄 선포 당일 오후 윤석열 전 대통령으로부터 비상계엄 협조 취지의 전화를 받은 뒤 고의적으로 표결을 방해했다고 판단했다. 특히 한동훈 당시 당대표가 ‘계엄을 막기 위해 신속히 국회로 가야 한다’고 요구했음에도 추 의원이 “중진 의원들이 당사로 올 테니 그들의 의견을 들어보자”며 이를 거부하고, 해당 요구를 소속 의원들에게도 알리지 않았다고 봤다.
반면 추 의원은 영장심사에서도 특검 수사를 “짜맞추기”라고 비판하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비상계엄 선포의 위법성을 인지하지 못했고, 정황증거만으로 무리한 영장 청구가 이뤄졌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 기간이 얼마 남지 않은 만큼 특검팀은 추가 구속영장 청구 없이 불구속 기소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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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조희대 사법부, 내란청산 바람 짓밟아…사법개혁 차질 없이 준비”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에 이어 내란특검의 영장이 잇따라 기각되자, 법원을 향한 여당의 비판 강도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추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박수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에서 “비상식적인 결정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조희대 사법부는 국민의 내란 청산과 헌정질서 회복에 대한 바람을 철저히 짓밟고 있다”고 밝혔다. 박 수석대변인은 “국민의 이름으로 경고한다”며 “내란 청산과 헌정질서 회복을 방해하는 세력은 결국 국민에 의해 심판받고 해산될 것”이라고 했다. 추 의원을 향해선 “지금 이 순간에도 내란 중요 임무 종사 혐의에 대한 일말의 반성과 사과는 없고, 거짓과 회피로 일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미 추진 중인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 대법관 증원, 법왜곡죄 신설, 법원행정처 폐지 등 ‘사법개혁’ 패키지 법안 논의에도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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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특검 억지수사 드러나…내란몰이 제동”
국민의힘은 이번 영장 기각을 발판 삼아 특검을 향한 역공에 나설 태세다. 무리한 수사로 “야당 탄압”을 벌였다는 공세가 더욱 거세질 것이라는 전망도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은 “사법부가 더불어민주당과 이재명 정권의 내란몰이 정치공작에 제동을 건 상식적인 판단”이라며 환영했다.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이재명 정권과 민주당은 추 전 원내대표에게 ‘내란’이라는 극단적 프레임을 씌우기 위해 온갖 수단을 동원해 왔다”며 “기각 결정으로 특검 수사는 ‘정치 수사’, ‘억지 수사’, ‘상상력에 의존한 삼류 공상 수사’였음이 명백히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이어 “국민의힘을 위헌 정당으로 몰고 가려는 민주당의 음험한 계략은 물거품으로 돌아갔다”며 “국민의힘은 오늘을 새로운 출발점으로 삼아 짓밟힌 법치를 바로 세우고, 정권의 폭주를 반드시 멈춰 세우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