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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상무 “韓·日 투자 7500억달러, 원전부터 건설”…親원전 확대

중앙일보

2025.12.02 20:48 2025.12.02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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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열린 각료 회의에서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오른쪽)이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 러트닉 장관.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2일(현지시간) 한국, 일본과의 무역 합의에 따라 조성되는 대미 투자금으로 원자력발전소부터 건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인공지능(AI) 붐으로 데이터센터 건설이 크게 늘고 전력 수요가 치솟으면서 미국이 원전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은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각료 회의에서 트럼프 행정부 성과로 한국ㆍ일본ㆍ유럽연합(EU)ㆍ영국 등과 맺은 무역 협상을 거론하며 “한국과 일본은 미국에 7500억 달러 현금(투자)을 제안했다. 우리는 예컨대 원전을 건설할 것”이라고 말했다. 러트닉 장관이 언급한 7500억 달러는 한국이 대미 투자로 약속한 3500억 달러 중 조선업 협력에 투입되는 1500억 달러를 뺀 2000억 달러와 일본이 미국과 합의한 대미 투자액 5500억 달러를 합친 수치로 풀이된다.



러트닉 “미 ‘원자력 병기고’ 필요”

러트닉 장관은 이어 “미국은 전력 생산을 위한 원자력 병기고가 필요하다”며 “일본과 한국이 자금을 조달하는 수천억 달러 규모의 (원전) 건설을 진행할 것이다. 그들이 돈을 대고 우리는 미국 내에서 건설하며 현금 흐름을 50대50으로 분배하게 된다”고 했다. 또 “선박 산업에도 1500억 달러를 투자해 미국 내 선박을 건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ㆍ미 양국이 체결한 투자 양해각서(MOU)에 따르면 대미 투자 총액 3500억 달러는 2000억 달러의 현금 투자, 그리고 한국 기업의 직접투자(FDI), 보증, 선박금융 등을 포함한 1500억 달러의 조선 협력 투자로 구성된다. 투자 수익은 원리금 상환 전까지는 한국과 미국이 5대5 비율로 배분하며, 원리금 상환 이후부터는 1대9로 비율이 바뀌게 된다.



미·일 팩트시트 ‘에너지에 3320억달러’

앞서 지난 10월 말 공개된 미ㆍ일 간 투자에 관한 공동 설명자료(팩트시트)에서는 일본이 미국의 대형 원자로 및 소형모듈원전(SMR) 건설, 기타 송전망ㆍ변전소ㆍ전력망 등 핵심 에너지 인프라에 최대 3320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지원하겠다고 명시돼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과 일본의 투자금 중 상당액을 자국 내 원전 건설에 최우선적으로 투입하겠다는 것은 원전 확대에 미래 AI 경쟁의 사활이 걸려 있다는 인식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월 ‘원자력 산업 기반 재건’이라는 이름의 행정명령을 통해 2030년까지 대형 원전 10기 착공 목표를 공개했었다.

이는 현재 95~100GW 수준인 원전 용량을 2050년까지 최대 400GW로 4배 확대한다는 장기 계획의 일환이다. 신규 원전 10기 건설에 최소 750억 달러의 막대한 자금이 들어갈 것으로 추산되는데, 여기에 한국과 일본의 투자금액이 상당 부분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원전 현황 및 목표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세계원자력협회(WNA), 2024년 기준]
미국은 현재 원전 94기를 가동 중인데, 과거 원자로 노심이 녹아내리는 사고 등이 발생하면서 원전 반대 운동이 확산된 결과 1990년대 이후 추가된 대형 원자로는 3기뿐이다. 미국이 다시 원전 확대 드라이브에 나선 이유는 24시간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원전이 AI 붐 이후 급증하는 전력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최적의 에너지원이기 때문이다.



미 “AI 경쟁 승리 위해 막대한 전력 필요”

크리스 라이트 미 에너지부 장관은 지난달 18일 미국 내 최대 원전 기업 콘스텔레이션 에너지에 10억 달러 규모의 연방정부 대출을 승인하면서 “이번 조치는 미국이 국내 제조업 기반을 확대하고 AI 경쟁에서 승리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AI 경쟁에서 이기려면 막대한 전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AI 경쟁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 미 빅테크들이 앞다퉈 데이터센터 증설에 나서고 있고 전력 수요가 급증한 상황에서 원전 확대는 이제 필수라는 의미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각료 회의에서 자신이 관세를 부과하기 전까지는 동맹을 포함한 다른 나라들이 미국에서 돈을 뜯어갔다면서 한국과 일본을 지목했다. 그는 “동맹국을 포함해 수년간 우리를 속여온 나라들이 있었다”며 “일본이라고는 말하지 않겠다. 한국이라고도 언급하지 않겠다”고 했다. 특정 국가 이름을 언급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사실상 한국과 일본을 콕 집어 비판한 셈이다. 그러면서 지금은 자신이 밀어붙이고 있는 관세 정책으로 미국이 엄청난 돈을 벌고 있다고 말했다.



김형구([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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