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위헌 논란에 휩싸인 ‘법 왜곡죄’ 도입 법안을 행정부, 사법부의 반대에도 숙의 없이 기습 처리한 정황이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소위 속기록을 통해서도 2일 확인됐다. 약 380일 동안 잊혀졌던 법 왜곡죄 추진은 이재명 대통령 사법리스크가 부각될 때마다 널뛰기식 탄력을 받았다.
법 왜곡죄에 대해 법무부와 법원행정처는 시종일관 신중 검토 의견을 제시하며 사실상 반대했다. “명확성 원칙에 위배돼 고소·고발이 남발되거나 수사의 중립성, 객관성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이진수 법무부 차관)는 것이다. 배형원 법원행정처 차장도 “법관은 자유심증주의를 규정하고 있는데, 이것과 법 왜곡을 어떻게 구별할지 어렵다”고 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검토보고서에도 “법률관계 분쟁 지속이 불가피해 법적 안정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지적이 담겼다. 찬성 의견을 밝힌 의원들도 “법 왜곡 유형을 명확하게 할 필요는 있다”(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고 할 정도였다.
특히 야권에서는 “이 대통령 방탄”이라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 대통령 사법리스크와 연관된 사건이 임박할 때마다, 가라앉았던 법 왜곡죄 논의가 수면 위로 떠오르곤 했기 때문이다.
법 왜곡죄는 지난해 7월 10일 이건태 민주당 의원이 22대 국회에서 처음으로 대표발의했다. 이 대통령이 대북송금 사건으로 기소(같은 해 6월 10일)된 지 한 달이 지난 시점이었다. 대북 송금 사건 기소로 이 대통령은 성남 대장동·백현동·위례신도시 개발 비리 사건, 성남FC 불법 후원금, 위증 교사를 포함해 6개 사건 10개 혐의로 재판을 받게 됐다. 이 의원은 이 대통령 대장동 사건 변호인 출신이다. 이 때문에 법안 발의 때부터 방탄 입법이란 지적이 나왔다.
상임위 첫 논의는 지난해 9월 23일이었다. 민주당이 이 대통령의 대북송금 사건을 수사한 박상용 검사에 대한 탄핵청문회를 의결한 날이다. 이 대통령이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1심에서 징역 2년형을 구형받은지 사흘 만이기도 하다.
법안은 1소위로 곧장 회부됐고, 11월 5일 회의에서 법 왜곡죄 논의가 처음 이뤄졌다. 이후 법안 논의는 380일 동안 멈춰섰다. 법안이 소위 논의 안건에 올라오긴 했지만, 토론은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다 올해 10월 24일 정청래 민주당 대표가 “법 왜곡죄 등을 사법개혁 7대 과제로 하겠다”고 밝히면서, 소위는 11월 20일과 12월 1일 두 차례 이 법안을 다뤘다. 남욱 등 대장동 민간업자들의 1심 선고(10월 30일)를 앞둔 시점이었다.
지도부의 공언에 1일 김용민 법사위 1소위원장은 의사봉을 두드리며 “법 왜곡죄가 드디어 법사위 소위 문턱을 넘는 역사적인 날”이라고 말할 수 있었다. 민주당은 법 왜곡죄와 내란전담재판부 특별법 등을 오는 3일 법사위 전체회의, 4일 본회의에서 통과시겠다는 방침이다. 학계와 법원행정처, 심지어 법무부와 법사위 전문위원조차 반대한 이유들에 대한 토론이나 합리적 반론은 제시되지 않은 채로 일단 입법하겠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