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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만원권 위폐로 담배 사고 거스름돈…편의점 11곳이 당했다

중앙일보

2025.12.02 22:52 2025.12.02 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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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만원권. 사진은 기사와 무관. 연합뉴스
지난달 13일 새벽 이천시의 한 편의점에 20대 남성 고객 3명이 들어왔다. 이들은 5만원권 현금을 내밀며 담배 1갑을 샀다. 편의점 근무자는 평소 5만원권 지폐와 질감이 다르고 자세히 들여다보니 인쇄 상태도 진짜 돈과 다르다는 걸 알아차리곤 112에 신고했다.

경찰에 신고가 빗발쳤다. 비슷한 시간대 편의점 11곳이 같은 수법에 당했기 때문이다. 신고 내용도 거의 비슷했다. 남자 셋이 와서 5만원권을 내고 4500원짜리 담배 1갑을 사서 4만5500원을 거슬러줬는데, 자세히 보니 가짜 돈이었다는 것이다. 남성들은 식당 1곳에선 태연하게 식사까지 마친 뒤 위조지폐를 내고 거스름돈을 챙겨 받아갔다.

이천경찰서는 피해 점포들 주변 CCTV를 분석해 범행에 사용된 것으로 의심되는 차량을 특정했다. 이 차량을 추적한 끝에 신고 접수 11시간 만인 당일 오후 4시5분쯤 대전에서 A씨(20대 남성) 등 3명을 긴급체포했다. 이들은 지난달 22일 위조통화취득·행사 혐의로 검찰에 구속 송치됐다.

경찰에 따르면 A씨 등은 범행 전날인 12일 B씨(20대)에게 5만원권 위조지폐 20장을 건네받았다. A씨 일행과 B씨는 모두 사회에서 만난 지인 관계다. B씨는 A씨에게 이천·여주 지역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불상의 물건들과 함께 위조지폐를 건넨 것으로 조사됐다.

B씨는 지난 1일 거주지인 경기 수원에서 체포돼 3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받는다. 경찰은 B씨에게 위조통화취득·행사 혐의를 적용했으나 그가 위조지폐를 제작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A씨 등은 B씨에게 위조지폐를 건네받은 이튿날 새벽 이천과 광주 지역 편의점 11곳과 식당 1곳을 돌아다니며 위조지폐를 썼다. 각 점포별로 1곳은 5만원권 2장, 나머지 11곳은 5만원권 1장씩 총 13장을 사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회수된 위조지폐는 A씨 등이 체포 당시 소지하고 있던 4장, 사용처 8곳에서 9장 등 총 13장이다. 나머지 7장의 행방은 오리무중이다.

A씨와 B씨의 진술은 엇갈리고 있다. A씨는 “B씨가 준 가방에 위조지폐가 들어있다는 걸 알고 썼다”고 진술했다. 뒤늦게 붙잡힌 B씨는 “가방만 전달했다. 그 안에 가짜 돈이 들어 있는지는 몰랐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경찰은 A씨와 B씨의 휴대전화 포렌식을 통해 확보한 자료를 증거로 사전 공모를 의심하고 있다.

경찰은 편의점과 식당 점주들에게 위조지폐 취급 주의를 당부했다. 경찰 관계자는 “유통된 위조지폐는 꼼꼼하게 살피지 않으면 알아차리기 어려울 정도”라며 “새벽 시간대 중년층이나 노년층이 근무하는 편의점에서 사용하면 발각 가능성이 높지 않고, 발각되더라도 도주에 용이하다는 점을 악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손성배([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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