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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코골이 아닙니다…심한 수면무호흡증, 뇌 미세출혈 위험 2배 높여

중앙일보

2025.12.02 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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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한 수면무호흡증이 있는 사람은 없는 사람에 비해 뇌 미세출혈이 발생할 위험이 2배 넘게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수면무호흡이 단지 코골이가 심해지는 수면 문제가 아니라, 뇌혈관 질환 예방을 위해 적극 치료해야 할 질환임을 시사하는 결과다.

3일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은 한국인유전체역학조사사업(KoGES)의 지역사회기반 안산 코호트(김난희 고려대 교수 연구팀)를 통해 진행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KoGES는 한국인에게 흔한 만성질환의 위험요인을 규명하기 위해 연구원이 수행하는 코호트(특정 집단을 장기 추적하는 연구) 사업이다.

연구팀은 노화 심층조사사업 참여자 중 심혈관질환이 없었던 중장년층 1441명(남자 682명, 여자 759명)을 8년 동안 추적해 수면무호흡이 뇌 미세출혈 발생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수면무호흡증은 자는 동안 호흡이 일시적으로 멈추거나 약해지는 질환으로, 호흡장애가 시간당 얼마나 반복되는지에 따라 경증(시간당 5~14회), 중등도(시간당 15~29회), 중증(시간당 30회 이상)으로 분류한다.

연구팀은 노화 심층조사사업 참여자 1441명을 8년 동안 추적해 수면무호흡증이 뇌 미세출혈 발생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사진은 뇌 미세출혈이 발생하기 전(왼쪽)과 후 한 참여자의 뇌 영상 이미지. 사진 국립보건연구원

분석 결과, 중등도 이상의 폐쇄성 수면무호흡증을 가진 사람은 수면무호흡증이 없는 사람에 비해 뇌 미세출혈이 발생할 위험이 2.14배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경증 수면무호흡증에서는 위험 증가가 관찰되지 않았다. 이런 결과는 뇌혈관 질환 발생 위험과 관련된 특정 유전자(APOE ε4) 보유 여부와는 상관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면무호흡증이 뇌 미세출혈 발생 위험을 높이는 독립적인 위험 요인이었다는 의미다.

뇌 미세출혈은 뇌 속의 작은 혈관이 손상돼 출혈이 발생하는 것으로, 뇌졸중(뇌경색·뇌출혈) 등 심각한 뇌혈관 질환의 주요 위험 요인으로 알려져 있다. 신철 고려대 의과대학 명예교수는 “이번 연구는 8년간의 장기 추적을 통해 수면무호흡이 뇌혈관 건강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과 인과적 해석을 보여준 의미 있는 결과”라며 “수면무호흡이 뇌졸중 치료 전략의 중요한 축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임승관 질병청장은 “이번 연구를 통해 뇌혈관 질환 예방을 위해 수면건강을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과학적 근거가 마련됐다”며 “수면무호흡증은 단순한 코골이나 수면 습관의 문제가 아니라, 뇌혈관 건강을 위해 주의 깊게 관리해야 하는 질환으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미국의학회지(JAMA)에 게재됐다.



남수현([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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